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는 괜히 봐가지고...

1. 새벽에 괜히 잠은 깨가지고, 자리끼 마셨으면 얼른 잘것이지 괜히 크롬은 켜가지고, 인터넷 들어왔으면 웹툰이나 보고 잘것이지 괜히 듀게는 와가지고, 듀게 왔으면 제목만 훑어볼것이지 괜히 댓글 수에 홀려가지고...

군대 논쟁글을 기어이 보고 말았네요. 마...이놈의 군대 관련글은 한번씩 올라올때마다 어디서든 논쟁의 대상이 되지요잉. 하지만 또 전역한지 얼마안된 사람들이나 현재 복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라도 하지 

않으면 입이 간질간질하게 마련이고...뭔가 '쿨타임 찼다! 판깔아라!'라는 느낌이랄까요.


2. 복무의 의무를 지지 않는 사람들 - 그러니까 여자라거나, 염색체 XX이거나, 혹은 woman이던가 - 이 '나'로 대변되는 군필자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ㅠ 라는 생각이 진리라고는 생

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어떤 상황에서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집단을 비하하는 맥락으로 쓰이거나, 혹은 더 나아가서 군인우월주의를 공공연히 과시하는 기제로 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창 공적/사적 

영역에서 감수성이 풍부할 연령대에 뜬금없이 마굴, 이계, 생지옥, 무간도, 무저갱!!!!! 같은 곳으로 덜컥 떨어져서 사회적 단절감과 함께 인간적 모멸감으로 범벅이 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 한번쯤

하는게 그렇게 죽을 죄는 아닌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운이 좋아서 꽤나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대우가 보장되는 병영생활을 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병영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게 그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지요잉. 해서 어떤 '순진한' 군필자들은 샤또프님의 글처럼 - 면식도 없는 샤또프님께 이런 수식어를 갖다붙이는게 죄송한데;; 전혀 나쁜 뜻으로 쓰는 어휘는 아닙니다, 아니고요잉... - '왜

사회는 우리에게 고마워 하지 않는가? 우리는 엄연히 강제징집이라는 불합리한 체제속에서 내 인생을 희생해서 국가안보를 지켰거늘!'이라는 생각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게 됩니다. - 물론 일찌감치 저처럼 포기하고 '군

대는 똥이야, 똥! 오주...발싸! 이히히힛!'을 외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 우리는 과연 이런 '순진함'을 차게 비웃거나 격렬히 꾸짖어야 할까요? 이전에 ㅈ모님의 '가고싶은 군대를 만들 수는 없는건가요?'라는 내

용의 글에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 같으니 ㅉㅉㅉ'같은 댓글이 달린걸 생각해보면 때때로 듀게는 관용으로 감싸안아야 할 지점들을 간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1. 그러니까 2006년 언젠가 내가 백일휴가 나갔을 때 '오빠 냄새나!'라고 했던 동기 김양아, 내가 휴가 전날 정화조 청소를 하긴 했지만 그건 내 자의가 아니었단다. 동해안 최전방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군장병들의 활발

한 배변활동을 보장하여 초계근무에 150% 정신을 집중하게 하려는 대대장님의 거룩한 플랜이었던 것이지. 그러니 너도 강한 육군, 대한 호국이의 철통같은 안보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한몸 희생하여 화생방에 준하는 작

전을 수행한 오빠에게 조금의 감사 정도는 표하라능...(하지만 안 듣겠지 OTL)


3. 하지만 잠자님의 글이 100%틀린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한국의 예비역들은 겉으로 '신성한 병역의 의무라능! 어딜 감히 군대를 비하하냐능!'을 외치면서 현역병들의 생활여건이라거나 군체계개선, 혹은 

병영문화 확립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놀랄만큼 무지하거나, 혹은 퇴행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2년 꼬라박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전역하고 나서도 군대에 신경써줘야 되냐!를 외치는 분들을 굳이 붙잡고 열심히 '제말을

좀 들어보시라능!'을 외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시간당 백몇십원짜리 초저가 노동력에, 개인 생활보장되지 않고, 조직운영방식이 17세기 강화도레벨을 답보하고 있는 이런 체제에서 한국의 군인들이 제 스스로 자긍심

