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종영 기념 '본격 응답하라 1997 까는 글' 입니다(...)

0. 

다 애정이 있으니까 까는 겁니다. <-

라는 말을 일단 해 두고 싶구요. 재밌게 끝까지 잘 보고 여운을 즐기고 계신 분들에겐 난감한 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말씀 드립니다.



1.

좀 뜬금 없는 얘기로 시작하자면,

다카하시 루미코의 '시끌별 녀석들'이나 '메종일각', '란마1/2' 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가장 감탄스러웠던 건 끝도 없이 솟구쳐 나오는 아이디어 보다도, 그 막나가는 개그의 향연과 장기 연재 속에서도 주요 인물들간의 로맨스를 잘 잡아내며 끌고 가는 작가의 역량이었습니다. 이게 그냥 로맨스만 떼어 놓고 보면 참으로 뻔하고도 도식적이며 심지어 의무 방어전 같은 성격이 강하거든요. 근데도 작품을 보다 보면 어느샌가 설득되더란 말이죠.

포인트는 작품 속 [개그&액션 분량과 로맨스 분량], [주연들 이야기와 조연들 이야기]의 적절한 배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논스톱 개그 & 액션 퍼레이드 속에 슬쩍슬쩍 감정선을 끼워 넣는 루미코 여사의 빼어난 감각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작정하고 주인공 로맨스'로 가지 않고 양념 정도의 분량으로, 하지만 충분히 임팩트있게 주인공들의 연애질을 끼워 넣었기에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봐요.


'응답하라 1997'의 로맨스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90년대 대중 문화(특히 1세대 아이돌 팬질)로 추억 팔이 + 간만에 보는 리얼한 '듯한' 청소년 드라마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풋풋하게 끼어드는 주인공들의 짝사랑 이야기들은 그 뻔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호소력이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깔리는 드라마, 사건들이 등장 인물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 주니까, 진부하면서 때론 황당한 느낌의 연애담일지라도 쉽게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문제의 '6년 점프' 이후론 그게 다 망가져 버렸습니다.

그동안 공들여 매력적으로 키워 놓았던 등장 인물들은 여기 저기 흩어져 버린 채 끝까지 한 자리로 온전히 모이질 못 했고. 그 와중에 윤제-시원-태웅의 삼각관계 하나에 분량이 집중되면서 이들의 연애담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이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렸죠. 그러니 이들이 울고, 소리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키스하고,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등등 무슨 짓을 해도 시큰둥한 느낌만 들면서 '얼른 결혼이나 시켜라잉.' 이란 생각 밖에;


다시 한 번 루미코 여사 얘길 하자면 그래요. 많은 등장 인물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해도 어차피 작품의 말미로 가면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압축되는 건 당연합니다만. 이 분은 그런 순간에도 그간 착실하게 키워온 조연 캐릭터들을 그렇게 허투로 대하지 않습니다. '메종일각'의 일각관 주민들이든 '이누야사'의 법사와 산고, 셋쇼마루 패거리 같은 캐릭터들이든 작은 분량 속에서도 끝까지 본래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자기의 삶을 살아가죠. 독자들이 작품을 봐 오면서 사랑했던 것이 이런 주변 캐릭터들 모두까지를 포함한 작품 속 세계라는 걸 아는 겁니다. 적어도 작가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구요.

하지만 '응답하라 1997'은 그러지를 못 했고. 그게 정말 아주 많이 아쉽습니다.


아니 정말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시원이 부모님 좀 봐요. 그 분들이 그렇게 억지스런 상황에 구겨들어가서 재미도 감동도 없는 대사나 어색하게 쳐대다가 퇴장하셔야할 분들이냔 말입니까!!!!? 전 그 분들이 이 드라마에서 제일 좋았다구요!!!!!



2.

여전히 뜬금 없지만(뭐 제가 하는 얘기가 다 그렇습니다;) 이 시리즈가 제 취향에서 멀어져가는 걸 느끼며 '하이킥' 시리즈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시작할 때 미스테리 하나를 툭 던져주고. 샤방한 비주얼의, 하지만 설정상으론 좀 찌질한 젊은이들이 떼로 나와 아웅다웅거리면서 성장하다가 결국엔 러브라인 집착으로 끝을 맺는;


그래도 엄청나게 긴 여유 시간이 있었던 '하이킥' 쪽은 알량하게라도 인물들의 성장을 조금씩 보여줄 수 있었던 데 반해 한국 미니 시리즈 평균보다도 짧은 분량의 '응답하라 1997'은 그만큼도 할 수가 없었죠. 전반부만 보면 이건 분명히 성장담이었단 말입니다? 근데 그냥 '6년후'라고 하더니 형은 한국 최고 기업가, 동생은 판사가 되어 있고. 준희는 그냥 의사. 학찬도 유정도 모두 다 '그냥' 뭔가가 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도 없고 그렇게 된(?) 후에 무언가도 없어요.


