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노력해야 할까요.

언젠가 게시판에 지나가듯 쓰기도 했는데 전 대인관계는 이지메와 왕따와 은따의 기록 비슷해요. 어릴수록 더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어요. 왕따와 은따쯤이야, 직접적인 폭력이 없으니 무시하고 살만 했어요. 내가 왜 싫은지, 왜 그렇게 욕을 들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는 채 은밀한 악의만 받다보면 무시하고 제 할일 하는게 제일 편해요. 그래서 은밀한 왕따와 은따야 흔적이 남지 않아요.

않은 줄 알았어요. 나이를 먹고, 어느 순간 그때 가끔 북받쳐 와요.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기도 해요. 왜 그랬냐고. 근데 사실 답도 알아요. 그냥, 재미로, 네가 특이해보여서, 네가 이상해서, 등등. 그건 걔네가 이상하고 그런 애들이랑 나도 안놀아,라는 마음으로 무시할 수 있는데 그건 정말 노력해야 해요. 삽시간에 "내가 이상하고 잘못해서 나를 싫어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잡아먹혀서. 내가 잘못했고 내가 이상하고 내가 특이하고 내가. 세상 전부가 네가 이상한거야,라고 외치는데 스스로가 어떻게 내가 이상하지 않고 그러는 늬들이 이상한거야,라고 할 수 있을까요.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 당연히 있고 제겐 인간관계가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포기하고 살지만 궁금해요. 왜? 재미있었니? liece님 말마따나, "딱 강해지는 만큼 약해지고 트라우마는 쌓여요. 멘탈 자체가 그 상황을 버티다보면 보통 그룹에 속해있는 아이들과는 다른 모양으로 조형이 됩니다"처럼요.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제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 뼈져리게 느낍니다.

솔찍히 집단 속에 그런 관계가 있는 것도 몰랐던 사람에게 "노력이 부족"운운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런게 없는 집단이 있을까요? 하다못해 그룹에서도 발언권이 더 있는 사람, 같은 말을 해도 무시받는 사람이 있는걸요. 가끔 보이지 않으니 없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져요. 보이지 않는 건지 보기 싫은 건지. 그런 사람들 중 일부는 그럴만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죠.

사람 하나 두고 오징어마냥 꼭꼭 씹는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아이들은 제어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해서 그럴 뿐 어른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이유는 다 핑계고 즐거운 놀이잖아요. 타인을 상처입히고 그 사람이 상처입는 눈동자를 보고 싶은 것 외에 다른 이유는 찾기 어려웠어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수군하는 것이 어떻게 상처가 되지 않겠어요. 따돌림이 아니라 쟤 이상하드라,라는 말이 아니라 눈빛하나로도 충분해요. 다같이 웃고 떠드는 자리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침묵이 가득차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가간 사람들의 마음을 어땠을까요.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르는 척 웃으며 다다가면 눈치없다는 소리를 듣겠죠. 신경 끄고 무시하면 그러니까 그럴만하다고 하겠죠. 숨쉬는 것만으로도 "까"이는데 내 행동하나 말소리 하나에 적막해지는 집단을 보며 얼마나 더 노력해야할까요. 그냥 존재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해야할까요.

사실은 얼마나 더 노력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그렇게 쉽다는데 노력을 해야하다니, 타인의 악의가 아닌 호의를 얻기위해 노력하고 누구라도 관심을 가져주면 고맙고, 그런 나를 불쌍하게 보는 애들이 밉고 그런 호의라도 바라는 내가 비참하고. 세상사 그렇고 그런거지만요.
    • 그런게 왜 없어요. 원래 집단의 결속을 공고히 하는데 제일 쉽고 강력한 방법이 하나 골라 다구리하는 건데요. 이거 아는 사람도 많고 일부러 유도하는 사람도 많아요. 회사가 그렇고 국가가 그렇고 단위만 다르다 뿐이지 사람들 하는 짓 다 거기서 거기예요.

      사람마다 출발 위치도 다르고 환경도 다를테니 도출하는 결과도 다르겠지만 전 제가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별 어려움 없이 어울리는 저쪽 아이들도 생경하고 저 아이들의 패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왜 괴로운지도 모르고 괴로운 아이들도 생경하고요. 양쪽의 입장에 조금씩은 해당되는 애매한 위치가 나구나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인정하고 나니 전 이 포지션이 참 좋더라고요. 양쪽 모두에 완전히 융화 될 순 없지만 양쪽 모두 이해하기 쉬운 위치라서..

