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베이컨이 어릴 때 성 정체성 때문에 아버지에게 미움받고 쫓겨나다시피 했죠. 삼촌이나 다름없는 아버지 친구에게 맡겨져 베를린에서 살았는데 그 사람에게 성적으로 학대받고 등등. 어릴시절에 아버지에게 욕정을 품었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여러모로 성인 남성에 대한 욕망과 학대와 마조히즘 성향이 버무려진 복잡한 유년기였음.
학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빅토르 위고.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하고 형제가 양쪽 집을 전전하다 고모네 집에 맡겨져서 구박도 받고, 어머니와 같이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아버지가 모른 척 해서 편지를 써서 저희 형제를 제발 거둬주세요ㅜㅜ 하는 편지도 썼더라구요. 나중에 아버지가 거둬주기는 했다고 합니다. 이런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 했는데 정작 본인은 어린 시절이 행복했다고 회고했다고 해요.
딴지처럼 들릴것같고, 또 실제로 딴지라면 딴지겠네요. 왜 예술로 극복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살안하고 적당히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해요. 왜 극복해야 하죠? 극복하라는 요구자체가 정치인 선거포스터같고 부담되네요.
아무튼 작가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자전에세이인 "가위들고 달리기"추천이요. 예술로 극복했다기보다는, 예술적 재능인지 센스인지를 가진 주인공이 살아남는 이야기이면서, 그 와중에 겪는 이런저런 일들을 비교적 재밌게 쓴 글이예요. 작가의 태도랄까 그런게 맘에 들었고, 무척 잘 썼어요. 어떻게 잘 썼는지는 설명이 어렵지만.
데이브펠쳐의 자전에세이 "어둠의 아이"는 그냥 살아남은 이야기고, 이렇다 할 만한 예술적 재능은 글속의 '나'에게 없어요. 표현이 진지하니까 시간남으시면 보셔도.
패트리샤 맥코믹의 cut이라는 소설은 시간남을때 한 번 보셔도 될듯. 주인공은 예술적 센스도 없고 뭐 그렇지만. 읽기도 쉽고, 별로 부담도 없어요. 이런 유형의 글 치고는.
디스 보이즈 라이프 라는 영화 있잖아요. 디카프리오 로버트드니로 주연. 학대를 극복했다기보다..평생 안고 살지만 예술적 영감에는 불을 붙이기도 한다고할까요. 학대로 생기는 불안과 낮은 자존감은 어디에도 도움은 안되는 것 같은데....결핍된 사람에게서 풍기는 어떤 멜랑꼴리가 예술가다움을 만들기도 할까요? 일로는 성공하지만 연애와 결혼에서 참패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우일 것 같아요. 암튼 위의 영화가 생각나서.. 나머지는 횡설수설이네요
제가 새로 달린 댓글들을 뒤늦게 확인했네요. 다시 달아주신 plbe님, 프레키, august, heilner, bytheway, 키드, 롸잇나우님 모두 감사합니다.
한 가지, 늦긴 했지만 밝혀두고 싶은 게 있는데, 제가 사용한 '극복'이란 말은 예술적 성공이나 화려한 삶, 100%의 행복, 뭐 그런 걸 생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학대의 경험이 삶을 무너뜨리지 않고, 파괴되거나 죽어버리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자기 삶을 스스로의 힘으로 영위해나간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특히 예술가라면 예술이 그에게 그런 극복을 가능하게 한 힘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 것이었구요. 학대의 경험이 완전히 없던 것처럼 사라진다거나 혹은 반드시 완전히 없애고 훌훌 털고 극복해야만 한다는 의도로 사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사용한 '극복'이란 말이 불편했던 분이 계시다면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