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징집제의 불합리함을 풍자한 유머글이긴 할 텐데. 이걸 진지하게 보면서 정말 좋은 해결책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무섭고. 이게 인터넷에 더 퍼지면, 이거 입법 발의하겠다고 나오는 듣보잡 국회의원이 분명 있으리 것 같아서 더 무섭고. 그렇네요.
물론 원글은 유머이고 현실성도 전혀 없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댓글들을 보면 역시 뭔가 군대문제에 관해서는 건너기 힘든 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너무 저임금이라서 애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는 군대문제에도 똑같이 적용 됩니다. 지금과 같은 저임금을 받고 있는 군인들이 나라 제대로 지키겠습니까. 저런 어린이 집에 불안해서 애 못맏기겠다는 분은 저임금/열학한 처우의 군인들이 설렁설렁 지키고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안심하고 발뻗고 주무시고 계신지 신기한 노릇이죠. 왜 여자만 애를 보라고 하느냐는 지적도 위에서 썼듯이, 그럼 왜 남자만 나라 지켜야 하느냐라는 주장앞에선 뭐라고 하실지 궁금하군요.
조금 틀린 이야기기는 하죠. 군대는 국가가 운영하는 하나의 방위체계이고 거기에 속한 군인은 임금이 적든 많든 군의 규율체계 아래에서 움직이니까요. 혹시 전쟁이 나더라도 저임금이니 나는 탈영하겠다는 군인은 없겠죠. 그에 비해 어린이집은 아무리 국립체제라도 군대와는 다르죠. 나라는 지키는 행위와 다른 집 아이를 돌보는 행위는 전적으로 지켜지는 대상이 추상적인 국가냐... 아니면 아직 걸음도 잘 못 걷고 어쩌면 자신을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는 어린아이냐의 차원이니까요. 빌어먹을 군대라고 일개 군인이 욕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국가는 건재한 반면 짜증 나는 아이라고 징집된 보육교사가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상태를 장담하기는 어렵죠.
제 글에 군인이 하는 일이 추상적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군이이 지키는 대상인 국가가 일개 군인이 화가 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구체적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그에 비해 육아는 보육교사가 짜증이 날 때 자신이 지킬 아이가 바로 눈앞에 구체적으로 있다는 거죠.
병역이나 육아라는 단어의 추상성... 지켜야 할 대상인 국가와 아이의 구체성... 이런 국어 문제가 아니라 제가 덧글을 단 원래 댓글에서 저임금으로 사는 보육교사에게는 아이를 못 맡기는데 왜 저임금을 받는 군인이 지키는 이 나라에서 안심할 수 있느냐는 말에 대한 반론글일 뿐입니다.
바로 그 개념이 갑자기 점프했다는 겁니다. 국가를 지키는 행위는 보초를 서거나 훈련을 하거나 작전을 수행하거나 내무 생활을 하거나 하는 구체적인 일들입니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국방이라는 것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군인이 스트레스로 훈련 중 사고를 치거나 탈영하거나 하면 국방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혹시 국가라는 거대한 개념은 개인이 어째봤자 그 영향이 미미하니 무시하지만 아이는 하나 하나가 개인에게 소중하니 다르다는 말씀이신지? 스트레스 받은 군인이 두들겨 팬 후임은 하나 하나 소중한 개인입니다.
제 댓글이 스트레스 받은 보육교사의 아동학대와 스트레스 받은 선임병의 후임구타와 1:1로 연결되는 수준까지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네요. 굳이 설명하자면 선임병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지 후임병을 지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말장난 같지만 보육교사와 선임병의 결과가 완전히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보이고요. 오히려 선임보육교사가 스트레스로 후임보육교사를 구타하거나 괴롭히는 상황이 있다면 그것과 유사하겠네요.
