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 일주일이 지나서 쓰는 다크나이트 라이즈 감상(물론 스포)

1. 듀게의 다른 분 께서도 말씀을 하셨지만, 세 번째 시리즈에 이르니 브루스 웨인의 상대역은 다른 여배우들이 아니라 알프레드였던거 같습니다.

그 뭐시냐...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았어요. 티격태격하는데 이건 도저히 사랑 싸움이 아니라고는 볼 수 없는 겁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니가 위험한 짓을 하는 꼴을 볼 수가 없다, 계속 이러면 너를 떠나겠다, 라고 협박하는 건 여주인공만이 할 수 있는 대사 아니었겠습니까.

근데 알프레드는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그리고 가슴 아프게 하더란 말이죠.


셀리나 카일과 브루스 웨인의 관계는 어떤 암시만 있지 저런 가슴 애틋한 갈등이 없잖아요. 배트맨과 캣우먼의 관계는 그냥 동료 같았죠.


하여튼 저에게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히로인은 알프레드...




2. 탈리아가 차 안에서 죽음을 앞에 두고 주절주절 늘어놓은 말들 때문에 불만을 표하신 분들이 많았죠.

그 상황이 너무 뻔하긴 했지만, 또 없으면 안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왜 고담시를 파멸시키려고 했는지, 그리고 왜 하필 브루스 웨인이 그렇게 고생을 해야만 했는지가 설명되는 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상황에서 문득 다이하드 3가 떠올랐습니다.


아. 악당을 가족으로 둔 악당은 함부로 죽이면 안되는구나.


라는 교훈을 되새기게 되었달까요.


악당들의 복수극 때문에 난장판이 되는 도시가 뉴욕이라는 점도 비슷하고 말이죠...




3. 브루스 웨인이, 혹은 배트맨이 존 블레이크를 만날 때마다 가면과 관련한 암시를 주길래,

아, 저게 뭐가 있겠구나 싶었어요. 


막판에 존 블레이크도 가면쓰고 설치나? 근데 저 세계에서는 가면쓰거나 분장하면 강해지나?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보여줄 때, 아 저래서 자꾸 가면 얘기 그리고 고아 얘기를 했구나라는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어머. 역시 나의 존 블레이크가 로빈이었어!!라는 놀라움과 환희도 잠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했으면 맞출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나는 존 블레이크가 로빈일 줄 알았어. 영화 내내 떡밥을 던지더라고.

라며 으시댈 수도 있었을텐데...




4. 다크나이트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운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저는 꽤나 만족스럽게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대해 실망하신 분들이 실망하셨던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어요.


그러니까 기대감이라는게 있잖아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나서 실망하신 많은 분들은 다크나이트를 능가하는, 혹은 그에 버금가는 영화를 기대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한 부분은 다크나이트의 세계가 한 번 더 이어지는 구나, 그리고 여기서 완결이 되는구나 였거든요.


제가 닥터후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거든요. 주인공인 닥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바뀌고 메인 작가가 바뀌어도. 그 세계, 달렉과 사이버맨과 손타란들이 출몰하는 그 세계가 이어진다는게 신나고 설레는거죠.

개별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그 세계를 또 다시 경험해 볼 수 있다는게 신났던 겁니다.



하여튼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마지막 장면이 나오는 그 순간, 배트 캐이브가 그 비밀의 문이 다시 한 번 열리는 그 순간까지 저는 두근두근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참 재미있었노라고, 이게 마지막이라 아쉽지만 정말 신나는 모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 2. 탈리아의 주저리주저리보다는, 탈리아가 주저리주저리'만' 하고 죽은게 다들 실망스러웠던게지요. 탈리아를 등장시킬꺼면 좀 더 일찍 정체를 드러내고 뭔가 더 했어야 한다고 봐요.
    • "주저리주저리"에 실망한 게 아니죠. 탈리아의 주절거림이 필요하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일부 관객들이 불만을 표시한 건 그 중요한 소재를 왜 그런 식으로 처리해버렸냐 하는 거죠. 사실 그 장면을 다시 짚어보면, 중성자 폭탄이 폭발해서 고담시가 소멸하기까지는 불과 몇 분밖에 안 남은 상황이었고 탈리아에겐 이미 그 폭탄을 멈추게 할 어떠한 능력도 없다는 게 이미 드러나있었죠. 그런데 그 긴박한 상황에서 정작 주인공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문제 해결에 하등 도움도 안 되는, 죽어가는 악당 뒷얘기나 들어주는 여유를 보이고 있느니 관객들이 황당해 할 수 밖에요. 다른 감독도 아니고 놀란이 "수다장이 악당" 클리셰를 그렇게 정석적(?)으로 사용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메인 빌런으로 탈리아 알 굴이 베인보다 훨씬 더 나은 선택이긴 하죠. 애초에 비긴즈에서 라즈 알 굴과의 대립으로 시작했으니 시리즈 마지막에서 그의 딸인 탈리아 알 굴과의 대립으로 맺어주는 게 시리즈를 종결하는 데 더 맞기도 하고요. 문제는 그런 중요한 상징을 가진 캐릭터을 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수준의 캐릭터로 묘사해버렸냐는 거죠. 이 영화에서 탈리아가 한 건 "배트맨 칼로 한 번 찌르고 트럭 좀 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 이거밖게 없잖습니까. 이 정도는 악당 엑스트라 넘버 1 정도의 캐릭터 역할밖에 안 돼요. 뭐, 굳이 좋게 해석하자면 그 무시무시한 베인을 수하로 부린 보스였으니 결국 이 영화에서 베인이 짜낸 모든 책략과 행동이 사실은 다 탈리아 머리에서 나온거다라고 여길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꿈보다 해몽이 좋은" 해석을 놀란 영화에서까지 해야 한다면 좀 슬퍼지죠. (게다가 그렇게 되면 베인은 정말 쩌리가 되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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