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것은 헌팅이었을까요?

일요일 오후가 예상외로 화창하길래 피에타를 볼겸 겸사겸사 외출해 봅니다.

 

근데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이 알려진 직후라서 그런지 인기가 많네요. 제가 원하는 좋은 좌석이 없길래

담 번에 보기로 마음 먹고 길을 걷다 조용해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밀린 책을 읽기로 합니다.

 

굉장히 앉는 감각이 좋은 소파 좌석이 마침 비길래 냉큼 선점한 뒤 커피와 케익을 시킨 후 책을 봤어요.

 

한시간쯤 책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처자분이 다가와서 말을 걸더군요.

 

" 아 혹시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순간 당황했지만 이 분 책이 궁금하셨나 보다 라고 짐짓 생각이 들어

 

책 표지를 보여주며 듀게에서 본 요약본 그대로 간단히 책 소개를 합니다.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라는 책인데 미국의 사례를 들어 보수가 집권했을 경우 자살과 살인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분석을 한 책이에요.

 

생각보다 재밌고 쉽게 읽혀요."

 

그 여자분이 웃는 얼굴로 알려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 아 혼자 오신 것 같은데 이 자리에 제가 앉아도 될까요?" 라고 되묻습니다.

 

아 이 명당 자리를 앉고 싶나 보다라고 생각이 들어 웃음을 지어 보인 뒤

 

" 아, 네 앉으세요. 전 다 마셨으니까 일어날께요. " 라고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치우고 나왔지요.

 

 

그런 뒤에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곰곰히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고 있는데

 

1. 역시 그 자리가 카페의 명당 자리였으므로 거기에 앉기 위한 부탁이었다.

 

2. 그 여자분은 단순히 제가 읽고 있었던 책에 대해서 더 궁금했을 따름이다.

 

3. 알고 보니 그 책에 관련된 역자나 출판사 직원이라 반가워서 그랬다.

 

4. 종교단체나 다단계 사원이다.

 

5. 낯이 익은 것이 온라인 모임에서 한 두 번 마주친 사이라 반가워서 그랬다.

 

6. 헌팅이었다.

 

 

문득 마지막 항목으로 헌팅이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퍼득 들더라고요.

 

16.7% 의 확률로 헌팅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하니 굉장히 아쉬움이 들고 있었는데 마침 눈 앞에 있는 꼬마가 날 놀리듯 버블티를 맛나게 마시고 있길래

 

그 자리에서 당장 지하철을 내려 버블티를 하나 사들고 빨대로 쭉 빨아드렸습니다.

 

평소에 참 좋아하던 맛이었는데 그날 따라 달기만 하고 맛이 없었네요.

 

친구에게 물어 보니 역시나 다단계일 거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하던데 그 분의 외모 스타일이 제 타입이었는지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포교나 다단계라도 한 번 이야기는 나누어 봤을 걸.

 

 평소에 아껴먹는 버블티의 알갱이지만 빨대로 거칠게 두 세개 씩  흡입한 뒤 저의 둔함을 곱씹을 수 밖에 없었네요. -0-

 

 

    • 저의 대학시절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친구랑 술 먹으려고 친구 수업 끝나는거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친구에게 온 전화를 받습니다.
      '이제 곧 나간다 어디냐~ '뭐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끊었습니다.

      근데 저기 있던 여성분이 다가오더니
      '지금 그 벨소리 킬빌에 나왔던 음악 아닌가요?' (그 당시 저는 킬빌의 휘파람 소리를 벨소리로 했었죠.)
      '맞다. 영화를 인상깊게 블라블라 타란티노가 블라' 하던중에...

      친구가 마침 도착해서 그 낯선 여성과의 짧은 대화를 끝마치고 술 마시러 갔던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옥희의 영화에서 이선균이랑 사진 찍는 여성과의 대화에서 잠시 이때 기억이 났었죠.)

      그 여성분은 정말 벨소리가 반가워서 말을 건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로 저도 잠시 고민을 해봤었다는...ㅎㅎㅎ
      • 음 근데 저도 궁금한 음악은 못 참는 편이라 잘 물어보는 편이긴 해요. ㅎㅎ 역시 책이 궁금한 거였을 지도.
    • 제가 옛날에 낙원상가 시네마떼크에 영화보러 가서 밑에 커피빈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영화 시간 기다리고 있었을 때 일어났던 일과 거의 동일한 패턴인 것으로 보아 헌팅이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

      다만 저의 경우엔 상대가 게이 남성이었던 것이 좀 다르네요...;;
      • 게이는 좋은 남자를 더 잘 알아 보니까 아니..님도 첫인상이 좋은 분이시길 듯. : )
    • 이거였군요.
      앞으로 틈만나면 티 안나게 꽃단장하고 카페에 앉아서 독서를 하겠습니다.
      • 네 헌팅이 안들어와도 한적한 카페에 혼자 앉아서 책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죠. : )
    • 4번에 한표... 요즘 포교나 다단계 하시는 분들의 수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서요.
      • 역시 아무래도 그럴 확률이 높았겠죠? 어떤 종교였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ㅋ
    • 진짜 헌팅이라면 그 여성분은 굉장히 뻘쭘하셨을 듯ㅋ;

      다단계나 포교면 그 동네에서 계속 활동하시지 않을까요

      다음주에 한번 더 기다려봐요!
      • 그런데 그 정도 나이대의 처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저한테 헌팅할리는 없을 테니. 역시 포교가 가장 높을 것 같아요. 한 번 더 가고 싶지만 거기 케익이 별로라 -0-
      • 네 아무래도 제 예상도 그런 듯 해요. 그런데 그런 분이라면 한 번쯤 포교당해도 좋았을 텐데 : )
    • 2>>6으로 가다가 1번으로 귀결된게 아닐지... 라는 아쉬움이 드네요... ㅎ
      • 하하 역시 듀솔클의 아우라겠죠. : )
    • 안타깝다........!!!
      같이 앉아서 뻐꾸기도 좀 날리고 그러다보면 얼굴도 익고 정도 들고 그랬을텐데 슬프네요.
      • ㅎㅎㅎ 안타까워 해주어서 감사드려요.
    • 전 4 or 6

      듀솔클의 아우라ㅋㅋㅋ그분 뻘쭘하셨겠어요

      그보다 질문맨님 미남이신듯 ㅋㅋ
      • 미남인데요. 하고 싶지만 이건 의지만으로 극복이 안되는 문제라서 -0-
    • 도 닦는 분들은 꾀죄죄하지 않나요? 그러니 그런쪽은 아닐듯..

      아깝네요. 질문맨님 철벽남.. ㅠㅠ
      • 요즘엔 또 안그렇대요. 미니스커트 짝 빼입은 종교권유도 있다는데요. ㅎㅎ
      • 저희동네 포교자들은 다들 아리땁고 원피스에 결혼식차림을 하고 다니더라구요

        도 닦는...하지만 대부분 돈을 요구하는;;꾸미질 않기는 하더라구요
    • (김첨지 ver.) 왜 6번이라고 말을 못해! 으응 왜 헌팅이라고 말을 못허니!!!



      안타깝네영ㅠ
    • 문맨님 분발하쎄요! 제가 봤을땐 단연코 6

      남일같지않아서 슬퍼요 용기내서 헌팅했다 까인 아갓시의 마음이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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