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인기를 보며 - '정치인'의 전문성이란건 이제 별 거 아닌 걸까요?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기이긴 했지만, 3김 시대의 주인공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은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어떤 직업인도 아닌 바로 '정치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적'이라는 말이 상당히 안좋은 뜻으로 쓰이긴 하지만, 여튼 김영삼의 경우는 '정치9단'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기도 했고요. 본인에게 불리할만한 각종 사태가 많았음에도 운이라고 해야할지 실력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각종 액션으로 벗어나기도 했고, 결국은 그렇게나 소원하던 대통령이 되었지요(본인을 위해서는 최선의 정치적 결정,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최악의 결정을 함으로써). 당시의 정치인들은 필요에 따라 적당한 타협을 하기도 하고,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단식을 하거나 시위를 하는 등의 땡깡을 부려서라도 필요한 것을 얻어내며 세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의 정치인들도 세월이 지나고 각종 정치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면 '정치적' 행동이 더 부각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정치판에서 안철수 교수가 급부상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제가 알기로 안철수는 별로 정치적인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그런 사람이 정치적으로 따는 자리 중에 최고봉인 대통령이 된다?
안철수는 널리 알려진 바대로 착한 사람입니다. 참 착한 인생을 살았죠. 물론 나름은 계속 기득권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온지라 사회 최하위층에 대한 이해는 다른 후보들보다 딱히 나은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그들에게 매우 가혹하게 대하진 않을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치의 다는 아닌데, 이건 뭐 대통령 선거가 '착한 사람 뽑기 대회'인건가 싶어요. 그 게임에서 이기면 받아갈 것은 '선행상'이 아니라 '대통령 당선증'인데 말이죠.
뭐 제가 너무 무협지스런 생각만 하고 있는지 몰라도... 어차피 대통령 한 명이 사회 모든 분야를 다 알고 주무를 수도 없고, 이런 저런 사람을 적절히 등용해 쓰고, 필요할 때 짜르거나 용서하는 등의 용인술을 쓰면서 좁게는 내 주변의 장차관 등 각료들, 좀 넓게는 내가 미는 정책을 통과시켜 줄 국회의원 300명, 더 나아가 나를 도와줄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줄 국민 수천만명을 움직이는, 이른바 사람장사 잘하는 것이 '정치인'의 전문성이라고 보고 들으며 자라온 세대인지라 솔직히 요즘 정치판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이건 뭐 대선 후보라는 사람들도 '누구 누구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누구의 계파라는 설명을 달고 다니니까요. 하긴 이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네요. 정치적 액션 따위로 주변과 국민을 현혹시켜 나라를 주무를 수 없도록 시스템이 짜여진.
뭐 어쨌건... 연말을 계기로 나라가 좀 나아졌으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