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케빈이 에바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죠?

어제 '케빈에 대하여'를 보고 지금 게시판에서 검색해서 보다 보니, 의외로 케빈이 그렇게 된 원인을 에바에게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임신기의 우울감이나 우울증, 영유아기 예상과 다른 성장이나 행동에 대한 엄마의 좌절, 분노는 어느 정도 보편적인 것 아닌가요?

소설은 안 봐서 어떤지 몰라도, 영화에서 표현된 정도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케빈의 행동, 케빈이라는 존재 자체는 에바가 어떻게 다르게 양육했다고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봐요.

 

에바에게 케빈은 아마 불가항력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이 '자연재해'라고 표현하셨던데 동의해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자식, 내 뱃속에서 내가 키우고 내가 낳은 자식, 그 자식을 어떠한 순간에도, 자기 인생이 전부 망가뜨려진 상태에서조차,  부인하지 않는다는 처절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

 

음악이 좋았다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영상이랑 잘 안 붙는 느낌이었어요. 감독이 의도한 것이 그런 것이었겠지만.    

    • 씨네21에 신형철씨가 쓰신 글을 한번 읽어 보세요. 전 영화를 아직 못 봐서 잘 모르겠네요.
    • 케빈정도의 아이라면 부모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에 나갔어도 그대로일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듭니다
    • 절대로 에바때문이라 생각지 않지만...몸속의 이물질로 키워진 아이는 그걸 못 느낄까 싶었어요. 신형철씨 칼럼이 제가 느낀바와 흡사하네요. 저도 어긋난 사랑이야기라고 느꼈어요. 그 상황 자체가 내포한 비극이요.
    • 개인적으로는 케빈의 내재적인 어떤 '요인'이 발현되기 쉬운 환경을 에바가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막 말하기 시작한 시절의 케빈이 보이는 정도의 행동은 일반 아이들에게서도 흔히 보이죠. 그런데 에바가 '사랑하지 않는 티' 혹은 '맘 속 깊은 데서 은근히 혐오하는 티'를 지나치게 보이면서 케빈 내의 그 요인을 자극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에바가 자기 인생이 다 망가진 상태에서조차 케빈을 부인하지 않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사건이 터진 뒤 자신과 케빈의 과거를 돌아보며 철저히 자기 변명을 준비한 에바가 드디어 케빈을 부정하려 하나 끝끝내 '어머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처럼 보였어요.
    • 엄마가 그 정도 행동한 걸로 싸이코패스 대량살인마의 죄 일부를 떠안아야 한다면 자식 못 기르죠. 설령 케빈 성격의 어떤 부분이 에바의 행동에 기인한다 할지라도요.

      가장 오랫동안 아들 안의 괴물과 상호작용하고 싸워온 사람으로서, 이제 용기를 내어 그것을 이해하는 길을 먼저 제시하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할 뿐. 원래 에바는 모험가였으니까요.
    •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에 대해 어머니가 완전히 무고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라는 이유로 짊어져야할 숙명적인 비극이라고 할까요...어머니가 된다는거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해요.
    • 아기를 가져본 입장에서..엄마의 감정이 아기에게 전달되듯이, 아기의 감성도 엄마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에바가 둘째를 임신했을때도 케빈을 가졌을 때처럼 우울했을까요? 세월이 지나 에바가 엄청 달라져서 둘째는 훌륭하게 키운걸까요? 에바의 육아에도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지만, 에바같은 환경에서(부부 사이가 나쁘지 않고, 에바처럼 인내심이 있는 엄마의 경우) 케빈 같은 아이는 타고난 경우인 것 같아요. 옛말에도 자식을 속까지 낳지는 않는다, 하잖아요.
    • 저도 케빈은 타고났다고 생각해요. 물론 에바가 엄마로서 부족한 점은 있었고, 케빈은 단 한번도 넘치는 사랑을 받은 적 없는 아이였지만 그렇다고 그런 살인마가 될 정도의 학대를 받았느냐-라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보거든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널 사랑해-는 아니었지만 에바는 아이에게 관심을 쏟았고 양육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 시네21 신형철 평론가가 쓴 평론, 짱입니다.
    • 저도 처음엔 양육방식의 잘못인가 싶었지만,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많이 웃어주고 모성이 가득한 엄마를 만났다면 케빈이 지금과 많이 달랐을지 모르죠. 하지만 이것도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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