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이라도 미물이 아니구나

오늘 집에 돌아오는데 낮 익은 고양이를 봤어요. 제 고양이인 이쁜이 곱단이의 전 남자친구(인지 남편인지-_-)인 두꼬리가 보이더군요.

우리 이쁜 이쁜이 곱단이를 노리는 숭악한 숫코양이 따위, 보이면 밉지만 또 안 보이면 궁금한 것이 사람의 정이라,

"너! 두꼬리! 요즘 왜 우리 집 안 와"하고 소리를 꽥 지르니 이쪽을 돌아보더군요. 자세히 살펴 보니 쥐를 쫒고 있었어요.

 

'네놈이 이제 우리 집 밥을 못 먹으니 쥐사냥이라도 하는구나. 사내고양이구실은 하는 놈 같으니'하고 쳐다보고 있으려니

쥐를 데리고 놀고 있더라구요. 제가 볼땐 왁 달라들어서 물면 잡을 것 같은데, 잡지를 않고 빙글빙글 쫒아다니는거에요.

차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쥐를 보고 있더군요.  쥐는 발발발 기어다니면서 도망다니는데, 체격차가 있으니까

아무리 쥐가 뽈뽈대도 두꼬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에 못 미치는 거에요.

 

그렇게 쥐는 차도 같은 곳을 뽈뽈거리고 빙빙 도는데, 두꼬리는 그보다 한 계단 높은 계단참 같은 데에서 그걸 보면서 따라다니고,

근데 쥐가 그렇게 한참 돌다가 '이상하네? 이제 없나? 왜 안 쫒아오지?' 싶었나봐요. 고개를 탁 들어 보더군요.
그리고 두꼬리랑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라는 것은 제 기준. 쥐의 머리가 두꼬리 쪽을 향했습니다)

 

그러니까 쥐가

"꺅!"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정말 들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말할 수 없게 사람(?) 같았어요. 상황도 너무 사람(?)같고.

공포영화로 치면 살인마를 피해 달아나는 여주인공이 마구 도망치다가 한숨을 돌리고 이제 따돌렸나 싶어 고개를 들다가,

천장의 살인마와 눈을 딱 마주치는 것 같은, 그래서 눈을 마주치고 "꺅!"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어요.

쥐에게도 '당황' '공포'같은게 정말 있고, 고양이를 보고 무서워하고 놀래는 감정이 있고, 아니, 알고야 있었지만,

그걸 진짜 알았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쥐도 사람처럼 고양이를 '보는'구나 싶었어요.

 

덧: 쥐는 이쁜 생물이더군요. 어렸을때 쥐 많이 보고 살았는데 항상 끈끈이에 붙어 있는 것 보다가-.- 보니까 몸도 자그마하고

꼬리도 날씬하고 어여쁜 것이 얼마나 귀엽든지. 지금쯤 두꼬리의 뱃속에서 소화되고 있겠지만-.-  집에 와서 말하니까

엄마도 대 동의. 눈도 반짝 반짝 털도 반드르하고, 더러운 데만 안 다니고 더러운 것만 안 먹으면 귀여운 물건이라고...

 

    • 쥐가 고양이가 위협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시각정보로 처리할 수 있고, 당황과 공포를 느끼고, 그것을 음성으로 표현할 줄 알고 있다는
      점을 안 것이 놀라웠다고 해야 할까, 미물 미물 하지만 알 거 다 알고 할 거 다 아는 생물이었어요...
    • 저 그거 알아요. '꺅" 예전에 우리 나비가 생쥐를 가지고 놀적에 들었어요.
    • 명복을2... 쥐에 대한 묘사는 귀여운데 살인마 비유는 감정이입하니까 섬뜩하네요... 모순적인 느낌적느낌(?)
    • 고양이를 키우면 바퀴벌레도 사라지던걸요. 신기하더라구요
    • 두꼬리..

      작명의 유래가 궁금해지네요.

      나름 저그들도 포식자.
      • 꼬리가 기형이라 짧고 뭉툭한 꼬리가 두개인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래서 두꼬리.
    • 쥐 종류는 조용한 생물이지만 힘들고 괴로울 때만 소리를 내요. 햄스터를 키우는데 고 조그만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발가락으로 땅 파고 있는거 보면 정말 귀엽죠.
      • 저도 햄스터를 키우는데 토실토실 엉덩이가 너무 귀여워요♥

        퍼져서 자고 있을 때 슬쩍 건드리면 눈도 안 뜨고 짜증을 내요 ㅋㅋ
        • 짧은 꼬리랑 엉덩이 쳐들고 땅 파파박 파면 (사실 팔것도 없는데) 녹아요. 저희집 애들 중에 친한 녀석은 잘때 깨워도 손에 올라오려고 버둥버둥 합답니다.
    • 저도 햄스터 키울 때 새끼가 꺅 하는 소리를 내는 걸 봤어요.
      이제 털도 얼추 나고 어미도 크게 경계를 안하길래 새끼 한마리를 꺼내봤는데 고놈이 놀랐는지 빽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미안하게스리 ㅠㅠ
    • 두꼬리는 도둑들에 나오는 예명같아서 귀엽네요!

      본가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감정의 폭이 어린아이처럼 다양해소 깜짝놀라곤해요.

      쥐가 꺅! 하고 놀랐을때 두꼬리는 흐흐흐 놀랐지 요놈 하고 즐거워했겠죠 ㅠㅠㅠ??
    • 이쁜가요..시골가서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서 쥐한마리가 튀어나오던데 그 사이즈와 흉폭함이 만렙이었죠-_-;...
      • 랫 말고 마우스ㅠㅠ 자그마한게 발발발 기어다니는게 전 좀 귀엽던걸요.
    • 쥐도 종류가... 생쥐 종류가 좀 귀엽죠. 꼬리 빼면... 털없는 꼬리는 싫어요...
    • 저렇게 묘사하니까 진짜 리얼한데요 ㅎㅎ 근데 저희 집 야옹이들은 햄스터랑 같이 키워도 전혀 해치질 않네요..고양이답지 않은 것들 같으니라고
    • 이쁜이 곱단이 두꼬리 이름 정말 멋지네요. 쥐에게 잠시 감정이입을 했지만.... 어쩔 수 없어요..ㅠㅠ 고양이도 먹고 살아야죠..저도..ㅠㅠ?
      • 감사합니다 제가 지었어요-_-v 쓸데없이 어려운건 싫단 주의라.

        길순이 땡이 똘이 보름이 조막이 이쁜이 곱단이 삼순이 삼돌이 맘보 설표 천적이/ 우리 집을 거쳐 간 고양이들은 다들 토속적인 이름!
    • 쥐는 저도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해요. 쥐를 보고 놀라는 건 더러워서 그런건지 징그러워 그러는 건지 아직도 모를 정도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으면서 고기맛이 나는 것은 무엇인가 가끔 생각해 봅니다. 콩고기요? --a
    • 저도 이와 비슷한 광경을 본적이 있어요.

      저희 고양이가 옥상에서 어린쥐 한 마리를 잡아서 놀고 있었는데, 그 어린쥐가 벌벌 떨어대는게 먼발치서도 보이더군요. 너무 불쌍해서 살려줬어요. 그 다음에는 마구 화내는 울 고양이 달래느라 좀 혼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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