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 고독한 라디오

사무실에 아주 낡은 라디오가 있다. 연식을 따져보자면 나보다야 적지만서도 라디오 종 사이에선 환갑을 넘지 않을까 싶다. 라디오 옹께서는 자식이나 형제도 없는 독거노인이시기에 근무도 홀로 하신다.


업무 중에는 언제나 라디오를 켜놓는다. tv를 놓는다 한들 쉬는 시간이 아닌한 tv를 볼 수가 없기에 시각을 동원해야 볼 수 있는 tv보단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알아서 귓구멍으로 찾아드는 라디오가 제격일 수 밖에. 이러니 라디오 옹께서는 정리해고의 위협을 당할 일은 없다.


출근하면 라디오를 켜고, 식사 후에도 라디오를 켜고, 야근 중에도 라디오를 킨다. 외롭고 늙은 기계를 혹사시킨다는 죄책감이 들 법도 하지만 할 말이 없지는 않다. 사무실에서 라디오가 야근할 때는 직원들도 야근을 하고, 주 5일제도 지켜준다. 4대 보험과 최저임금에 대해선 우리 논하지 말기로 하자. 

라디오를 그리 켜대니 라디오가 시계를 대신한다. <여성시대, 양희은, 강우석입니다>가 흘러나올 즈음엔 사무실 청소를 할 때이고, <배한성, 배칠수의 고전열전 삼국지>가 끝나면 식사시간이다. 가장 반가운 <김창옥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이 방송될 즈음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잡기 바쁘다. 


사무실에 직원이 혼자 있을 때에도 정적 대신 라디오 소리가 공간을 메운다. 잡음 섞인 라디오 소리가 귀를 두드릴 때마다  라디오를 언제쯤 떠나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 독거 라디오군요 그러다 말이 없으면 떠난거죠.
      •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 그리고 4대보험도 최저임금도 지켜지지 않는 근로조건에 분노가 폭발한 라디오는 라디오액티브를 뿜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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