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의 불화..

저는 덩치가 큰 편입니다. 털이 북실북실한 무스탕을 입고 회사 출근하면 '야 무슨 불곰들어오는 줄 알았다'는 소리를 들으니 말 다했죠. 


그런데 의외로 입이 짧은 편입니다. 대개 잘 안먹는 음식이 냉면, 삼계탕, 닭죽 인데 냉면은 고3때 잘못먹고 체해서, 삼계탕과 닭죽은 먹으면 배탈이 나서 안 먹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선 그런게 없는 법.. 앞에서 말한 음식이라도 웃으면서 잘 먹어줘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전 중복때도 나이가 지긋한 거래처 분들이 삼계탕을 사주셔서 국물 조금 남기고 싹 먹는 위업을 이룩하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집 밖에서의 이야기이고 집에 오면 또다시 입이 짧아 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오늘 어머니가 가족과 함께 복치레를 하자고 닭죽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들 수고한다고 한 그릇 가득히 부어주시는데 한숨만 나더군요.


한 숟갈 먹고 또 먹는데 먹기 싫어져서 결국 저녁 물렀습니다.


결국 먹다 말고 과일로 저녁 때우고 말았습니다. 


이제 어른의 입맛을 가질 나이인데.. 중, 장년층 사교계에서 잘 먹는 음식과 아직도 불화하니 참 걱정입니다.


음식 식성도 피터팬 신드롬을 따라가는 건지...

    • 속에서 안 받아서 못드시는 거야 어쩔 수 없지요. 세 가지 못드시는 건 입이 짧은 것도 아니에요.
      싫어도 억지로 먹어야 하는 입장이 슬프군요.;; 오늘 드신 닭죽이 배탈은 안 나셔야될 텐데요. 소화를 빕니다.
      • "소화를 빕니다"라니 지금까지 들어본 격려 멘트 중 가장 귀엽네요. 저한테 하신 말도 아니건만 만년 소화불량을 달고 사는 입장에선 완전 힘나요!
    • 입이 짧아 그런거죠 억지로 같이 먹어야 할 일 없으면 더 그렇죠.
    • 저도 삼계탕을 싫어하진 않지만 양이 적어 많이 못 먹는데 그렇게 1인당 한그릇씩 배당(?)되는 상황이면 항상 난처했던 기억이 있네요.
      돈 아까워서요. 남겨진 음식도 아깝고.
    • 저도 국민학생입맛이라 늘 놀림당하는데 직딩2대식 삼겹ㅡ닭을 못먹어서 사회생활 고초가 많죠. 입맛은 그냥 각자의 기호로 인정해줬음하는데 말입니다. 삼겹집에선 냉면!먹고 삼계탕집에선 맨밥에 김치로 먹고 꼭 인자기급위치선정으로 구석에 박힙니다. 그래도 왜안먹냐 먹어라 하는 공격에 힘들죠. 두드러기나는걸 보더니 그 다음엔 안 권하더라구요. 꼭 피를 봐야 끝나ㅜㅜ 피터팬 신드롬을 따라가는걸까요? 입맛만은 놓치고 싶지 않네요. 변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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