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수퍼맨에 대한 불만

왜 수퍼맨은 그토록 엄청난 힘을 가졌으면서

고작 강도 따위의 잡범(?)이나 잡는데 허송세월을 하는 걸까요?

 

진정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려면

 

전세계의 핵무기와 ICBM을 다 없애버린다던지

북한 김씨왕조같은 폭압적 독재자를 다 처단해버린다던지

팔레스타인이나 아프리카와 같은 분쟁 지역을 한큐에 정리한다던지

이라크 전쟁을 벌인 부시를 처단한다던지

알 카에다를 다 없애버리던지

점점 더 흑화되어 가는 저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준다던지...

 

뭐 그런 일들을 해야할 터인데 말이죠.

 

    • 전세계의 핵무기를 싸그리 없애는 내용은 수퍼맨4에 나옵니다. 영화가 망작이라 그렇지...(...)
    • 슈퍼맨이 하는 일이 그런거예요. 전지구급 전우주급 범죄자를 잡는 일
      강도를 잡아주고 하는 그런 일은 시간이라도 때울겸 심심풀이로 하는 소일거리에 불과하죠.
      • 나름 기자 아니었나요(..)
    • 개그를 다큐로 받자면, 힘은 세지만 외교력(?)은 떨어지잖아요.;;;
      오글 버전 : 수퍼맨조차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죠.
    • 평화가 오면 수퍼맨은 할 일도 없으니 권태가 오고 살도 찌고 아오안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매사 적당히 해줘야 함.
    • 그런 강력한 힘들이 일방적으로 정의를 행사하면 그것 또한 일종의 디스토피아가 되니까 말이죠. 슈퍼맨이 주인공인 건 아니자만 예전에 그런 내용을 다룬 미국 코믹스물이 하나 나왔다고 기억합니다.
    • 레드선이 그런 내용 이지요. 슈퍼맨이 우크라이나에 떨어져 스탈린의 뒤를 이은 소비에트연방 지도자가 되고 배트맨이 테러리스트로 활약하고, 렉스루터와 겨루는...
      • 슈퍼맨 동무는 위대하셨습네다!
    • 슈퍼맨도 출근해야죠...
    • 슈퍼맨은 무척 도덕적인 사람(거의 성자급)이라서 자기가 잡은 악당도 죽이지 않고 풀어줍니다. 보통 저 놈 또 사고 치기전에 잡아 죽이자고 하면 슈퍼맨은 끝까지 그 선을 지킵니다.
    • 그리고 슈퍼맨도 머리가 좋습니다. 코믹스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렇다시피
      이 친구도 어엿한 과학자죠 기술자이기도 하고요.
    • 이런 딜레마는 수퍼맨 코믹스에서 종종 다루어 집니다. 가장 대표적인것이 "What's so funny about truth, justice and the American way?" 이고 이 작품은 최근에 "수퍼맨 vs. 엘리트" 라는 제목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 수십년 되다보니까 우리가 코믹스 몇권 보고 생긴 각종 의문과 상상등이 이미 다 나온것 같더군요. 그것도 진지한 철학적 질문부터 슈퍼히어로가 좀비가 되면 어떨까 다른 시대에 태어났으면 등등 차라리 그런 작품이 있는지 부터 찾아보는게 빠를듯.
    • 정작 저 주제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배트맨 코믹스인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등장하죠. 냉전 하에서 정부에 소속된 슈퍼맨이 소련의 핵이 미국 본토로 날아오는걸 막지만 소련이 작정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날리면 슈퍼맨이 다 막을 수 없고 그 중 하나만 미국 도시에 떨어져도 타격이 크다고 나와요.
    • 보통 전지구적 문제는 아니라해도 상당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슈퍼히어로의 경우 그다지 인생이 즐겁지 못하죠.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에 대해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하고 어떤 슈퍼히어로는 인류에 대한 관심을 끊고 화성에서 살기를 원하기도 하고요.
    • 잠깐만요, 이거 사실은 밑장빼기인데요; 실은 슈퍼맨 to do 6번째 줄을 말씀하시고 싶은 거 아닙니..
    • 위에 말씀하신 Superman : Red Son도 그렇고, 애니메이션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실제로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슈퍼맨이 또다시 렉스 루터를 체포하지만, 루터가 "넌 어차피 날 죽이지 못할테고, 난 곧 빠져나와 또 너에게 맞설거야"라고 비웃자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히트 비전으로 루터를 산채로 태워죽이죠. 그 뒤 슈퍼맨은 동료 히어로들과 힘을 합쳐 전세계를 통합하고 이상적인 정부를 만들지만... 결국 이것은 실패하고 맙니다. 슈퍼맨이 아무리 뛰어난 두뇌와(슈퍼맨 하는 꼬라지를 보면 참으로 의심스럽습니다만 설정 상 슈퍼맨은 뛰어난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성인에 필적하는 인품을 갖추었다 한들 그건 결국 소수 엘리트에 의한, 그것도 외계인에 의한 독재였으니까요. 독재자가 유능한 인물이라고 해서 독재 자체가 미화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배트맨이 저스티스 리그를 탈퇴하는 에피소드에서도 비슷한 소재가 다루어집니다. 배트맨은 저스티스 리그로 활동하면서도 비밀리에 동료 히어로들의 약점과 그 대응법을 연구해왔고, 이 자료가 빌런에게 넘어가 리그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집니다. 가까스로 사태가 수습된 뒤 다른 히어로들은 배트맨을 추궁하지만, 배트맨은 오히려 일명 '슈퍼 히어로'들의 옳음에 대해 신뢰할 수 없으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도, 멈추지도 않을 거라면서 리그를 박차고 나가죠. 이후 쫓아나온 슈퍼맨과의 대화가 백미입니다.

      "어쩌면 자네 말대로 우리가 틀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자네의 생각이 옳다는 건 어떻게 확신하지?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난 이미 그 대비책을 세워놨어. 그게 바로 저스티스 리그지."

      '우리는 슈퍼히어로니까 당연히 정의롭다'는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난 슈퍼 히어로도, 심지어 나 자신도 옳다고 믿을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견제이다'라고 생각하는 배트맨의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죠. 아무리 위대한 슈퍼 히어로들의 모임이라도,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쉽게 타락하기 마련이니 배트맨은 기꺼이 그들에 맞서는 견제세력이 되기로 하는 것입니다.

      슈퍼히어로 장르 자체는 유치한 애들용 만화로 시작된 것이 많지만, 하나의 거대한 문화현상으로까지 발전한 현재의 그 위상과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단순한 애들용 TV 애니메이션 저스티스 리그에서조차 '이상적인 독재는 용인될 수 있는가?' 같은 담론이나 민주제의 원칙 중 하나인 견제와 균형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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