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인사 + 여름에 본 뮤지컬들 관련 잡담


안녕하세요!!! 눈팅 수 년 끝에 이제서야 등업해서 글을 남기게 됩니다^^

듀게에서 좋은 글들 많이 봤는데, 제가 괜히 누를 끼치지나 않을지 염려되네요ㅠ

어쨌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첫 글로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하다가 여름 들어 본 뮤지컬들 이야기를 써 보려 합니다.

사실 뮤지컬을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녜요. 아직 대학생이다 보니 용돈의 한계가ㅠㅠㅠ

그런데 몇 달 전에 갑작스레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면서 용돈이 텅텅 남게 되니까 이걸 어디다 써야 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연애하면서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자연스레 멀리 하게 되다 보니 새삼스레 다시 거기 끼기도 뭐해서, 

평소에 관심은 있었으나 자주 보지 못했던 뮤지컬들을 두 달 동안 잔뜩 예매했습니다.

예매해두고 하나둘 보게 되던 찰나에 다시 연애를 하게 돼서... 요즘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요ㅠ


어찌됐든!


여름 들어 처음 봤던 뮤지컬은 '위키드'였어요. 어쩌다 충동적으로 1열 둘째 줄 자리를 양도받아서 보게 됐는데 명불허전이더군요.

사실 스토리에 있어서는 조금 실망을 했어요. 재료는 풍부한데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1막은 흔한 하이틴 무비 스토리의 변주 같더니 마지막에 Defying Gravity로 빵 터뜨리길래 2막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나 싶었더니,

2막 들어서는 이야기 전개가 갑자기 빨라지면서 수많은 사건들을 다 겉핥기 식으로만 훑고 지나가니 주제가 제대로 살지를 못하더라고요.

게다가 1막이 화려한 클라이막스로 마무리된 데 비해 2막은 사건은 많은데 이렇다 할 클라이막스 없이 지지부진하게 흐르다 끝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고 유튜브 영상으로만 봐 오던 Defying Gravity의 그 순간을 직접 목도하고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돈값은 했다고 생각합니다ㅠㅠ 그야말로 소름이 쫙!


그 뒤엔 '라 카지'를 봤습니다. 정성화, 남경주, 이동하, 천호진, 전수경, 김호영 캐스팅으로 봤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맛깔나더라고요. 특히 정성화, 남경주, 김호영이 극을 다 살리다시피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극 자체로는 그저 그랬다고 생각해요. 원작이 워낙 옛날 작품이라서 그런지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서 조금 구식이란 생각을 했어요.

모든 인물들은 심할 정도로 과장되어 있고, 극은 가볍고 산만하며 구멍은 숭숭 뚫린 채 균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합니다.

자코브 캐릭터 자체는 매력이 있지만 비중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 싶더니만, 한국 라이센스 버전에서 주 관객 층 구미에 맞게 수정한 부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선택이 극 자체의 완성도를 크게 해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극의 핵심이랄 수 있는 클럽 '라카지오폴'의 공연 장면들이 난감할 정도로 덜 완성되어 있더라고요. 뮤지컬에서 군무 그토록 안 맞는 거 처음 봤습니다. 

최근에 이 뮤지컬 관련해서 사건이 하나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이 뮤지컬은 메인 배우 덕을 심하게 봤다고 생각했던 터라, 

이번 라카지 조연출 트위터 사건이라든지 이지나 연출이 과거에 했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는 뭐,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그 후엔 창작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를 봤습니다. 평이 좋아서 기대를 꽤 하고 봤는데 생각보단 별로였어요...

창작뮤지컬 치고는 퀄리티가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작가가 야심에 비해서 아직 좀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지나치게 편리하게 처리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들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니 썩 재미가 없습니다.

작가가 야심이 넘쳐서 이런저런 소스들을 끌어 왔는데 그걸 그닥 효율적으로 써 먹는단 느낌은 안 들고, 그냥 장식용인 수준에서 그친다고 느꼈습니다.

차라리 작가가 정말 스토리에 잘 녹여낼 수 있는 소재들을 이용했다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지금 형태로는 괜히 특정 만화와 유사성만 부각되는데다, 꼭 이 극 속에서 쓰인 그 소재가 아니었더라도 이 스토리 그대로 흘러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작품 속 곡들도 몇 곡을 제외하곤 썩 좋지가 않습니다. 예전에 '셜록 홈즈' 보면서도 곡이 이렇게 매력이 없을 수가 있나 싶었는데 비슷한 경우더군요.

그래도 뮤지컬판에서 드문 장르물을 이 정도 수준으로라도 구현한 데 있어서 의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모차르트!'도 봤습니다. 박은태, 최성희, 민영기, 이정열, 김순택 캐스팅이었습니다.

박은태 노래 실력은 익히 들은 바대로 굉장했고 다른 배우들도 대체로 좋았던 가운데, 바다(최성희) 누나는 초중딩 시절 S.E.S. 팬이었던 제 가슴에 불을 지르더군요ㅠㅠ

모차르트!의 넘버들은 O.S.T. 앨범으로 먼저 접했고 좋아서 자주 들었습니다. 라이브로 들으니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극 자체는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심리 변화가 중요한데 잦은 암전으로 흐름을 뚝뚝 끊어먹는데다 장면 전환마다 맥락 없이 모차르트의 기분도 휙휙 변합니다.