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어엿이 존중받는 주체가 되기를 기대하느니 문재인이 손수조와 제 3국으로 사랑의 도피를 가는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이걸 병사가 개선할 수 있나요? 못하지요잉. 간부가 개선할...수 있습니다. 본

인들이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그런데 안 그러고 있지요잉. 그러니까 예비역들이 군대 바깥에서 계속 두들겨줘야 되는 겁니다. 군대가 돌아가는 꼬라지를 병사 입장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알고 있는 집단이 예비역말고 또 

누가 있나요? 그런데 안 하지요잉. 그래서 아마 안될거에요 OTL



    • 군대는 똥이야, 똥! 오주...발싸! 이히히힛! 22222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 가끔 듀게는 인문계 버전 쉘든 1, 2, 3... 들이 대화하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어요. 재밌다고 보는 저도 그렇겠지만.
      • 그리고 그 가운데 저처럼 수줍어하는 라지가...(뭐래;)
    • 22사??? 왠지 반가운 기분.
      • 그 밑에 102여단 나왔습니다 ㅎㅎ 이젠 없어진 부대죠잉.
        • 102여단이 없어졌군요. 좀더 내륙쪽이였던거 같은데 양양 근처던가.
          • 양양 속초 어림인데 더 이상 말하다 보면 왠지 영 좋지 못한곳에 끌려갈것 같은 스멜이...ㅎㅎ
    • "내가 이렇게 2년을 희생해서 고생했는데 조금은 고마워해 봐"라는 생각을 품는 게 물론 죽을 죄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품는 것과 그것을 입밖에 꺼내서 "요구"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밑에서 여러 분들이 누누히 짚어주셨지만 일단 "감사"는 "요구"의 대상이 결코 될 수 없고, 백만에 하나 될 수 있다손 쳐도 단순히 군에 복무했다는 이유 하나로 비복무자들에게 그런 댓가를 요구하거나 부채감을 실어주는 언행을 할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거의) 대부분의 군필자들은 말마따나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신성한 군대에", 자발적으로 자원한 게 아니라 징병제라는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거니까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단지 "남자"로 태어난 "원죄" 때문에 빛나는 청춘의 시기 중 결코 짧지 않는 기간인 2 년이라는 기간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의미없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보내야 하는/했던 현실이 부당하게 느껴진다는 데는 얼마든지 동의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당함을 당했다고 그 억울함을 엉뚱한 데 푸는 걸 이해할 맘은 조금도 들지 않는군요. 특히나 그런 부당함을 교정하거나 보상받기 위해 어떠한 행동이나 숙고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감사를 받고 싶으십니까? 그럼 이제까지 역사에서 여러 위인들이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던 방법을 알려드리죠. 그럼 감사받을 일을 자진해서 먼저 하십시오. 그리고 그에 대한 감사를 결코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당신이 거부해도 다른 이들이 당신에게 감사를 보낼 것입니다.

