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 가족의 두얼굴, 상처 떠나보내기


031. <가족의 두 얼굴> - 최광현


가족치료 전문가가 쓴, 가족 내의 정신역동학. 심리 치유 서적을 꽤 보셨다면 혹은 본인이 가족내부 정신 역동의 피해자라는 자각이 있으시다면 어느 정도 알고 계실 이야기들 (무의식중에 부모와 닮은 배우자를 선택하고, 자신이 증오했던 부모의 모습에 결국은 영향을 받는다, 가족 안의 희생양, 이중메세지, 자식이 아니라 부모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던 자녀 등등)을, 가족치료 전문가가 깔끔하게 정리해서 들려준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대중서라 쉽게 읽히기도 하고요. 특히 다양한 실제 사례를 보다 보면 '이건 내 이야기야'하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 자신의 이상 감정, 행동의 원인을 가족 내 역동 속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물론 문제의 얼개를 대강이나마 짐작하게 되었다 해서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쉬운 해법 따위는 없습니다. 있다 해도, 말은 쉬운데 막상 제대로 하려면 죽도록 어려운 일들입니다.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와 어린 시절의 고통을 정직하게 직면하라, 자기 가족 내 정신역동을 제대로 보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라, 소통을 많이 하라, 건강한 자기애를 키워라, 파괴적인 가족 내 패턴을 정확히 인지하기부터 하자, 부모에게 독립하고 자녀를 독립시키자 등등. 그런데, 원래 이런 문제가 그렇습니다. 쉬운 해결책도 없고, 그나마 있는 해결책이란 것도 제대로 하기 굉장히 어려운. 


가족 관계 내 역동을 접할 때 마다, 업이 바로 이런 것이군 싶습니다. 내 문제의 시작점은(책임이 아니라, 시작점입니다. 쨌든 자기 문제 책임은 결국 자신이 져야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억울하다면 억울하지만, 결국 그게 인생이죠. 이걸 수용하지 못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결국 부모와 가족 내 역동(에 더하면 유전자)인 경우가 많고, 부모는 그저 자신들의 부모에게 받은 대로 물려주는 것뿐이며, 그 조부모 역시 그들의 부모에게...뭐 이런 식입니다. 최종 책임자는 없습니다. 원인을 따져보면 계속하여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그에 따른 영향은 계속 대리물림 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물려받은 사고 행동 감정 패턴 내에서 최선을 다해 행동하지만, 결국 그게 또 다른 문제를 만들지요. 애초에 삐뚤어져 있기에, 최선을 다한다 한들, 정상적으로 안 나갑니다. 모든 인생의 경험이 이런 식이지만, 가족이 유독 조명받은 것은, 그곳에서 한 인간이 탄생하여 자아의 기본 틀이 만들어지고, 또한 감정과 행동이 (이성 없이) 반사적이고 폭력적인 강도로 교환되는 공간이기 때문이겠지요. 


보통 성인이 다 된 후 어린 시절 가족에서 받은 치명적 상처나 악영향을 극복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서, 이쪽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이미 그렇게 된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왜냐하면 악영향이 심할 수록 답이 안 보여서-_- 인생이 상당부분 지나가 버린 경우도 많고.) 새로 애들을 막 키우기 시작하는 부모들을 쥐어잡고 흔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직 애들이 말랑말랑하니, 영향 받기 전에 부모 너부터 자신을 성찰하고 훈육한 후 애들에게도 좋은 부모가 되어 상처의 대물림 하지 말라, 흘러내리는 업을 네 대에서 끊어라! 이거지요. 역시,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잘 안 됩니다. 그래도 노력하면 안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요. 하여튼 이 책은 이런 식의 '좋은 부모 되기' 잔소리 경향은 약해서, 차라리 좋았습니다. 


심리 문제를 가족 중심으로 파악해보고 싶으신 분, 이쪽에 별다른 개념이 없어서 한 번 입문 해볼까 싶은 분들에게 괜찮은 대중서인 것 같습니다  저와 관련 있는 부분마다 포스트잇에 제 문제와 책의 사례를 대조해보며 생각해봤는데, 꽤 좋았습니다. 통찰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약하든 강하든 없는 것 보다는 있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니까.






032. 상처 떠나보내기


정신분석가 이승욱씨가, 5명의 환자를 정신 분석한 사례를 대중서 느낌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본격적인 정신분석을 받아본 적은 없어서, 정신분석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싶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정신분석가의 내면이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는 점이 크게 흥미로웠습니다. 심리치료 와중 상담사의 내면은 저런 식으로 흘러가는군 싶어 신기했고, 심적으로 아주 내성이 강한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못 해 낼 작업이군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환자와 교감하고 느껴주 심리치료사라는 존재가 도드라지다 보니, '나도 이런 상담사한테 분석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강하게 듭니다. 나는 어떻게 분석해줄까 하는 궁금함 같은 것?


