도서관 당직 근무중

일주일에 한번 정도 있는 당직날입니다. 아침에 일찍 도서관 문을 열고 밤에 문을 닫고 가요.

사무실에 혼자 앉아서 밀린 업무를 하다가,  한바퀴 휙 둘러보고 돌아와서 밀린 듀게질을 하다가 (17페이지나 밀렸네요 ㅎ)

저 뒷페이지에 중학교 도서관 자원봉사하시는 분 글을 읽고 수다떨고 싶어져서 글쓰기 버튼을 눌러봤어요.

도서관 얘기를 반가워하시는 분이 많아서 괜히 좋네요.

 

공공도서관에 들어오기 전에 저도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잠깐 일한적이 있어요.

저는 서가 정리의 맛이 책등을 가지런히 맞춘 후에 반듯하게 각맞춰서 쭉 도열된 책들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린이 책은 워낙 판형이  들쭉날쭉해서  애시당초 책등을 맞추는 건 꿈도 못꾸고

또 애들 손도 엄청 많이 타서 서가가 금방 엉망이 되요.

한트럭 정리했다 싶으면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우당탕 쓰나미처럼 들이닥쳐서 이것저것 마구 뽑아보고는

수업종이 치면 썰물처럼  솨- 하고 빠져나가요. 

아이들이 떠난 자리엔 미역처럼 책들이 이리 저리 널려져있구요.

전 또 해녀처럼 그걸 하나하나 주워다가 일일이 정리하다보면 또 쉬는 시간이;;

아, 헬게이트 오쁭 ㅠㅠ

 

재미있는 일도 많았어요.

제가 학교에서 일할땐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기탈출 넘버원 같은 '생존 만화책'이 최고 인기였는데

어느날 뛰어놀다가 다쳐서 다리에 깁스한 남자애가 아빠랑 같이 책을 빌리러 왔었어요.

애가 다리를 쩔뚝거리면서 위기탈출 넘버원 세권을 골라왔는데

아빠가 책제목과 아이의 깁스한 다리를 삼초간 번갈아보시다가

'넌 왜 니 위기는 탈출하지 못하는 거냐!!!'고 버럭하시면서 애를 업고 가셨어요.

전 뒤에서 웃음참느라 얼굴이 오징어가 되고,  아! 이거시 애끓는 부정인가 막 이러고 ㅠ

 

지금 일하는 공공도서관에서도 가끔 학교에서 도서관 견학 신청이 들어와요.

보통 도서관을 한바퀴 둘러보고, 도서관에선 어떤 일을 하나 나름 프레젠테이션;; 같은 것도 하고

마무리는 어린이 자료실에서 책 읽기로 끝나는데요.

요번에는 처음으로 유치원 원아들이 견학을 와서 나름 초긴장했었어요.

맨날 울궈먹던 초딩용 도서관 소개 PPT 파일도 쉽게 바꿔서 다시 만들고,

저랑 절대! 안 어울리는 '어린이 여러부운~'  '와! 참 잘했어요!' 이런 가증스런 말투도 집에서 혼자 연습했습니다;; 

다행히 별탈없이 잘 끝났어요. 

전 그 와중에 저희 도서관 프로그램인 어린이 독서퀴즈 참여율 좀 높여보겠다고 

연습했던 토나오는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고

글도 잘 못읽는 애들한테 문제 풀어보라고 책을 마구 들이대는 만행을 저질렀지요.

실적이 중요한 담당자의 애환입니다;

새싹반 어린이들은 참 귀엽고 착하고 연애질도 잘하더라구요.

분홍옷 파랑옷 입은 여자 어린이랑 남자 어린이가 손을 꼭 붙잡고 놓질 않는걸 보니 

자연스레 눈알에 눈물이. 

 

아, 다시 도서관 한바퀴 둘러봐야할 시간이네요. 기회되면 다음 당직날에 분실물 사건을 살짝- 

 

    • 저요 저요! 도서관의 도 자만 들어가도 일단 다 좋아해요. 도서관이 나오는 소설이며 영화도 좋고 듀게에서 실제 도서관에서 일하는 분들이 써주시는 경험담도 다 좋아해요. 이히히.

      근데 절뚝이며 애써 뽑아온 생존만화를 빌리게 해주지 않다니 아빠 너무해 ㅋㅋㅋ
      • 아, 제가 글을 헷갈리게 썼나봐요. 깁스 어린이은 끝내 생존만화 3권을 품에 안고 돌아갔는걸요 :) 아빠 등에 업혀서도 그걸 읽어보겠다고 버둥대던 손놀림을 잊을수가 없어요. 흐흐- 생강쿠키님은 쿠키 덕후&도서관 덕후셨군요! 쿠키를 질겅질걸 씹으면서 도서관에 마실오시는 여자분 있으면 쿠키님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크크!
        • 아하! 빌려갔군요! 아 아들 업고 도서관에가서 만화 빌리게해주는 아빠 좋아요~ @_@

          쿠키를 우물거리며 도서관에 마실온 "미녀"가 있으면 접니당! <- 퍽

          도서관 분실물 사건도 연재해주세요~
    • 아하하 새싹반 어린이들은 참 귀엽고 착하고 연애질도 잘했군요ㅋㅋㅋ
      저도 도서관 좋아해요.글이 참 따끈따끈 귀엽다.....
      • 그러게요. 다 가진 새싹반 어린이들!!! 이제보니 나쁜 것들이네요 ㅠ 부르르-
    • 도서관은 참 좋습니다. 참 좋아요.
    • 생존만화책은 지금도 인기 폭발입니다ㅋㅋ요즘 어린이실 근무중! 사실 뭐든 만화책이면 그저 인기 폭발이긴해요.
      저 만화 엄청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사람들이 만화따위라고 만화 무시하면 엄청 열받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요즘 초등생들 만화 너무 많이 본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재밌는 만화책을 보면 모르겠는데, 학습만화가 너무 많아요. 뭐든 만화로 만듭니다. 수학도 한자도 영어도 생존도 실험도!! 무조건 만화예요.
      부모들은 어쨌든 애가 좋아하고 교육적 효과도 있다니까 마냥 빌려주는데..차라리 제대로 된 만화책을 보게 하고 다른 건 그냥 책을 읽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 출판시장이 상당히 기형적이구나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도서관이 인기있다는 이유로 학습만화를 너무 많이 구입한다고 생각해요.
      • 만화업계도 돈 벌리며 팔리는 책이 교육만화라 퀄리티 좋게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그 쪽으로 흡수되었어요.
        그래서 퀄이 좋죠. 저는 도서관에서 만화책 사는건 찬성이에요. 학습만화라면 말이죠.
        요즘 영상에서 책으로 뛰어넘어갈만한 아이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징검다리는 있어야죠.
        그리고 도서관도 미끼 상품(?)으로 만화책을 사기도 합니다. 제가 알기론 초등학교 도서관 같은 경우에는 원피스도 산데요!
        (한달 배치후 치운다고 합니다만...)
        • 징검다리 안 돼요. 그냥 만화만 봅니다. 책보다가 만화는 봐도 만화보다가 책은 안보더라구요. 사실상 학습효과도 거의 없구요.
          아동책의 70%가 학습만화입니다. 심지어 요즘은 유아책도 만화책이 있어요. 그림책이 아니고 진짜 만화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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