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이야기 (정읍은 시골아닌가요?)

1. 일단 인구가 대략 30만에서 12만 정도로 줄었습니다. 이중에서도 허수가 꽤 많죠. 왜냐면 시골 지자체는 인구 유지를 위해서 주소지를 이전해도록 권장하고, 공무원에게는 할당까지 내립니다. 


2. 이곳에도 극장이 하나 있습니다. 1박 2일 마지막회 나오는 극장요. 어릴 때부터 있던 극장중 유일하게 살아남았죠. 3개관인가 있는데 표가 전표같이 생겼고, 지정석은 없습니다. 그리고 내부 조명이 정육점 조명입니다. 


3. 인구 구성은 학생, 일단 학생은 겁나게 많습니다. 어디가나 학생뿐. 2,30대는 시청을 가야 만날 확율이 높습니다. 중년이나 노년층은 많습니다. 


4. 일 때문에 면단위로 출장을 나가면 지금은 농사철이라 집에 아무도 없고, 대부분 집들은 문이 열려있습니다.


5. 정읍이 시골인 까닭은 제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가 누구 아들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시골에서 남들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러기도 쉽다는 뜻 입니다. 


6. 요즘은 농촌 사람들도 시내에 아파트를 얻고 차 타고 다니면 농사 짓습니다. 물론 좀 사는 사람들 이야기지만...

   때문에 정읍의 아파트 값이 전주보다 비싸거나 비슷합니다. 


7. 시골에서는 먹고 살 것이 없습니다. 농사 지어 먹고 산다는 말은 거의 거짓말이고 죄다 농협 끼고 빚으로 살죠.

    정부에서 그나마 이렇게 자금이 풀려서 농촌이 사는 것도 맞는데, 그것때문에 농민들이 거지근성에 찌든 것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정읍은 김제와 연결되는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농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너른 농토에 요즘은 축사 없는 곳이 없을 지경입니다.

    근 10년간 축산경기가 좋아서 많은 농민들이 축산에 뛰어 들었고, 그 결과가 요즘의 소값 폭락이죠.


8. 시골에 살다보니 직업고 그렇고 소값, 돼지값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왜냐면 이게 지역경제의 호황을 뒷받침하는 지표거든요.


9. 사람 사는 건 도시나 시골이나 똑같아요. 나쁜 놈은 나쁘고 좋은 사람은 좋죠. 다만 위에서 적었지만 시골은 작은 명함 하나 내밀정도 간판으로 큰소리 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사람이 참 많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10. 시골에 살다보니 패배주의가 가장 큰 문제 같아요. 도시로 진출하지 못한 애들만 남아서 사는 것 같은 분위기. 직장은 정읍인데 집은 광주나 전주, 매일 출퇴근하는 삶. 요즘은 축산이 돈이 좀 되어서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똑똑하고 패기 있는 젊은이들 보다는 할 것 없어서 집안일 물려받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이라 편견이 많습니다.

어릴 적 제 고향은 어디가나 나락이 풍성한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어디가나 축사 축사 축사... 여름만 되면 냄새 냄새 냄새...

(소를 키우는 축사가 많아서 다행이에요. 돼지농장이었다면 아마 기절하고도 남을 겁니다. 돼지농장 근처 가보신 분은 제 말 이해하실 거에요.)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짓고 살려고 계획했는데,

지금은 완주쪽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농사가 돈이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시류기는 한데, 그냥 매번 제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 7. 성석제의 단편소설이 생각나요.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떠오르시는 걸까요?
        • 네, 그 소설 참 좋아하거든요.
    • 1박2일 봤습니다^^ 시골이라해도 무난하지 않을까요.
    • 대체로 공감하지만, 농민들의 거지근성이라는 표현은 다소 불편합니다...
      • 저는 이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자금도 다 빚인데, 왜 농민들은 그걸 당연하게 쓰고
        또 때가되면 감면해달라고 하는거죠.
        농촌에 농협 빚 없는 가구가 몇이나 될까요?
        이게 문제에요.