      집단에 나를 맞추는 노력, 사회적으로 융화되려는 노력 자체가 버겁고 힘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까 말한 것처럼 애매한 위치였기 때문에 이쪽 저쪽 오가며 집단에 나를 맞추는 노력도 해봤고 싸우기도 해봤고 은근히 배제되는 상황을 즐기려고도 해볼 수 있었던 거죠. 더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라면 흐름을 반대로 거스르는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봐요. 노력이 고통 수준이 된다면 이미 그건 할 필요가 없는거고요.

      그러니까 돌아 나오세요. 사실 무리를 떠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게 따돌림보다 더 큰 두려움일때가 많아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만 나에게 잘못이 있는게 아닐까 잘못된 생각을 계속하게 되고요. 아 근데 시야를 넓히면 세상은 거기가 전부가 아녜요. 집단 생활이 나에게 맞지 않다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맘이 맞는 몇몇 사람과 교류하는 삶의 스타일을 구축하는게 나에게 더 잘 맞는, 행복할 수 있는 길이잖아요.

      찾아보면 꽁꽁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을 뿐이지 나를 받아들여줄 사람도 있어요. 안 맞는 집단에 융화되려는 괴로운 노력하지 말고 차라리 내가 숨 쉴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작고 편한 내 집단을 만드는 노력을 해보세요.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나와 마주한 개인에 대한 이해와 그에게 나를 알리려는 방법론적인 고민이지 집단의 비유를 맞추려는 비굴한 노력이 아니니까요.

      글 읽는 것만으로도 화나고 괴로워요. 그런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차라리 내가 속한 상황 자체를 바꾸세요. 그게 노력대비 결과가 좋은걸요.
      그리고 이상한게 뭐가 나빠요. 이상한 건 안나빠요. 더 재밌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요. 평범한게 재미 없는거예요.

      슬쩍 작성글 보기 눌러서 예전글 보고 왔습니다. (원랜 잘 안하는데 이번만 예외.. 기분 상하지 말아주세요.) 이미 충분히 잘 하고 계신 분한테 괜히 어정쩡한 꼰대질 했네요. 그냥 그 인간들이 나쁜거예요. 개중에 몇은 어쩌면 어른이 되서 그때 잘못했다 미안해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그래봐야 벌어진 일이 바뀌는건 아니지만요. 그런 생각도 안하고 사는 것들은 인두껍만 썼지 그냥 짐승인거고요.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 되는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이미 받았던 상처는 어차피 안 잊힌다고 생각해요. 그냥 안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거죠. 기왕이면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하는게 좋고요.
    • 폰타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세상에 가식적인 모임들도 많고, 돈을 써야만 모이는 친구를 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얼간이들 상종할 필요 없습니다.
    • 폰타/ 위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요. 마음이 녹아내리는 위로가 쉽지 않은데, 욱씬거릴정도예요.

      폰타님께서 말씀하시는 이미 있는 상처 살살 달래서 잘 살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가끔 힘들어요. 가끔. 안그러고 싶은데.

      긴 글, 진지한 위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난 글이야 굳이 찾아보실만한 글이 아니라 부끄럽습니다.


      catcher/ 가끔 전 제가 제 노력과 애정과 돈으로 친구를 사는 기분이 든다니까요. 제가 좋아서 그렇게 하면서도요. 피해의식인거 아는데 그렇더라구요. 이럴땐 정신승리가 정신건강에 좋은거 같아요. :P

      Ti/ 위로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요. 그 때, 정말정말 끔찍했을 때 몸이 아파 질질거리고 있었어요. 혼자서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을 때 굉장히 조용하던 애 한명이 저를 교문까지 몰래 데려다 줬어요. 다른 애들이 볼까봐 여기까지밖에 못 데려다줘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걔는 알까요. 자기의 호의가 십수년이 훨씬 지나도 누군가의 구원이 되고 그래도 힘이 되는걸요. 걔의 동그란 얼굴도, 잡아주던 손도 선명해요. 위로는 위로 하는 사람은 몰라도 위로받는 사람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 소풍이나 수학여행 가면 짝이 없어서 물끄러미 빈 돗자리 위에 앉아서 잔디 만지작거리던 제 학창시절이 생각나네요. 글쓴님 글 읽으니까 가슴 언저리가 아려요. 고생 많았습니다, 그동안.
      • 침흘리는글루건/ 빈돗자리에서 잔디를 만지작하는 정경이 떠올라요. 위로 감사합니다.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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