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마이블루베리나이츠

추워서 웅크리고자다 깼어요
본능적으로 뜨끈한 달걀후라이 반숙을 비몽사몽 부쳐먹고 티비를 켰는데
마이블루베리나이츠가 나오네요?!
커피한잔 내려서 홀짝홀짝 보고있는데 우와..아련돋아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스물한두살?쯤 겨울에 혼자 종로까지 걸어가서 두손가득 커피 쥐고 홀로 봤던 것 같아요
아니, 아닐수도 있는데, 별 상관없을 정도로 그런 류로 기억되는 영화예요
주드로가 더운 입김 뱉으며 담배를 물고있던 상점이랑 패스트리와 치즈버거와 위스키 따위랑 포커스가 흐려졌다선명해지는 낡은 편지지랑
멤피스 거리의 불빛, 고속도로를 달리는 헤드라이트와 느린 화면, 노라존스의노래.,
지금보니 나탈리포트만도 나오네요?
십대때 왕가위를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그의 모든 영화를 줄줄 꿸 정도. 외우고 있어서 배우와 함께 말할 수 있는 대사도 꽤 됐을 거예요
첫키스는 반드시 왕가위와 하겠다는 소녀돋는 꿈도 있었고요! 외모따윈 문제되지않았다고요!
저한테 마지막 왕가위는 2046일거라 생각했는데, 마이블루베리나이츠였네요
그래선지 더 십대말 같은 느낌의 영화고, 마지막 사춘기같고, 왕가위가 그런 류의 감성이기도 하니까..
음악이나 편집이나 내용의 감수성이 참..
코가 알싸한 가을 새벽에 옛감성 떠올리며 보고있으려니 이런저런 감회가 스치네요
시간이 흘러갔다는 게 물리적으로 실감이 돼요
음악도 가끔, 유희열이나 텔레팝뮤직이나 rhcp같은거 들으면 특정 시간과 그곳의 내가 막 떠오르거든요
나의 왕가위는 저 시간에 멈춰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그사람 영화 안 만든지 꽤 되지않았나요? 진짜로 그때 그대로 박제된 것 같아요

영화가 거의 끝나가네요 주드로와 노라존스가 드디어 재회했어요 무지 추운 겨울밤이예요! 따뜻한 커피와 파이부터 찾는군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블루베리파이, 언제 돌아올지몰라서 늘 한 조각 남겨놓는.


재밌었어요, 짝짝.

    • 새벽에 먹었다는줄 알았죠 영화였군요.
      달걀후라이 말을 하니 해먹고 싶은데 계란이 없네요.
      • 우유를 6개나 사와서 그래요.
    • 흠, 특별한 감상을 갖고 계신가봐요. 저는 왕가위 이름에 대한 기대 때문에 더욱더 실망..출연진도 후드드하게 멋진데. 아무래도 저는 중경삼림을 제일 사랑합니다. 그놈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 극장에서 보다가 졸다 못해 중간에 뛰쳐나왔던 기억이 있는 영환데;;
      저도 지금 다시보면 좀 다르려나요 느낌이. 보라색 색감이 아직도 기억나요.
    • 저도 당시엔 키드님이나 꽃개구리님이랑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2046으로 오만정이 떨어졌고. 근데 시간이 지나고보니까 영화 자체의 완성도 등 보다도 그때그걸보던 어린내가 떠올라서 흐흣; 앨범 펼쳐보듯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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