        신용등급 8,9등급으로 1억 가까이 대출 받는다는 것.
        담보도 없이 말이죠.
        이게 도시에서 가능할까요?
    • 정읍 하면 정읍사가 떠오르지요 시골이 크게 변하는데는 100년이 걸린다 그러죠.
      우울한 마음이면 우울한 정경 뿐입니다.
    • 정읍하면, 그 정읍사극장이었던가요? 작은 천이 있고, 그 양 옆의 벚꽃나무가 아주 인상적이고,
      도시가 낮아서, 좀 평화로워 보이던 인상인데, 축사, 축사, 축사는 생각도 못했군요;;
      막상 한우 먹으로 정읍 산외는 자주 가면서 말이죠...
    • 농사짓는 부모님이 계시는지라 거지근성이라는 말은 좀 불편하네요.
      뭐.. 축사를 갖고 계시진 않지만요.
      근데 뭐가 유행을 한다면 그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밀어서 그래요.
      그걸 하라고 부추기거든요. 대출해준다고 하면서..
      옆에서 다들 그걸 하고 있으면 나만 안한다는 건 쉽지가 않죠..
    • 거지근성이라는 말이 좀 심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농협만 오면 정책자금 나온 것 없냐고 물어보는 분들 보면 좀 그래요.
      모든 농민이 다 그렇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 정읍이 시면 그렇게 농촌이 아니죠..
      정책자금은 필요하죠. 요즘 기계없이 농사됩니까?
      트랙터, 베일러, 콤바인, 이앙기, 관리기 제대로 갖추려면 수억이 드는데 그거 정책자금없이 한다는 거 불가능해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축사가 많다고 하지만 전국적으로 한우키우는 농가들은 감소추세입니다.
      게다가 소형 축산 농가는 더더욱 감소추세가 급격해요.
      소키우는데 냄새 나기 마련이죠. 그게 왜 불만이신지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농사가 돈이 안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농사짓는 분들 수입이 나쁘지 않아요.
      도시 사람을 바보취급하죠.
      왜 그 고생해서 쥐꼬리만한 월급이나 받고 사는지 모르겠다고.
    • 거지근성이라뇨... 시골사신다고 해도 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사는게 어떤지 잘 모르고 얘기하시는것 같네요
      농사도 사업같은거예요. 정부가 눈이 멀어서 대출 펑펑 해줍니까? 이자도 꼬박꼬박받고, 이율도 매년 오릅니다

      윗분 말씀하신것처럼 지방정부가 특정사업을 밀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 밀어서 돈이 굴러들어오기 시작하면 지방경제가 확 살아나거든요. 시골같은 경우는 효과가 엄청나죠.

      경북지역 시골에 한동안 관련 조사다닐일이 있었는데 한 동네는 정말 2000년대 중반까지 가구수가 너무 적어서 핸드폰 사용을 못했다더군요. 사용자가 너무 적어서 통신사에서 기지국 개통을 안해준대요. 근데 그 분들 새참드실때는 2시간 동안 자가용 몰고 동해안가서 회드시고 옵니다. 짜장면 짬뽕은 진짜 바쁠때 하는수 없이 시켜먹는거라고 하시구요. 인근 지역 다른동네에서도 서울에 자녀들 교육용으로 따로 아파트 한 채 사두고, 부모님들만 여기서 농사짓고 사신다는 집이 있더군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집은 축산업하시면서 물가비싼 유럽에 자녀들 유학보내고 본인들 여가에 대한 투자도 보통이상이시구요. 이분들 다 전업 농업인들이십니다.

      그 몇분들만 특별히 이상하게 부자가 아니구요, 환금작물 도입하고 농협대출 끌어서 설비투자했다가 시기를 잘 타서 대박터트린 촌동네가 의외로 많습니다. 전국단위로 보면 엄청나겠죠. 게다가 파프리카, 딸기처럼 일본으로 수출하기 시작하면 이건 뭐 장난이 아니게 됩니다. 이렇게 한 집이 대박나기 시작하면 그 동네 논밭에 농작물 종류가 그걸로 다 바껴요. 그럼 그 옆동네 군청은 그걸보고 또 벤치마킹하죠. '우리도...' 이런 마인드로요. 그겁니다. 그냥 시장논리예요. 눈먼 돈이 남아돌아서 대출 퍼주는거 아닙니다. 그리고 요즘 농사 돈 많이 들어요. 축사만 세우고, 비닐하우스만 세우고 끝? 이런거 아니예요. 기계며 설비며 원가도 장난아니지만 그것들이 잡아먹는 기름이 또 장난이 아니예요. 농협에서 면세유 대준다고 안심하고 기댈만한 정도가 아닙니다. 님 눈에 거지근성으로 보이는 그 분들은 사업아이템 선정, 시기선정을 잘 못하고 계셔서 실패를 거듭하시는 분들인거죠. 아니면 정말로 거지근성으로 똘똘뭉친 소수의 구제불능들이거나. 시골동네 살면 다 농사통이고 그 동네통입니까? 잘 모르시면서 남의 근성을 거지라고 싸잡아 몰아세우시는거 아닙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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