 다섯 명 환자의 사례 중에는 저에게 통찰을 주는 부분들이 꼭 있어서, 이 부분도 좋았습니다. 보통 자기 문제를 직접 직면해야 할 때는 굉장히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반면(그만큼 효과도 좋지요.), 타인의 분석 사례를 보며 간접적으로 '엇 내 문제인데?' 알게 되면, 좀 부드럽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시작해서인지, 자기 문제를 직면하기 좀 더 수월해집니다. 일종의 예행연습인 것 같아요.  '음. 나도 그런데.'생각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생기지요. 


다만 세 번째 사례인 우울증 여성의 케이스를 보며, 역시 우울증 치료에 정신분석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다시 한번-_-;;; 느꼈습니다. 정신분석을 잘 하면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되니 무조건 하면 좋겠지만, 우울증의 직접 치료는 뭔가 좀.. 음,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고통과 과거와 방어기제들을 직면하는데 정신분석을 따라갈 방법이 없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다섯 가지의 치료 사례가 등장하고, 정신분석가의 심리 변화도 잘 서술되어 있어서, 환자와 치료사 양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정신분석 과정 자체에 관심 있으신 분은 꽤 흥미로우실 듯. 다만 자세한 정신분석 이론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환자 분석은 안 나오니, 깊은 부분까지 원하시는 분들은 실망하실지도. 저는 생소했던 정신분석 과정과 정신분석가의 내면 심리를 알게 되어서, 그 부분이 즐거워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가족

         진은영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들이

       

      다 죽었다



      ----------------------



      시 가족을 쓴 진은영 시인의 인터뷰 읽다가 이 시인도 기타노 다케시가 가족에 대해 한 말을 알고 있구나 싶었어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꽤 자주 나옵니다. 식구食具라는 단어가 주는 '같이 밥을 먹는 사람'으로서의 정서적 친근함보다는, 그야말로 가족家族의 억압적인 느낌입니다. 진은영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진은영 89학번인데요, 우리 세대한테는 안정적이지 못하고 폭력적인 가족사가 일반적이었어요. 요즘 세대들은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지만, 수업 중에 질문을 해 보면 그래도 여전히 가족에 대한 고민들을 말하더군요. 내가 이례적으로 폭력적인 할머니와 매번 사업에 실패하는 유별난 아버지를 둬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가족이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기타노 다케시일본의 영화감독이자 영화배우(1947~)가 가족에 대해 한 말 있잖아요. "보는 사람이 없다면 갖다 버리고 싶다."라는. 친구들도 가족에 대해 쓴 시들에 특히 많이 공감하더군요. 그리고 너무 밀착된 관계나 규정된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공포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전문



      http://blog.naver.com/urimaljigi/40141483142
      • 인터뷰 잘 읽었어요. 심리문제가 심해서 파고들기 시작하신 분들은 필연적으로 가족이라는 괴물을 만나고 그 영향에 전율하게 되는데(더 올라가면 유잔자의 영향에..쿨럭;) 시인이나 작가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 괴물을 표현하겠지요. 그게 예술가들이 장점인 것 같아요.
    • “자조모임까페”에서 첫번째 책이 유월의 같이 읽는 책 중 하나였죠. 빙님이 추천해주셔서 저도 잘 읽었답니다. 가족세우기에 들었던 적이 있어 더 흥미로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번째 책 저자분을 더 좋아하긴 하는데 첫번째 저자분이 훨씬 글을 부드럽게 쓰시는 것 같다는 인상 입니다 ㅋ. 이게 무슨 우연인지는 모르겠는데 오늘 문득 한국심리상담학회 홈피에서 집단상담 관련자료 찾아보다가 이 두분 박사님들이 몇년전 같은 상담사례발표회의 사례지도를 맡으신 걸 발견하고 아 그런일도 있었구나 했는데(웬지 엄청 스타일 다른 분들 같은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마침 빙님이 두분의 책에 대해 감상문을 올리셨군요..
      • 오..신기하네요. 하긴 저도 자조모임에서 이 두 분의 책 읽기로 하거나 이야기가 나오거나 해서 읽게 된 것이니까요 ㅎ
    • 식구들이 저한테 하는 말이 쟤 내버려 둬 뭘 해줘도 그만큼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고.
    • 저는 첫번째 책만 읽었는데 저에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가족내 파워게임이 있고 상처를 주고 받고 있다는 거 인정하기 힘들잖아요. 그럼 우리 가족만 이상하고 화목하지 못한 거 같고 잘못된 거 같고요. 이미 상담을 받았으니 알게된 부분에 덧붙여 더 알게된 것들이 있어서 좋았어요.
      • 그렇군요. 저는 가족 내 정신역동을 너무 쉽게 인정한 편이었어요. 가족제도의 무서움에 민감한 편이었어서 그랬던 듯. 사실 다들 인정을 안하거나 쳐다보고 싶어하지 않아서 그렇지 파보면 다 나오는 문제들이니까요. 본인들만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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