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어요! 살아남으셔서 계속 써주시길! 그런데 파일럿에 해당한다는 점과는 별개로 지희가 화영과 대화를 나누는 3장부터는 중장편의 요약본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호흡은 1~2장하고 같은데 정보량이 급증해서 그런지. "할렐루야!"를 비롯해서 재미있는 디테일이 많은데 너무 빨리 쓱 지나가서 아쉬웠습니다. 물론 그런 쿨함 덕분에 "비명소리가 학급과 학급 사이를 물결처럼 통과했다. 그와 함께 학교 건물의 창문들이 깨지고 블라인드가 찢어지고 학교에 숨어 있던 귀신들이 튀어나왔다. 성적 때문에, 따돌림 때문에, 가족 문제 때문에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목을 매고 화학실습실의 독극물을 먹은 그 운 없는 아이들. 그들 중 몇 명은 오로지 학교 전설 속에서만 존재했을 뿐이었는데."처럼 간결해서 멋진 대목이 나올 수 있는 거겠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소설에서 찬바람 쌩쌩 부네요. 현대 한국의 '잠재된' (그러나 사람들이 분명하게 인지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은 이미 표출된) 갈등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걸 관리하는 '합리적인' 방법들이 자리잡은 근미래 세계관 묘사가 살짝씩 드러나는 게 재밌네요. 화영과 비슷한 능력자는 다른 초능력물에도 등장하지만, 듀나님 세계관 안에서 그런 능력자가 주인공으로 활약해서 사람들의 잠재적 욕구와 억압을 폭발적으로 드러났을 때의 파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 특이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명하지만 단단한 무언가가 화영의 정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지희는 곧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의지였다" 이 문장은 무심하게 읽기가 어렵게 됐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