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의 신, 그냥 그렇네요

브로드웨이 연극이라고 알려졌는데 초연은 런던에서 했죠.

런던 초연 때는 랄프 파인즈가 크리스토퍼 왈츠가 맡았던 역을 연기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화 소식 들을 때 내심 랄프 파인즈 캐스팅을 기대했었어요.

 

전 이 작품 국내 초연과 재공연 모두 봤는데요. 영화가 녹화한 연극이나 마찬가지라서 이런 식이라면 

무대극을 따라갈수는 없죠. 조디 포스터,케이트 윈슬렛,존C.라일리,크리스토퍼 왈츠같은

훌륭하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시간은 잘 갔고 원작도 재밌어서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좀 안일하게 느껴지네요.

연극같은 영화를 만드는게 목표였다지만 그래도 이건 좀.

폴란스키가 대학살의 신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전 죽음과 소녀를 멋지게 영화화한 폴란스키의 이력에

큰 기대를 했어요. 그래서 대학살의 신도 연극만큼 빼어난 완성도의 영화가 나올거라는 기대를 가졌죠.

 

그런데 이건 연극을 영상화 했다기 보단 연극을 요약해놨어요. 야스미나 레자와 공동 각색 했는데

원작자는 최종 결과물이 어떨런지.

 

원작도 그리 긴 작품은 아닙니다. 무대극이 배우들 호흡에 따라 90분에서 100분 사이를 왔다갔다 했어요.

영화판은 무대극을 고스란히 옮겨놓은건 아닙니다. 각 장면의 호흡을 더 좁혀놨고 진행을 빨리 했는데

그래서 인물들의 폭발하는 지점이 약화됐어요. 케이트 윈슬렛이 튤립을 팽개치는 장면, 조디 포스터가 케이트 윈슬렛

의 가방을 집어 던지고 난 뒤의 일들, 케이트 윈슬렛이 토하는 장면 등 중요한 장면들을 너무 짧게 줄여놔서

싱거워요.

 

국내에서 공연됐던 대학살의 신이 특별히 국내 관객 취향에 맞춰 각색되진 않았을겁니다.

이 작품을 올린게 신시컴퍼니인데 신시컴퍼니는 원작에 가깝게 올리는걸 좋아하는 곳이라서

국내 관객용 맞춤용으로 라이센스를 만드는건 재공연에서나 시도하죠.

 

연극적인 영화를 만들면서도 영화적인 장점을 입혔으면 좋았겠는데 녹화한 연극무대 같아서 영화로써는 매력이 떨어지네요.  

마지막 장면만 해도 왜 그런식으로 줄여놨는지 모르겠어요. 연극에선 후반부에서 5분 정도 쳐내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결말다운 결말 답게 끝이 났는데 영화판은 흐지부지. 요약할게 거의 없는 작품을 줄여놓기만 해서 영화의 상영시간이 고작 79분인데

이것도 마음에 안 듭니다. 장편 영화 만드는 감독들은 그래도 극장용 장편영화 만드는거라면 못해도 80분은 채웠으면 좋겠어요.

    • 질문이 있는데요, (아직 안봤습니다) 보신 분들 대부분이 녹화한 연극무대 같다는 점을 많이 언급하시는데, 그 점이 조금 의아해서요.
      영화에는 클로즈업이나 카메라의 위치 등에 의해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찍는다고 해도 무대의 연극을 바라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효과가 날텐데
      (예를 들면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 같은...) 폴란스키가 이런 카메라 테크닉을 거의 보여주지 않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직접 가서 보는게 빠르겠지만요...
    • 특별히 눈에 띄는 카메라 기교는 없었습니다. 영화보는 느낌이 안 나요. 무대극을 볼 때 대사를 하는 인물에게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듯 이 작품의 카메라 기교는 딱 그런 수준에서 머무는것같습니다. 무대극과 조금 차이났던 점은 무대극에선 핸드폰 소리가 벨소리로 울렸지만 영화에선 진동으로 처리됐는데 이 점도 저는 못마땅. 무대극에선 수시로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때문에 히스테리컬한 분위기가 고조됐는데 영화에선 그게 진동으로 대체되니 짜증스러운 효과가 약해졌어요. 무대극에선 극의 말미에 이를수록 핸드폰 소리는 소스라치게 만들정도로 화를 돋궜는데말이죠.
      • 음 그러면 정말 연극을 보는게 훨씬 낫겠군요 :( 감사합니다!
    • 연극을 보신 분들은 대부분 불만족스러워하시더군요. 그렇지만 연극을 안 본 저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배우들의 팽팽한 기싸움도 좋았고 조디포스터처럼 망가지는 연기가 보기 드문 배우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밌었어요.
    • 저도 연극을 안본 상태에서 봤눈데 조금 짧다는것 조금 싱겁다는것만 빼면 꽤 즐겁게 봣어요 엄마도 재밋다고 하셨구 아무래도 부부들이야기라
      어른들도 공감많이 하셔서 전 부모님과 함께보기 부담없이 좋더라구요
    • 연극을 안봤지만 영화에서의 호흡으로 이정도면 참 괜찮다 싶었습니다. 다시 한번 봐도 나쁘지 않을 정도였고 배우 4명과 집 이라는 공간에서 이정도로 영화를 풀어낼수있구나 신기했어요. 물론 저는 영화를 아직 50편도 안봤지만 말이에요.
    • 이거볼까 링컨볼까,락앤러브 볼까 고민했었는데.. 글 참고하겠습니다~
    • 연극 봤었는데... 그럼 영화는 보지 않는 편이 낫겠군요.
      • 저는 연극을 봤음에도 재밌었습니다. 더 재밌지는 않지만 충분히 즐길만 하던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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