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TV나 드라마도 공포 장르는 일부러는 보지 않습니다. 공포의 추억이 현실에 달라붙어 걸치적거리기 때문인데 혹시 이 글 내용도 그럴 수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피해주세요.
오늘 방금 길을 걸어오다가 고양이를 보고 잠깐 놀랐습니다. 그 후 마음을 진정시키며 사람에게의 고양이와 고양이에게의 사람 어느 쪽이 무서운가를 떠올렸습니다.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처참히 죽은 고양이를 봤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아기와 성인 중간 쯤 크기의 고양이었습니다.
어딘가 치워보려고 (아니면 매장해보려고) 검은 비닐을 들고 나갔습니다만 옆으로 치우기는 그 집 주인이 기분나쁠것만 같고 공원은 묻지 않는 이상 폐만 될듯 싶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강이나 들판께까지 갈까 했지만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이상합니다.
2 블록 옆에 아직 그 고양이는 누워 있습니다. 온갖 관련 망상이 떠올라 우울해져 참기 힘드네요. 이 글도 참 치사합니다..
이 글을 지울까 말까 고민했습니다만, 도움을 받아 행동을 할 수 있었기에 놓아둬야겠습니다. 댓글이 계속 달리지 않았다면 마치 게시판에 죽은 고양이을 둔 것만 같아 빨리 치우고픈 마음이었습니다.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올린 글은 지우지 않는다는 개인적 소신과 싸우고 있었는데 다행이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작은 쓰레기봉투, 200원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싼 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고양이 앞에서 한참 떨다가 뒤짚은 봉투 안에 조금씩 넣었습니다. 아직... 따뜻했습니다. 개인 집 앞은 다들 싫어할까봐 공원 옆 쓰레기 모아두는 곳으로 갔습니다. 누군가 나와서 분리수거를 버리고 있어서 숨어서 기다렸습니다. 슬펐습니다.
한겨울 새벽길에 로드킬 당한 (혹은 차 밑에 있다가....) 냥이를 발견했던 적이 있는데 너무 초현실적으로 슬퍼서 한동안 가슴이 아파 그 길로 못 지나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그 때 감정이 되살아나네요. 잔인한오후님 마음이 짐작이 됩니다. 저도 그 때 몇 번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두고두고 그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로드킬 당하는 녀석들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본 녀석은 늘씬하니 6개월령쯤 되어보였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울렁거림이 가라앉았네요. 댓글 하나 하나에 마음이 수그러드네요. 감사합니다. 주택가의 길이라 차도 사람도 오토바이도 다닐 수 있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그 고양이의 눈을 마주쳤었어요. 다른 고양이 2마리가 그 주위의 쓰레기봉투 더미를 맴돌면서 저를 계속 돌아봤습니다. 원 글에서 비닐을 들고 나갔다가 포기하고 다시 들어와 글을 올렸는데 교묘하게 그 단락이 빠져있네요.
사실 이렇게 하거나 안 하거나 새벽 청소에 고양이는 치워졌을 것이고 저는 죄의식을 덜기 위한 의식을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의미가 있다는 건, 살아 있는 이들이 짜내는 거겠지요. 다시 한 번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