아마 주인공들의 성장도 연애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긴 해요. 학찬이 갑자기 정신 차리고 유정에게 돌아와 잘 해주는 게 그렇죠. 하지만 역시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에 쌩뚱맞기만 합니다. 아니 다 떠나서 시원이 좀 봐요. 걘 6년간 안 보고 살다가 왜 갑자기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이랍니까? 이거 이해 되시는 분? <-



3.

이 쯤에서 한 가지 인정하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는데...

사실 이 글은 그저 '이런 건 내가 원했던 응칠이가 아니라능!!!'이라는 제 개인적인 불평불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맘에 들었던 초반 전개에 혹해서 이후로도 쭉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길 바랐던 거죠. 드라마가 끝난 후, 오늘 사람들의 소감들을 보면 거의가 호평이니 그냥 제 취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orz


제가 원했던 건 이래요.

그냥 1997년에서 점프 없이 쭉 흘러가서 그 시절에 삼각 관계든 뭐든 끝을 봤음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단절되는 일도 없었을 거고, 조연 캐릭터들도 그냥 그 시절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며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겠죠. 그렇게 1997-200x년과 2012년 동창회. 이렇게 두 개의 시간을 무대로 했음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구요. 그랬다면 결국 결말은 지금과 같을지라도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굳이 '6년 후'를 넣고 싶었다면 대략 플래쉬백 몇 번으로 간단히 처리하더라도 캐릭터들 성격에 변화를 좀 주고, 그렇게 그들이 만만치 않은 6년을 겪어왔음을 보여주는 식으로 갔으면 괜찮았을 것 같구요. 그랬다면 자연스럽게 인물들 어른(?)도 만들고, 애틋함도 오히려 더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실제론 다들 냉동실에 6년을 넣어 뒀다가 방금 꺼내 해동시킨 듯한 모습들이어서 영;



4.

그런데 마지막회는 전 괜찮게 봤어요.

위에서 말한 막판 시원 부모 난입 장면과 시원이가 태웅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오빤 설렘이 없다~'라며 테러를 날리는 파렴치한 장면(...)만 파내 버린다면 더 좋았었겠지만;

어차피 해피 엔딩으로 갈 거라면 이런 전개와 결말 이상은 생각해내기 힘들었을 것 같고. 시원과 윤제의 긴 연애질 분량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태웅의 황당한 인연 찾기는 그간 고생해준(?) 캐릭터에 대한 작가들의 배려 차원에서 이해해줄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막판 나레이션 러쉬도 그냥저냥 뭐. '왜 저렇게 목소리가 비장할꼬...' 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도 드라마의 분위기완 잘 맞게 적당히 오골거리고 적당히 괜찮았어요. 심지어 아예 끝 부분에 지난 장면들이 스틸로 지나갈 땐 좀 찡하기까지(...)



5.

그리고... 어지간하면 디테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태웅 캐릭터는 정말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_-;;;

학력고사 전국 1위에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를 혼자 다 만들고 대통령 출마. 근데 성격은 소탈해! 동생을 아들처럼 아끼며 뭐든 희생하고 보살펴!! 심지어 연애질엔 순정파야!!!

...근데 왜 죽은 전 여자 친구 동생 겸 제자에게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마구 꽂혀서 귀한 인생 6년이나 허비하고 난리였는지. (쿨럭;)

마지막회에선 방금 전에 자길 차고 동생과 사귀고 있는 여자랑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오빤 설렘이 없다!'는 말을 듣고도 허허 웃는 세인트한 모습으로 용의 눈깔을 찍어 주시더군요;


그래서 전 후반 분량을 보는 동안 6년 동안 진상 파워만 잔뜩 충전해 놓은 시원 캐릭터보다도 이 아저씨가 훨씬 더 거슬렸습니다. 

'시청자들에게 다들 성공하고 잘 사는 해피 엔딩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PD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은 잘 알겠고 공감도 하지만 이 분은 너무 과했다구요;



6.

마지막으로...

글 서두에도 적었지만 이게 다 애정이 있어서 까는 겁니다. 믿어주세요. 정말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 생겼다고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orz

예능 프로만 만들던 PD의 첫 드라마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출도 안정적이었고 화면들도 소박하면서도 예쁘게 잘 잡았어요.

각본도 제가 저렇게 난도질(...)을 해 놓긴 했지만 마지막 회까지도 소소한 개그들은 재치 있고 인상적인 게 많아서 풉풉 거리며 잘 웃었구요.