하여튼 저 혼자 댓글 놀이를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제가 쓴 댓글에 제 자신이 반박하면서 하루를 보낼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제 요지는 저임금 군인이 지키는 나라와 저임금 보육교사가 돌보는 아이는 분명히 일대일로 병치되는 개념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일대일로 병치시키는게 아니라요, 애초에 논쟁이 달린게 '저임금에 강제적으로 원치않는 업무를 할 경우에 받는 스트레스가 어떤 방향으로 표출될수 있다.'는거 아닌가요? 보육업무를 맡고있다면 보육하는 아이에게 그 부정적인 분노가 표출되어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거고, 일리있는 이야기 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군인도 그것과 똑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게 왜 말이 안됩니까?
근데 자꾸 '나라를 지킨다' 고 하시는데 대체 그걸 무슨 개념으로 받아들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나라'라고 이름지어진 거대한 물체가 있어서 군인들이 거기에 철조망치고 감시하면서 사는게 아니라구요. 그러면 보육교사들은 무슨 '내가 이 나라의 미래를 키우고있어' 뭐 이런생각으로 보육한다는 소리랑 마찬가집니다.
제 원래 댓글은 현자님이 말하시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아닙니다. 제 댓글은 당췌님의 글에 대한 댓글이고 당췌님이 말씀하신 "낮은 임금에 근무하는 군인이 지키는 나라에서는 발뻗고 주무시면서 어떻게 낮은 임금을 받는 보육교사가 있는 어린이집에는 아이를 맏기지 못하느냐"는 말씀에 대한 답변이죠. 저라면 우리 군인들이 지키는 군대는 믿고 잘 수 있지만 내 아이를 그런 보육교사가 있는 어린이집에는 절대 못 보낼 것 같습니다.
뭐 사실 보육과 안보는 같은 업무가 아니니 그런식으로는 당연히 등치시킬 수가 없죠. 1:1 매칭하려면, 그런 보육원 안가고 잘 큰 아들이 군대가서 수시로 후드려 쳐맞고 온갖 고생 다 하는데 한달에 꼴랑 8만원 받는 인생을, 재수없으면 자살하거나 가혹행위 및 구타 사고로 죽을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강제로 2년간 살아야할 예정이라면 괜찮으시냐고 물어봐야겠지요.
훈련 중 사고를 쳐서 수류탄을 병영으로 던지거나, 작전 중 이적행위를 해서 국가 자체를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경계 근무 중 태만 행위로 간첩이 넘어올 수도 있습니다.
이건 다 '국방'에 대한 겁니다. 크든 작든 국방 자체에 영향을 끼치고 시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게 스트레스로 임무를 소홀히 하여 국방 자체에 해를 끼치는 행위인 겁니다.
지엽적으로 행위를 등치시키는 게 아니라 개인의 구체적인 행동이 그의 추상적 개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겁니다. 열악한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군인이 국가를 지키는 것과 저런 억압적인 상태에서 의무 보모의 보육행위라는 것은 둘 다 직접적인 위험을 발생시킬 여지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방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것으로 '규율'을 들었는데 규율이라는 건 군대만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이 아닙니다. 저런 의무 보모 제도에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어요.
결국 님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건 군대는 '국가를 지킨다'는 모호한 개념으로 이해할 뿐이고 저 의무 보모는 구체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뿐이라는 겁니다.
추상의 개념보다는 음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다루는 개념이 낫지 않을까요? 보면서 끄덕이긴 했는데 저는 그게 더 가깝지 않나 싶어요. 군인들이 지키는 것은 공동의 것이지요. 즉 타인과 동시에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방어하는 것이요(타당성이나 그런 건 우선 미루고 현실에서요)...그러나 육아의 문제는 좀 다른 것 같아요. 타인의 자식을 키우는 건 확실히 국가 방어와는 다른 개념이겠죠. 농담 글에 진지 리플을 결국 다는군요 ... 흑흑 ㅜㅜ
뭐 진지빨면서 쓰는 게 우습긴 한데 걍 보육이랑 군대랑 동급으로 두는 게 말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사병들의 일상은 모르네요. 근데 왜 물어보시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그곳에서 어떤 일상이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사병들이 거기 징집되어 간 표면적 이유를 제가 잘못 말한 건 아니지 않나요?