      아, 저도 물론 남자고 군필자입니다.
      • 우가님의 우려는 잘 알겠습니다. 저도 제글에 따로 언급을 해놨지요. 그 '요구'가 정당한것은 아니라고 말이지요.
        제가 원 글에서 말하려고 했던 것은, 이 논쟁(?!?)을 촉발한 최초의 글이 그 정도로 강요의 성격에 가까웠던 것은 아니지 않느냐.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제가 너무 둥글둥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요?
      • 원글은 "고마워 해봐"가 아니라 "힘든거 알아줬으면 좋겠어요"였죠.
        여성을 포함한 미필자들을 비난한것도 아니였고 더구나 이런 힐난을 들을 정도의 과한 글은 아니였다고 생각합니다.
        • +1
          더불어 입으로 말을 하는게 찌질하다는 것(??????)을 쓰신 분도 아니까, 여기다 걍 한번 풀어본 것이겠죠. 알아달라는 것도 뭘 해달라.라는 것이기 보다는 좀 느끼지게 해달라는 정도...
    • 댓글중에 군대다녀와서 남자가 더 군대식 사회적응이 빠르단 식으로 군대가는걸 그닥 손해가 아니라고 하는듯한 댓글이 있었는데, 2년먼저 사회에 진출하면서도 적응도가 차이나고, 억울하다고 느낀다면 군대 신청해서 갔다오면 되는거 아닌가요?? 진짜 기분 x같았던 댓글..
    • 감사를 요구해서 얻을 수도 없고, 그게 무슨 도움이냐는 군인도 있을 거고.
      군대 안 가는 사람에게 일괄인두세 혹은 소득따라 월 ~20만원 정도 걷어서 군인들 월급으로 주자는 주장을 하는 게 차라리 현실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시방편이지만 사회가 징병제로 인해서 지불하고 있는 댓가를 국민 모두가 실감하는 게 그 다음으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 같아요.
      • 솔직히 말해서 (욕처먹을거 같지만) 누가 나한테 와서 한달에 1,2십만원씩 낼래 아니면 군인들한테 감사하며(감사하는 코스프레라도 하며) 살래? 라고 물어본다면 닥치고 후자 아닌가요?? (돈도많고 진심으로 군인들에게 감사하는 분이시라거나, 주변의 군필자들의 허세킹으로 10만원으로 떳떳할수있는 권리를 사길 간절히 원하시는분은 제외겟지만)지금, 감정적으로 딱히 감사할 필욘 없고 현실적 방안만 남자들이 입법화시키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그런 방안이 성사될 확률은 극히 적다는 안전망뒤에서 말하는것처럼 느껴져요. 마치 '지구가 멸망하면 내 전재산 줄게' 라고 하는듯한 느낌.
        • '현실적 방안'은 남자들'만' 입법화시키는게 아니라 모두가 빠ㅋ...아니 중지를 모아야 할 문제이지요. 다만, 남성군필자들이라는 집단이 군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본 사람들이니만큼 현 사례와 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 물론 그 전에 이 군필자들이 그럴 의지가 있어야겠지요. 라는게 제 글의 내용...(아닌가?;;)
        • 당연히 감사가 돈보다 쉽지요. 돈을 요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걸 요구할 자격도 있고요.
          그거 현실화되는 게 쉽냐는 말씀은 맞는데, 어차피 인터넷에서 서로 싸우면서 감사든 돈이든 뭐 얻어지겠어요. 장차 사회적 의제가 뭐야 되어야 실질적으로 군인에게 이로울까 생각해보면 역시 물질적 기반이라는 생각인 거죠.
          그런 요구가 현실적으로 의제화 되면 차라리 감사로 때우자는 분위기는 저절로 형성될걸요.
          덧붙이면, 군대 가는 사람들도 그래 내 한 몸 희생하는 거고 사람들이 고마워하면 됐어, 이런 생각으로 가는 일은 별로 없잖아요. 다들 어쩔 수 없이 가는 거고 최소한의 댓가를 국방수혜자 모두에게 요구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 그렇네요.. 그런데 어쨋든 아직은 그럴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잖아요? 그럼 그런 법안이 성사되기 전이라면 '감사' 라도 속편히 요구해야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솔직히 어제 군대관련 2개글의 리플들을 보면서, 말로는 군인들 고생하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냉소적인 시선이라고 느꼈습니다.
            • 음.. 솔직히 애초 징병제가 만들어질 때는 국가가 국민에게 정당한 댓가를 줘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고, 여자는 남자한테 그냥 딸린 식구로 보기도 하고 해서, 별 의심 없이 징병제가 시행될 수 있었을 건데요.
              이제는 그런 의식이 많이 무너지고 있으니까 언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군인들도 점차 정당한 물질적 대가를 요구하고 있고요.
              감사는 ㅎㅎ 애매하죠. 그런 감정은 감수성이나 인간적 깊이에서 나오는 거니 뭐.
              • 그런데 말이죠.. 보통 일상생활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사소한 도움을 받고 지나치려는데, 상대방이 '고맙다고도 안하나요?' 라고 하면 속으로 '별꼴이야' 라고 떨떠름해하면서도 말로는 고맙다고 말하지 않나요?? 적어도 현재로선 남자의 희생이 명백한 경우라 감사하는데 있어 감정이니, 인간적 깊이를 따질 수준도 아닌, 기본매너나 에티켓으로 보이는데 제가 이상한건가요
                • 대부분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군인들에게 안스러워하는 감정 정도는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군대 관련해서 이야기 오간 역사 속에 서로 워낙 갈등과 상처가 깊어서;; 좀 감정적으로 서로 무리하는 경우가 많은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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