모처럼 그럭저럭 받아들일만한 학생 캐릭터들을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뭣보다 출생의 비밀도 없고 오로지 주인공에게 역경을 던져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악당도 없으며 음모와 배신도 없는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시즌 2 얘기도 나오던데. 그건 별로 원치 않지만서도(쿨럭;) 이 PD분과 작가들의 차기작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봤어요.



+ 덤입니다.

쓸 데 없는 얘기지만 이제 이 드라마로 글 쓸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괜히 외쳐봅니다.


전 윤제와 시원이가 연결되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

과거 회상 분량에선 잘 되더라도, 현재 장면에선 각자 다른 사람 만나 잘 지내는 쪽이 더 '본격 추억 팔이 드라마'에 어울리게 애상적이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하지만 '본격 국민 위로 환타지'의 장엄한 위용을 보여줬던 어제 마지막회를 생각하면 이건 참 큰일 날 바람이었더군요; 지금의 드라마엔 지금의 결말이 잘 어울립니다.

적고 보니 참 당연한 얘기지만; 암튼 그러합니다.

    • 데헹~

      로티님은 너무 몰입하셨긔(..?)

      55555555. 안선생님 만세!!!(??!!)
    • 저는 윤제랑 시원이가 이뤄지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래도 이 둘은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이니까 이뤄질 수밖에 없겠지,하고 체념하고 있었어요.(아마 안 이루어졌으면 백만 시청자ㅡ,.ㅡ가 들고 일어났을지도...)
      그래서 제가 더 이해가 안 된 부분은 조연들마저 6년 후까지 지조를 지키게 만든 것이었어요.
      학찬이와 유정이도 간극이 있었지만 어쨌든 결국 6년 후에 다시 만났고. 심지어 2012년 현재에는 결혼.
      윤제 형은 나이도 많은데 지나치게 순수하여 6년간 외사랑을 계속해 오고.
      준희도 대학 생활, 직장 생활 하면 다른 사람 만날 법한데 역시 외사랑 계속.
      이중 한 명쯤은, 6년 후에는 새로운 멋진 애인을 만난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지 않았냐 말이지요.
      이럴 거면 6년 후는 왜 만들었는지, 바로 2012년으로 가도 되잖아요.

      그리고 내심 더 찜찜했던 건 윤제 형이 세상 떠난 첫사랑 동생이자 제자인 시원을 별 고민없이 좋아하더니 심지어 고교 졸업 전에 열쇠 준 거. 그리고 시원이 역시 떠나간 언니 옛 애인과 잠깐이나마 사귀더니 그 동생 좋아한다고 동생한테 들이대는 과정에서 고민이 거의 없었던 것.
      사실 드라마가 담백해서 그렇지 관계 크로스되는 건 막장 드라마들과 비슷...(뭐, 물론 이거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의 문제긴 하죠. 이런 기준으로 따지면 고전에도 막장 코드는 많으니까, 뭐.)
      암튼 제 기준에선 미덕도 많지만 단점과 한계도 많은 드라마인데, 제 생각보다는 평이 훨씬 좋더라고요.
    • 어디서 봤는데요, 준희가 빨간 차 문을 열면




      앞뒤가 똑같은 대리운전 1577-1577......은 이수근;;;;


      어디긴 어디에요. 드라마 끝나고 구경간 인피니트갤이지;;;
      저는 빵터졌습니다. ㅎㅎ
    • 음. 괜히 길게 쓰고보니 뭔가 로이배티님이 하신 얘기를 동어반복한 듯한 부분이 많네요. 죄송합니다. 민망. -.-
      제 생각의 요지는 이거였어요.
      그래. 주연들은 어쩔 수 없다 치자! 조연들에게라도 새 애인을 만들어 달란 말이다!
    • 사실 이 글은 그저 '이런 건 내가 원했던 응칠이가 아니라능!!!'이라는 제 개인적인 불평불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맘에 들었던 초반 전개에 혹해서 이후로도 쭉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길 바랐던 거죠. 드라마가 끝난 후, 오늘 사람들의 소감들을 보면 거의가 호평이니 그냥 제 취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orz 22222

      전 초반에 정감가는 인물들과 풋풋한 정서에 반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태웅-시원-윤제 삼각관계가 되는 순간부터 계속 로이배티님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
      '본격 국민 위로 환타지'에서 '환타지'의 비중이 너무 커지니 '환타지'라는게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서 몰입이 안되더군요.
    • 말씀하신데로 갔다면 건축학개론처럼 되었을지도~

