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 이토 히로부미 미화 논쟁

뮤지컬 영웅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영웅시했다,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등 미화했다,

이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요즘 서서히 득세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저 개인적으로는 영웅 역시 명성황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여전히 민족주의적 감상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어서 별로였거든요.

그런데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다소 입체적인 묘사가 있다고 해서 제작진을 친일파로 몰고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고 장진영씨가 나왔던 <청연> 사태가 오버랩됩니다.

이 영화도 내용은 다분히 민족주의적이었는데, 괜한 트집 잡아 나름 참신한 시도의 작품 하나 매장시켰었죠.

 

요즘 보면, 정치 지배자들만 문화예술을 탄압하고 말살하는게 아니라 대중은 더한 것 같습니다.

선동에 홀랑 홀랑 넘어가고, 매사를 아주 단순하게 파악하죠. 

친일파 욕하고 한일전 응원한다고 애국일까요?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지성의 힘을 갖추는게 진정한 애국이라는걸 아는 사람들이 얼마 없는 것 같습니다. 

 

더워 죽겠는데 괜시리 나라까지 걱정되는 여름 오후....-_-;;

    • 예전에 어떤 모신문의 독자기고란에서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사무라이들 춤추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며 어떻게 그런 장면에서 박수를 칠수있냐고 관객들을 질타하는 글도 실렸더랬습니다.
    • 미화라는 생각까지는 안들던데요. 무조건적으로 악한 인물로 그렸으면 내용이 아동용 전기물처럼 되어버릴지도요. 이토 히로부미보다도 존재 이유를 못찾고 두둥실 떠있는 여성캐릭터들부터 어떻게 해야겠던걸요 제 기억엔...
    • 영웅의 몇몇씬은 좋아했지만, 공연 자체는 좀 그랬어요. 제작자들의 친일파 논란까지는 오버라고 생각하지만, 공연 자체가 객관적인 척 하면서 이토 캐릭터를 굉장히 감상적으로 만들어놨죠. 모르고 보면 이토는 자기 나라 생각하는 진중한 할아버지. 안중근은 그런 할아버지를 쏴죽인 남자. 이걸 왜 뉴욕에서 공연했는지…… 이젠 중국과 일본 진출도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더 저렇게 그려놨을지도요. 이토히로부미를 그렇게 감상적으로 그려서 안중근과 동일선상에 놓았으니 쓴소리는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연 때부터 이 말은 계속 나왔었죠. 그땐 인기 주연 배우들 덕에 관객이 들어서 큰 이슈가 안 됐을 뿐.
      그리고 극의 최고 문제는 여자 캐릭터들이란 것에 공감합니다. 그 둘만 없어도 봐줄 만할 텐데…
    • 미화 이전에.....뉴라이트계열이 제작에 일부 관여하고 있어서....해외공연때 내용이랄까, 디테일을 좀 수정했던 전적이 있어요.
      그런일들이 있은 후에 뮤지컬 팬들한테 서서히 외면당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 자체는 애정이 별로 없지만, 넘버가 너무 좋아서 어떤 식으로든 잘다듬어져서 올라왔으면 좋곘어요.
    • 신파적 민족주의 감성 때문에 이토는 회한에 찬 노인, 여성 캐릭터들은 구색갖추기용 장식품이 되어버렸죠. 저도 그게 이 작품(과 제작진)의 한계라고 봐요. 뉴라이트 얘기는 루머라고 제작진들이 해명한걸 봤는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 음..
    • 좀 어울릴지 아닐지 확신은 없지만 비슷한 주제에서 제가 항상 하는 말인데요 "the audience is always right." 입니다. 동의하지 않을 분도 많겠지만요



      뮤지컬 영웅은 보질 못했지만요 청연은 봤습니다 좋은 영화였지만 망했죠 안타까운 일이지만 접근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 관람하지 않은 사람도 audience로 치나요?
        • 관람하고 하지 않고를 저희가 알 수 있나요?
      • 관객이 언제나 옳다는 것은 손님이 왕이라는 말처럼 일리(만) 있는 레토릭이죠. 경찰에 신고해 마땅한 진상 손님도 얼마나 많은가요..^^
        저는 <청연>의 경우 소재가 참신했고 만듦새도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결국은 뻔한 민족주의 영화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처럼 대중들이 작품 내적인 이유로 외면한다면 그것은 받아들여야겠지만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작품 외적으로 정치적 이분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청연>이나 <영웅>의 무슨 접근이 어떻게 잘못되었다는건지를 잘 모르겠네요.
    • 전 뮤지컬 봤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시대상을 한 개인에게 압축해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래도 뮤지컬에 문제가 많습니다. 인간 이토 히로부미가 괜찮은 사람일 수 있고 인간 안중근 의사가 끝없이 고뇌할 수 있습니다. 거럼요. 제작자는 "영웅 속에서는 안중근도 이토 히로부미도 둘다 희생자로 그려집니다. 시대가 만들어낸 운명적 만남"운운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은 아니지 않습니까. 뮤지컬 시작할 때 나오는게 "조선은 보물창고"라면서 첫사랑 운운을 합니다. 시대의 흐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이토 히로부미는 적극적이었잖아요. 그때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영국과 프랑스 관계쯤 되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나 시대의 비극이 맞다고 보겠는데요. 두 사람 관계가 동등하던가요. 조선 총독이던 이토 히로부미와 독립군 중사인 안중근의 관계가 동등하다고 하긴 그렇잖아요. 한쪽은 침략하고 한쪽은 침략당하니 서로 주고 받는 것이라서 동등하다고 할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P

