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이지만 왜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고집하는가

그냥 경험 얘기입니다. 여기 뉴욕에서 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하기 전에 학교 교수님이랑 책 개정 작업을 같이했어요. 제가 초안 잡아가면 70대에 가까운 할아버지 교수님이 꼼꼼하게 고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한번은 교수님이 이런 지적을 하셨어요. 제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인칭대명사 he를 사용한 이전 에디션을 그냥 놔뒀더니, 이걸 다 he or she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게 좀 복잡한 문제라서, 예전 판례는 거의 he로 통일되다시피 되어있고, 판례를 인용한 책은 그걸 그대로 따르고...


교수님의 말씀 요지는 그렇습니다. 너는 어려서 이런 문제를 쿨하게 (혹은 쪼잔하지 않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he 옆에 she를 덧붙이는 건 60-70년대 여성들이 싸워서 이룬 일이란다. 따라서 이 책의 독자층 중에는 이 문제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그러니 문장이 좀 깔끔하지 못하더라도 두 인칭대명사 같이 쓰자.


뭐랄까, 사소한,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트집잡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언제든 말보단 실질이 중요한 것도 맞고요. 하지만 저는 조그마한 수고 정도는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야근하러 이만 'ㅅ'

    • 잘 읽었습니다. 무슨 이야긴가 했더니 간밤에 논쟁이 있었군요.

      어떤 때는 용어 사용 자체가 실질의 중요한 일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 전 오늘 놀아요. 호놀룰루~
          • 넵 !!!!!!!!!!!!!!!!!!!!!!!!!!

            좋은 밤 !
            • 느낌표 수십개!! 이것은 전쟁인건가요 'ㅅ'?
    • ^___^ 같은 의미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 기분이 다르죠.
      애초에 문제제기가 이런 부드러운 표현이었다면 반응이 조금은 달랐을 거 같아요.
      • +1. 취지는 공감하나 표현이 ... 보다 좀 질렸습니다.
        • 근데 참 감정적으로 되기 쉬운 문제라는 생각도 들고...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야근 켁켁)
      • 비속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때에도

        '부드러운 표현'을 써야 하나요?



        저쪽은 욕했지만 상냥하게 응대합시다?

        여기가 고객센터는 아니잖아요
        • 태도가 의도를 윤색시킨다면,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꺽어도 되지 않을까요.
          부차적인 결과들이 목적이라면 비아냥이나 격하게 말해도 되겠지만, 그건 아니잖아요.
        •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서 '내 말이 얼마나 잘 먹히게 하느냐'의 관점으로 보면 부드럽게 말하는 편이 낫겠지요.
          의견 제시는 결국 내 의견 팔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요.

          결론을 수긍하기 싫으면 방법을 공격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방어 차원에서도 유리하고요.

          논란을 일으켜서 주의을 환기시키는 게 목적이라거나, 아니면 어차피 인간은 말 안 통하게 돼 있어, 널 바꿀 생각은 없지만 너 기분 좀 나빠 봐라 하는 게 목적이라면 (제 경우는 주로 이래서 말이 거칠게 나가더군요) 거칠게 나가는 것도 괜찮겠습니다만.
    • 다른 유럽어와 달리 명사의 성도 없어졌으면서 아직도 괜히 (s)he 갖고 고민하는 영어가 좀 우습기도 한데
      우스갯소리로 3인칭 대명사 she, he, it을 통합하여 shit으로 쓰자는 얘기도 있죠
      • 아, 웃었어요. 센스있는 이야기네요.
    • 사실 제 에피소드는 좀 특이하긴 했어요. 아무리 선생님이지만 나이 많은 백인 남성이 훨씬 어린 아시아 여성한테 여성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상황이라 교수님도 좀 조심스러우셨겠죠. 저는 드디어 퇴근해서 기쁩니다 오호홋.
    • he/she 대신 아예 그냥 she로 받는 경우도 왕왕 봤어요
      좋은 일화,그 정도 수고는 할만한 거군요 역시.
    •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에피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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