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오피스빌딩에 입주해 있는데 말이지요. 여태 몰랐는데 직장동료가 하는 말을 듣고서야 엘리베이터에 2층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4층이 없는 건 흔히 봤지만 2층이 없다니요. 당연히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인데 엘리베이터로는 접근할 수 없다니요. 굳이 2층이 없다는 걸 숨긴 건 아니지만 심리트릭처럼 가린 꼴이라 1년 넘게 탔으면서도 2층이 없다는 걸 몰랐어요. 실은 계단으로도 접근이 안되요. 층마다 해당 층 입주사 직원만 들어길 수 있게 보안시스템이 돼있거든요.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요즘 흔한 철골에 유리로 감싼 빌딩이라 밖에서 보면 대충 보이거든요. 그래서 창마다 블라인드가 달려있기도 하고요.
근데 문득 밖에서 2층을 보는데 안보이더군요. 유리인데. 블라인드도 없는데. 무슨 바닷속을 보는 기분.
그걸 보고나니까 그냥 건물관리소가 있겠지 싶던게 흔들리네요. 2층이 이 건물에서 제일 넓은 공간인데 접근불가, 관측불가. 임대목적의 오피스 빌딩이면서 그 넓은 공간에 입주한 사무실 전무하다는게 무지하게 신경쓰이네요.
그리고 다른층에도 묘하게 효율적이지 않은 공간 구성이 있어요. 같은 층에 출입구가 없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나눠진 공간이라거나. 밖에서 보면 꼭 그 층에 입주한 회사 공간 같지만 아니라는 거. 직원용 공간이나 시설관리용 공간 중에 눈에 띄지 않게 벽이랑 같은 무늬로 만들어서 손잡이를 보고 문인 줄 아는 곳도 있긴한데 거기는 그런 것도 없더란 거.
어느 날 이 층 버튼이 나타납니다. 여름이 지나서 에너지 규제가 풀린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호기심 겸 이층 버튼을 누르는 어떤 사람. 그리고 이 층에서 문이 열려 반사적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이제 네 차례야. 꺄하하하' 하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긴머리 산발한 사람이 엘리베이터로 튀어들어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