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이야기 - 마구 그리고 <너클볼>

밑의 H2글에 필 받아서 쓰는 야구 이야기입니다만 

요즘 인기 많은 한국프로야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마구라고 부를 수 있는 너클볼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개인적으로 여태까지 야구를 보면서 마구라고 생각하는 공이 두 개 있습니다. 

지금은 은퇴한 호프먼이란 선수의 체인지업과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입니다. 

둘 다 앞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될 투수들이고 굉장한 구종이지만 마무리투수, 1이닝 전문의 스페셜 투수라는 한계점도 있습니다.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투수들은 대부분 일정한 구질 즉, 공의 회전수에 변화를 줘서 타자를 상대합니다. 

그러나 정 반대의 완전한 무회전 공, 마구라고 불릴 수 있는 자격을 가진 너클볼이란 구질이 있습니다. 

해설자들이 이 구질에 대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댄싱, 춤을 춘다. 이 말 뿐이죠. 

작년에 팀 웨이크필드라는 선수가 은퇴한 이후로 이 구질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지금 유일하게 한 명 뿐입니다. 

뉴욕 메츠라는 팀의 R.A.디키라는 선수 입니다. 


지난 주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너클볼>이란 다큐멘터리를 상영했습니다. 

영화와 야구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 작품이 영화제 리스트에 있는 것을 보고 기대를 감출 수 없었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가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정말로 기대 이상의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너클볼이란 이색적인 구질. 같은 팀에서조차 이 공을 던지는 투수를 외계인, 괴짜로 보게 만드는 공. 

던지는 투수도 받는 포수도, 치는 타자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는 공. 

그 공에 대해 편견과 의심, 조롱, 오해로 가득 찬 야구장. 

그 속에서 외롭게 너클볼이란 공을 던져야만 했던 선수들의 이야기가 멋진 영상과 음악으로 가득 했습니다. 


나름 오랜 메이저리그의 팬이라고 자부했는데 이 다큐를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너클볼을 던지는 것은 인내심과 인내심 그리고 또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너클볼 투수끼리 나누는 깊은 유대감과 사명감.

서로가 스승이 되고 친구가 되고 존중을 하는 그런 관계를 보며 특히 감동을 받았습니다. 


투수는 항상 빠른 공을 던지길 원합니다. 더욱 더 빠른 공. 삼진을 잡아내는 강력한 공. 

팬들은 그러한 화려한 투구에 환호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공은 투수의 어깨근육의 희생과 소비를 바탕으로 합니다. 


느린 공, 더욱 더 느린 공을 되려는 너클볼. 그리고 이 구질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 제대로 이해 될 수 있게 노력했고, 노력하는 투수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 다큐가 정식 개봉을 되기를 바랍니다. 



혹시 이 다큐에 관심 있으시면 http://www.eidf.org/2012/sub_03/Program_View.php?S_Code=137&page_idx=08&P_Code=186# 

언제까지 볼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여기에서 다시보기 가능합니다. 


 

 

 


    • 너클볼은 일단 손이 솥뚜껑만 해야 던질 수 있겠더라구요.
      • 저도 그런식으로 생각했었는데 다큐를 보니까 오로지 손톱으로 누른 다음 던지다고 하네요.
    • 저도 봤어요 이 다큐.

      언뜻 너클볼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희귀하더란 말은 들었어도 이렇게 적은 줄도 몰랐고요, 너클볼 투수는 다른 공에 속임수로 너클볼을 가끔 섞는 게 아니라 줄창 너클볼만 던지더만요. 신기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팀을 뛰어넘어 너클볼 투수들끼리 끈끈하게 엮여있는 게 제일 재밌었어요. 팀 웨이크필드가 은퇴하면서 너클볼을 이제 디키가 혼자 지켜야한다며 안타까워하는 장면은 무협지 같더라고요.
      • 네, 소림사나 무당파와 같은 정통이 아니라 새외에서 일인전승되는 무파와 같은 개념도 보이긴 합니다.
        올 시즌 디키가 아주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데 해마다 그 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너클볼 투수 최초로 받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종종 섞어서 던지기도 합니다.
        웨이크필드의 경우 2000년대 후반 기록이긴 하지만 패스트볼과 커브를 거의 20% 가까이 던졌네요.
        http://sharpal.tistory.com/6

        아..물론, '너클볼을 간간이 섞는 게 아니라 너클볼을 주 레파토리로 쓴다'라는 말씀이었다면 맞습니다.
        • 네 ㅎㅎ 아예 '너클볼 투수'가 되는 게 신기했어요.
    • R A 딕키 이 선수도 원래는 정통파 투수였죠. 그런데 같은 너클볼 투수지만 보스턴의 웨이크필드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기는 합니다.
      • 사실 저도 디키하면 그냥 별 볼일 없는 저니맨 투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자신만의 너클볼이 몸에 익은건지 연일 호투하더군요.
        다큐에서 보니까 처음엔 웨이크필드를 따라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자신을 믿고 던지다고 하네요.
      • 팀 웨이크필드도 그렇고 RA 디키도 그렇고, 너클볼러에게는 뭔가 '근성'이랄까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정말 내 마지막 길이다라고 해야 하나..
        웨이크필드는 피츠버그의 마이너에서 끝날 듯한 선수였죠. 그것도 필드플레이어. 그러다 보니 데뷔도 20대 중반을 넘겼구요.
    • 이 다큐 정말 좋더군요. :)
      전 레싹팬인 지라 미라벨리 에피소드가 문득 생각나네요. 웨잌옹 전담포수였던 미라벨리가 2005년 시즌 끝나고 샌디로 트레이드가 되었었죠. 이후 바드가 전담 포수가 되었지만 웨잌옹의 너클볼을 아무나 받을 리가. -_-;;
      덕분에 2006 시즌 웨잌옹 시즌 초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죠. 이런 와중 펜웨이에서 펼쳐지는 양키즈와의 시즌 첫대결 선발이 마침 웨잌옹이었어요.
      이 경기를 앞두고 단장이었던 테오가 광속으로 미라벨리를 다시 트레이드 해옵니다. 샌디 소속으로 SF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미라벨리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려오기 위해 일단 전세기를 띄움.
      저녁 시간이라 보스턴 로건 공항에 도착하려는 비행기들이 많았고 우리 먼저 내려주삼! 하는 요구도 있었지만 관제탑은 순서를 기다리삼! 그런데 문제의 전세기에서 한마디 함.

      우리 비행기에는 덕 미라벨리가 타고 있다.. 어머! 하며 후딱 착륙시켜줌. 그리고 공항엔 저녁 시간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에스코트할 경찰차도 대기하고 있었음.
      덕분에 미라벨리는 경기 시작 직전에 펜웨이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날 경기는 7:3으로 승리. :)
      • 예전에 베리텍이 웨이크필드의 공을 계속 패스트볼하다가 결국 멘탈붕괴가 왔던 얼굴이 떠오르네요.
        다큐의 마지막 장면인 웨이프필드의 200승 달성 모습에서 정말 울컥했습니다.
    • 역대 최강의 너클볼러(300승!) 필 니크로가 얼마전 내한해서 고양 원더스를 방문하기도 했죠. 웨이크필드도 니크로에게 너클볼을 전수 받았는데, 열화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란 소릴 들어도 그 나이까지 그럭저럭 메이저리그에서 버텼던 걸 보면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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