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나는 샤워를 하면 정신이 더 말끔해져 집중이 잘된단 말이야 (미드나잇 인 파리스 스포O)

 

 

 

미드나잇 인 파리스를 보고 듀게에 리뷰를 남기라는 명에 의하여 글을 작성 중입니다.

 

제가 이걸 보고 내린 결론은 저랑 우디 앨런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같이 본 남친은 그렇---게 우디 앨런이 좋은지 우디 앨런 우디 앨런 노래를 부르고 그냥 춤추는 씬 나오면 몸 흔들고 난리가 나던데, 사실 저도 속으로는 흥겨워했지만-참 이 늙은 할아버지의 힘빠진 달콤달콤 영화가 저한테는 너무 달콤달콤한 것이었습니다.

 

아니 영화가 구리냐고요? 아니요. 안 구려요. 무지 좋아요. 저도 그거 잘 압니다.

 

맨 처음부터 제가 가보지도 않은 파리 아 정말 파리 가보면 좋겠다 파리는 최고여 파리 학학 하는 늙은 옹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저도 그 장면 보고 있노라니 파리 가고 싶어지긴 하더라구요. 파리에서 파리지앵으로 사는 제 모습 한 번 상상도 해보고.

 

아 그런데 오웬 윌슨이 대사 치는 게 전 뭔가 독특하다는 느낌을 이번에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웬 윌슨이 정말 우디 앨런 영화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우디 앨런이 자기 자신을 더 젊은 미남자에 투영시킨 결과라는 느낌? 아니 그것보다도 오웬 윌슨 본인의 약간 소심해보이면서도 약해보이면서도 진실해보이면서도 또 능구렁이 같은 그 면이 우디 앨런 영화의 색채에 뛰어나게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웬 윌슨 아니었음 덜 살았을 것 같아요, 영화가.

 

제가 괜히 대사를 자기야 나는 샤워를 하면 정신이 더 말끔해져 - 부분을 제목으로 잡아준 게 아닙니당. 오웬 윌슨 연기 덕분에 이 판타지 설정이 자연스럽게, 구렁이가 담을 스리슬쩍 넘어간 듯한 느낌?

 

아, 오웬 윌슨 이야기만 너무 한 것 같은데 저는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리옹 꼬띠아르가 좀 안 예쁘게 나온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자를 다루는 늙은 옹의 시선이 저는 아주 공감되지만은 않아요. 무언가 이게요, 약간 할아버지 입장에서 쓴 소녀의 판타지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전체가. 약간 팬픽 같은 느낌? 그래서 저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그 독특한 개성이 우디 알렌과는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좀 많이 못 보여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비중의 문제보다는, 저는 사실 그냥 잘 못 살린 거라고 생각해요.

 

우디 할아부지가 마리옹 꼬띠아를 잘 못 살렸다고 생각은 하지만 결말과 관련해서는 사실 마음에 듭니다. 같이 본 남친한테 이야기한 거지만요. 제가 우디 알렌 영감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이 양반에게는 좋은 게 좋은 거지~이거 안 되면 저거 하지~라는 이상한 여유?입니다. 그게 사실 제 취향은 아니에요. 제 취향은 좀 더 엄숙하고 비장한? 이거 아니면 안 돼!하는 느낌...멜로에 비유하자면 이 사람도 바람 피고 저 사람도 바람 피고 그래 쌤쌤!보다 미친 듯이 파괴적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그런 멜로를 좋아하는데, 우디 앨런은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아, 물론 절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사실 오히려 그런 시선이 이 영화의 결말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적절하고 유쾌한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면 좀 빤하고 누구나 다 알법한 교훈이지만, 현실적으로 과거의 여자와 잘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대신 자신과 잘 맞는 현대의 여자와 다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훌륭한 영화의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장은 괜히 거장이 아닌가봐요. 거창해져서 망칠 수 있는 이야기를 참 적절하게 끊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온 위인들 중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나마 거트루드 스타인과 살바도르 달리네요. 살바도르 달리 역을 맡은 배우 (이름을 갑자기 까먹었는데 피아니스트 주인공이라고 남친이 귓속말로 말해주던데) 왜인지 참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연기가 무어랄까 짧은 장면에도 참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한 듯한?

 

 

아 여러분도 1920년대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사실 아드리아나에 공감이 간 게, 저는 벨 에포크 시대를 좋아합니다. 저라도 두 시대 중 하나를 고르라면 벨 에포크 시대 1890년대를 선택할 것 같아요. 뭐랄까 전쟁이란 것도 알지 못하는, 철없는 거리의 부귀함을 만끽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괴도 뤼팽의 전성기 시대이기도 하구요. (제가 생각하는 전성기)

 

결론을 말하자면 제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뛰어나게 좋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뭐 사실 제 취향에 더 부합한 건 바로 전에 봤던 멜랑콜리아이긴 하지만요!

 

그나저나 다음에는 헤이와이어나 봐야지...

 

 

 

    • T.S 엘리엇이 너무 지나가는 느낌으로만 나와서 참 아쉬웠습니다. 제임스 조이스는 아예 등장도 없고요. 투덜투덜.
      • 아 맞아요! 제임스 조이스 언급은 하고 그냥 스킵하는 센스라니 ..!
    • 오웬 윌슨 아니었음 덜 살았을 것 같아요, 영화가.222
      대사가 정말 입에 잘 붙는게 마치 젊었을 때 우디 앨런이 자기 영화에서 연기했던거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 오웬 윌슨보다 젊은 시절의 우디 앨런이 더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건 저뿐일까요. 제가 워낙 너드 타입을 좋아해서... ㅎㅎ
    • 봄눈/ 그쵸그쵸! 위화감이 없어요. ㅎㅎㅎ
      주안/ 으음...저는...오웬 윌슨에 한 표입니당 ㅎㅎ
    • (예비)장인어른: 트로츠키에게 안부 전해주게 ㅋㅋ
      • 아 그거 짱 웃겼어요 ㅋㅋㅋㅋ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0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3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8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28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5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1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5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0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2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2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49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1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