      제작자는 서로 조국을 위해 헌신하게 된 두 사람의 대립이라고 말했는데 두 사람이 대립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죠. 시대의 흐름에 쓸려 그 순간 어쩔 수 없었던 행동일 뿐 죄가 없다고 하려는 걸까요. 일본이 조선을 침락하는 것을 시대의 흐름이라고 치죠 뭐. 까짓거. 그런데 그 시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낸 사람 중 한명이 이토 히로부미 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누가 죄인인가'에서 안중근은 비장하게 성토한 다음 "너도애국자나도애국자에블바디애국자예아"라고 노래합니다... 핫핫핫. 뮤지컬 내에서도 일관성이 없어요. 맙소사.

      거기다 명성황우 시해 사건을 목격한 명성황후 빠순이 궁녀가 이토를 죽이려고 하는 스파이인데 이토의 인간성에 감화되어 차마 죽이지 못하고 자살합니다. 핫핫핫. 심지어 이토는 이 여자 캐릭터에게 "너에겐 눈물은 어울리지 않아"라는 80년대 복학생 멘트를 날립니다. 이 여자는 "쟨 명성황후 PPL하러 왔나"싶을 정도로 명성황후만 부르짖던 여잔데 그 말에 넘어갑니다. 으아아....



      일제 강점기는 분명히 일본의 과오고 반성해야 하는 역사이고 청산되지 못한 역사입니다. 그것을 "소통하지 못한 역사의 비극"이딴 식으로 포장하기엔 아직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전쟁침탈따위 스쳐지나가는 나뭇잎만도 못한데 "쟤가 나쁜 놈이라서 제가 죽였습니다"가 어떻게 이해가 되겠습니까. 말년의 이토가 인생의 황혼기에 후회하고 자신을 반성할 수 있습니다. 그 후회조차 그 잘난 "대일본제국"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잖습니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대신 변명과 옹호를 하는 캐릭터가 나와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평면적인 캐릭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알겠지만요.

      전쟁은 개인의 비극이기도 했지만 시대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네, 시대의 비극은 이럴 때 쓰이는 말입니다. 상상할 수조차 없고 공유될 수 없는 폭력의 기억이 시대의 비극인 것입니다. 그런데 뮤지컬 '영웅'은 가해자가 자신에 대한 변명보다 더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변명해주는 서사입니다.

      제작진은 그렇게 예민한 주제에 대한 고민 없이 쉽게 만들어진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한 국가가 한 국가에 대해 저지른 범죄는 개인이 저지른 것이 아닙니다. 개인이 사악하기에 대동아 공영권이 생긴 것도 아니고 어떤 개인의 실수도 아닙니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그것도 일제 강점기를 개인과 개인의 대결로, 영웅들의 반목으로 그리는 뮤지컬 '영웅'이 그리는 서사는 천박하고 기만의 서사입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점은 여자캐릭터들이 왜 나왔는지 알수 없다는 것과, 일본은 그렇게 찬란하게 묘사하였으면서 그렇게 후진 한복들만 나온다는 점에 있죠. 배경이 궁궐인데 그런 괴상한 한복은 처음봤어요. 하다못해 게이샤 의상과 춤에 넣은 성의의 1/10만 한복에 쏟아보지 그랬어요.

      제작진이야 자료조사하다 이토 히로부미 홀딱 반한 것뿐 친일파까진 아니겠지만요.
      •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저도 설희 캐릭터(명성황후의 궁녀였다가 이토의 인간미에 감화되어 자살하는-_-) 정말 이해가 안됐고,안중근 의사를 짝사랑하는 중국인 소녀는 도대체 왜 등장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유부남 혹은 노인과 어린 소녀와의 억지스런 러브라인은 거북스럽기만 했습니다.여러가지로 찜찜한 뮤지컬이었어요.
      • 명성황후 식의 신파와 감상주의가 판치고 있는거 맞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이 이토를 인간적으로 미화한 배경에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해보려는 시도와 상업주의가 섞여있다고 생각돼요. 이토가 예를 들자면 <추적자>의 강동윤이나 <성균관 스캔들>의 거 누구더라, 김갑수옹이 맡으셨던 좌상대감처럼 나름의 논리와 카리스마로 무장한 악인으로 묘사됐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으리라고 봐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문화예술작품에다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 이분법을 적용하려는 대중들의 행태입니다. 이 사람들은 이토를 뿔달린 도깨비로 묘사한 초등용 위인전이나 프로파간다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이런 대중들의 여론이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치권력은 견제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라도 있지만 대중권력은 아직 그런 장치가 없는 상태라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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