여성학계는 예전부터 여성도 군대에 가자고 얘기나왔어요. 그리고 그에 앞서 돌봄 노동 영역이 추가되어서 양심적 병역 거부나 종교적 이유 등의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부문이 생겨야 하고요. 인정해야하고요. 돌봄도 배워야합니다. 군대는 어쨌거나 현재 남성의 악몽이죠. 억울해합니다. 군대 서열 엄청 세우잖아요. 내가 더 힘들었다를 얘기해야하고요. 지금과 같을 때 여성이 가면 더 무시당해요.너가 간건 군대도 아니다, 너가 받은 훈련은 너무 쉽다 우리랑 차원이 다르다 등등. 군대내 문제를 개선하는 건 이건 나라를 지키는 성스러운 영역이라고 할 때는 답이 없어요. 건들 수 없으니까요. 좀 더 남성들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억울하다고요. 여성들이 어떤 면에서 저출산으로 보이콧하듯이(그리고 여기에 대해 남성들도 동의, 응답하고 있고요.) 저는 군대 역시 착취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당했으니까 너도 당해야해 가 아니라 이거, 진짜 문제 아니냐? 라고 나설 수 있어야 하고요. 국민의 4대 의무는 국방의 의무가 있음으로 해서 현재 여성은 국민이 아니라 그외 여성과 아동 노약자 카테고리로 따로 분류되는 거예요. 이미 배제되는 거죠. 남성은 1이고, 기본입니다. 여성은 추가되는 것이고요. 어린이집 가자는 거 저는 좋습니다. 단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함께 가는 게 맞고요. 말그대로 돌봄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으면 정부과 가부장제가 사랑해마지않는 '가족'이라는 기본 집단은 점점 변할 거예요.
그럴라면 일단 여성들도 좀 이게 부당하다는 걸 인정을 해줬으면 해요. 일단 같은 계급내에서라도 의견이 통일되어야지 군대 얘기만 나오면 맨날 논쟁만 나니..예를 들어 요런 풍자도 어떤 그런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텐데 따지기부터 하잖아요. 이런 풍자물에 대한 여자들의 반응은 '말도 안돼, 지겨워' 보다는 '정말 더럽게 부당하다'가 되는 정도가 남자들이 말씀하신 거처럼 스피크업할 수 있는 토대가 되겠죠.
(어린이집)육아 테크닉은 제대로 배울 수 있겠네요 = (군대)생존 테크닉은 제대로 배울 수 있겠네요
실제로 저런 제도 생기면 상당수는 행정직이나 관리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겁니다. 군대가 그렇듯이. 그리고 그나마 저임금 받아가며 고생스럽게 일하던 어린이집 교사들은 거리에 나앉아야겠죠. 남성이야 '부양가족' 면제라도 있지, 실질적으로 가족 부양하거나 당장 빚더미에 깔린 가난한 여성에게 그런 거 허용해줄지도 문제고.
농담이 아니라 그냥 실패한 드립처럼 보이는데요. 3만원 받고 강제로 하루 11시간 일하면서 막사생활한다는데 취업 유예기간 늘어난다고 좋아한다면 그건 제정신이 아니라는 얘기겠죠. 이걸 농담으로 "좋아라할 여자애들 많을걸요"라고 말하는 걸 보면 스트링어님이 말하는 농담과 제 농담은 뭔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별로 자신의 농담이 안 와닿아서 왜 드립이 되는지 모르시는 거 같은데, 제게는 대충 "군대 3년으로 늘려도 좋아라할 남자애들 많을걸요. 취업 유예기간 늘어난다고."라고 쓴 거랑 비슷해보여요.