노래 하나, 군무 하나 더 넣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꾸겨넣은 것이 뻔한, 쓸데없는 장면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아마데라는 캐릭터는 잘만 써 먹으면 극의 깊이를 더할 만한 캐릭터인데 기능적인 역할에만 그치더군요.

오늘 유튜브로 '엘리자벳' 빈 공연 실황을 봤는데, 거기서도 똑같은 단점들이 반복되는 걸 보면 두 작품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의 고질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스케일, 그 의상, 그 군무, 실베스터 르베이의 넘버가 여러 모로 아깝습니다.


'맨 오브 라 만차'는 최근 본 뮤지컬 중 가장 좋았습니다. 황정민, 조정은, 이훈진 캐스팅이었습니다.

극중극 형식을 통해서 이야기를 열고, 마지막에 이르러 이야기를 하나씩 봉합해 가면서 작품의 주제의식이 가지는 힘을 점점 확장시키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학생 여름방학 반값 할인도 있겠다, 동생 생일선물 겸 해서 VIP석 두 장을 큰 맘 먹고 질렀는데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중앙블럭 2열에서 봤는데, 황정민 표정연기가 정말 잘 보이더라고요. 

돈키호테가 거울을 마주 하고 무너지는 장면에서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둘시네아, 임파서블드림, 맨오브라만차 세 곡의 리프라이즈가 연이어 나오는 그 장면에선 결국 눈물이 펑 터져버렸습니다.

여동생 옆에서 눈물 훔치려니까 굉장히 창피하더라고요ㅠ 동생이 나오면서 엄청 놀렸습니다... 하아...

 

오늘(굳이 따지자면 어제군요.)은 '헤드윅'을 보고 왔습니다. 오만석, 이영미 회차로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쪽이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뮤지컬은 헤드윅이 스캔들이 터지고나서 하는 한 회 공연을 관객이 관람하고 있다는 컨셉이다 보니,

한 공연 내에서 헤드윅이 '말로만 전해주는' 헤드윅의 과거를 쫓다 헤드윅이 폭발하고 깨달음에 다다르기까지의 그 과정이 영화에서만큼 잘 와닿지가 않습니다. 

중간중간에 심한 비약이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게다가 뮤지컬은 영화에 비해 유머가 무지 많아서 헤드윅의 이야기에 그렇게까지 온전히 젖게 되지가 않고, 

또 (이번 연출이 유독 심하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헤드윅이 지나치게 설명조로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어 해 주는 편이라 더 몰입이 깨기도 하고요.

그래도 뮤지컬만의 현장감은 무시하기가 힘들죠. 오만석, 이영미 둘 다 존재감이 대단하고 라이브로 듣는 곡들은 신났습니다. 

카워시나 손수건처럼 관객과 호흡을 맞추는 부분들은 특히나 더 즐거웠고요.

앵콜 때 사람들이 죄다 일어나서 방방 뛰는데, 제 주변에 모두 여자 분들 뿐이어서 남자 혼자 쾅쾅 뛰기가 굉장히 민망해 소극적으로 놀다 온 게 괜히 후회됩니다ㅠㅠㅠ


 

    • 이런 신새벽에 인사를 하시는군요. 반갑습니다! :)
      • 어쩌다 보니 새벽까지 안 자고 깨어 있다가 듀게 와 보니 등업이 되어 있더라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 네넹 훈훈한 글 신나는 소식으로 또 뵙겠습니당ㅋ
    • 반갑습니다.만짱 공연 본 지 오래됐는데 보러가고 싶네요.
      라카지가 배우 덕을 많이 봤다는데 살짝 동의해요.
      • 전 헤드윅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오만석 듣던 대로 에너지가 대단하던데요?!!
    • 말씀하신 뮤지컬 거의 다 봤네요. 그리고 감상도 비슷합니다. 전반적으로 연출력이 너무 떨어져서 꽝이랄까;
      모차르트는, 초연,재연, 그리고 올해까지 다 감상했는데, 올 해 연출이 최악입니다+바뀐 캐스팅(특히 앙상블) 연습상태가 꽝입니다...박은태는 여전히 좋았지만, 연기력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므로 그런 욕심따위 버렸습니다..
      라카지는 연출이 이지나씨라는 것에서부터 이미 욕심을 버렸기에, 그냥 좋았습니다. 정성화씨 남경주씨 커플을 보았으니 이제 눈요기하러 꽃커플 보러가야겠어요ㅎㅎ
      블랙메리포핀스는.....아아.....귀에 남는 넘버도 없고 내용도 연출도 너무 겉멋만 들어가서, 안보느니만 못했던 작품이라고 혹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라만차는 범사마와 혜경마마...아니, 서범석+이혜경 캐스팅으로 한번 더 보심이 어떠신지.......

      뮤지컬 보다 파산할 뻔 했던 몇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차라리 요즘처럼 연출가들이 나서서 정 떨어지게 만들어주셔서 참 감사하기까지 하다니까요...휴...
      • 모차르트는 이번이 특히 더 안 좋은 거였군요ㅠㅠㅠ 라만차는 용돈 들어오면 다른 캐스팅으로 재관람할 의향 있습니다!
    • 글루건님의 신새벽을 신년벽두로 알아듣고 벌써? 그랬군요 가입 축하합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
    • 그쵸 저도 스토리로는 pc한 하이틴 무비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노래가 참 좋아서 절로 감정이 이입되도록 하더라고요. 저는 올해 모차르트로 처음 봤는데 제일 안 좋은 연출이었군요.
      • 맞아요 위키드 노래는 정말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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