님은 이'풍자'가 여자들이 군생활의 불합리함을 깨닫는 기능을 할거라고 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거죠. 제 코멘트 자체는 농담이 아니예요. 걍 이 농담이 안먹힌다는 반박이죠. 님은 벌써 강제 보육하기랑 군대생활을 대등하게 치환하고 있지만 제가 저 글을 보고 두개는 같은 경험이고 같은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라고 결론내릴 이유가 없죠. 군필자들에게는 잘 와닿는 농담인가 보네요.ㅋㅋ 여자들이 알아듣도록 보육원 비유까지 했는데 계몽 안되서 미안해요~
"강제 보육하기랑 군대생활을 대등하게 치환"한다고 이해했단 것부터가 제 댓글을 잘못 이해했단 반증이죠. '패러디'라는 게 꼭 둘이 대등하게 치환되어야 할 수 있는 건가요? 군대도 다녀왔고 보육시설 일도 해본 제 입장에서 저게 현실성이 없고 둘이 대등하지 않단 건 충분히 압니다. 저 두 개의 강제적 노역이 대등하다는 게 포인트가 아니라고요. 군대가 저 정도의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게 포인트인데, 그걸 전혀 헛다리 짚고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고 계신 거고요. 부당한 상황이라는 게 문제의 시발점인데, 강제보육과 군대가 같은 괴로움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엉뚱한 다리 긁고 있으면 그냥 황당한 거죠. 누가 둘이 같댑니까?
그리고 '보육원'하고 '보육시설(어린이집)'은 완전히 다른 겁니다. 기초적인 용어도 잘못 알 정도면 보육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 듯. 사실 보육교사 자격증 제도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원문이 별로 와닿는 패러디는 아닙니다만, 님처럼 저 패러디의 논점 자체를 이해 안 하려고 드는 분들이 많아서 끼어들어봤습니다.
눈을 뜨자 내가 끙끙거리며 신음을 내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악몽때문이다. 침대보가 진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진절머리나는 꿈. 바로 어린이집 근무 시절로 돌아가는 꿈이었다. 꿈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꼬질꼬질 냄새나는 관물대 안의 개나리색 육아복, 새벽같이 일어나서 애들 먹일 밥 준비하느라 정작 나는 아침을 걸러야 했던 기억, 성질 더러운 선임 언니의 악담과 구타 그리고 내무실에서의 왕따의 기억. 공립유치원 출신인 원장 선생 떴다하면 아침부터 칫솔들고 타일 하나하나까지 닦아야 했고 아이들 재롱잔치 의상 준비한다고 야근하며 손바느질 하던 경험들... 어쩌다 사고라도 나면 비상걸려 남자친구도 못 만나고 일주일을 대기근무했던 적도 있었다. (보통은 어린이집 징집되면 남친부터 정리 한다고들 했다) 가장 끔찍한 건 애들이었다. 여름이면 피부가 짖무를까 하루종일 살펴야했고, 겨울이면 차가운 수돗물에 턱받이며 똥기저귀 세탁하느라 동상에 걸리곤 했다. 하루종일 귀를 때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고함소리는 환청이 되어 밤까지도 귓전을 멤돌았다. 잠깐 한눈 팔았다 싶으면 싸지르고 망가트리고 다쳐서오는 녀석들은 차라리 작은 악마처럼 보였다. 내가 근무했던 지역은 게다가 맞벌이 부부가 많기로 유명했다. 1인당 아이 5명 이하로 배정한다는 내규에도 불구하고 많을 땐 내 아래로 열댓명의 아이들이 책임지워지기도 했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여느 유명 연예인처럼 차라리 이민을 가버릴 거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그만 휴지통을 바로 차버렸다. 넘어진 휴지통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들 사이로 그 물건이 보인다. 갑자기 이런 악몽을 꾼 이유였다. 하늘색 플라스틱 막대 가운데 두 개의 선이 악마의 눈동자 마냥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아이들의 보육에 투입하자고 하느냐. 그런 보육원에는 애를 안맡길 것이다.. 라는 지적이 있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환경미화라던가 식당 주방일, 막노동 현장에 월급 몇만원 주고 2년간 의무복무라면? (사실 군대가서 하는 일의 상당수가 저런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