      현재시점의 판타지가 빈 마음 채워주지 못한건 아쉽지만 그래도 재미지게 잘 봤네요ㅎㅎ
    • 1. 인정할 수 없군요. 우리 셋쇼마루사마는 적은 분량따위로 소비되는 분이 아니십니다!! <-
      3. 이 드라마가 05년으로 뛰어넘고 주변에 제가 매일 하던 말이 '다들 냉동실에 6년을 넣어 뒀다가 방금 꺼내 해동시킨 듯한 모습' 이라고 했는데 거의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감상이 같으시군요.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저도 99-05년 사이에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도는 넣어놓았어야 이 팔푼이같은 감정선..을 공감해 볼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마지막화 첫장면을 보면 윤제는 대학에서도 역시나 인기가 많았고 넬라판타지아도 잘 부를 것 같이 생긴 동기에게 열렬할 러브어택도 받았었죠. 윤제가 그 몇년이 지나고도 흔들림조차 없는 채 시원이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건 대학시절을 지내온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데 어쨌든 굳이 상황을 그렇게 끌고가려면 그가 그간 어떻게!왜! 수절(...을 해 왔는지 정도는 보여줬어야 했다고 봅니다. 시원이도 마찬가지고요. 여튼 그놈의 형제덮... 아니; 삼각 관계의 세 인물의 05년은 정말로 밋밋하고 아오 빨리 좀 지나가라. 였을 뿐인지라.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그 감정선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4. 마지막회는 저도 괜찮았어요. 이미 캐릭터들은 대부분 무너져서 무매력과 민폐와 초딩과 고집쟁이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어쨌든 이래저래해서 요래조래 했더니 애도 생기고 잘 살았더라. 정도의 엔딩이 주연 두 명이 갑자기 까페베네와 함께 죽어버렸나봐. 의 결말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아, 근데 저는 까페베네 결말은 아주 나쁜 결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개인 취향으로는 좋아했습니다.
      5. 피디님의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바람은 드라마에 독이었다고 봅니다. 방향을 너무 잘못 잡았어요.
      덤, 저도 현재는 둘이 결국 다른 짝을 만나서 잘 지내고 서로 얼굴 보면서 씨익 웃는 정도의 결말을 바랬지만 첫 화부터 그것은 쿰.
      개인적인 덤, 전 05년의 띨띨이들 사이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게 준희였다고 봅니다. 다른 애들은 대뇌에 고뇌나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효... 그저 6년 전과 너무나 한 치도 다르지 않은 해맑은 정신으로 눈누난나만 하고 있을 뿐이죠. 준희도 6년 전의 사랑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6년간 많이 힘들었고 윤제랑 한 집에서 살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약간의 납득가는 부분도 없진 않고(태웅이에게 그러잖아요. 차라리 공사를 갔으면 빨리 포기했을 거라고.) 그 변하지 못한 6년 때문에 매우 지쳤다는(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조차 없는) 게 팍팍 드러났기 때문에 까방권 획득.
      덤2. 이 드라마로 인피니트에 입문시켜주신 부산사나이 이호원씨와 로이배티님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어젯밤도 드라마 보고 인피니트 영상 보고 잤다가 챔스를 놓쳤...
    • 異人/ 좋은 드라마 감상자의 기본은 과몰입입니다(?) 하하.

      레이트/ 뭐가 죄송하십니까. ^^;;
      맞아요. 정말 태웅이 시원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과 좋아하게 된 후의 행동들이 너무 격하고(?) 설명도 없고 그랬죠. 배우는 맘에 들고 그냥 일상적인 장면에선 캐릭터도 좋은데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설득력 실종이라 난감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불쌍한 조연들... 주인공들 수절시키느라 아무 이유 없이 동반 수절 당했네요. ㅠㅜ

      @이선/ 전 드라마를 오늘 봐서 어젠 갤러리를 피하느라 못 봤던 개그네요. 저도 재밌습니다만...
      끝까지 준희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다니 나쁜 덕후들이군요. 하하.

      sophie/ 공감하는 분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ㅠㅜ
      그렇네요. 위로도 적당히 해 줘야 위로로 느껴지게 마련인데 정말 환타지가 너무 과했어요. 덕분에 시원이는 대통령 후보와 현직 판사 사이에서 입맛대로 골라잡는 어장 관리녀가 되었고(...)
    • 시원이 좀 봐요. 걘 6년간 안 보고 살다가 왜 갑자기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이랍니까? 이거 이해 되시는 분?

      - 꼭 들어맞는 건 아닌데요. 저는 이해됩니다.
      시간이 몇년이 지나도 매일 마음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어떤 상황이나 환경때문에 먼저 다가가거나 연락하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과 몇년 후에 만난다고 해도 저는, 저라면.
    • 전 일단 시원이가 소위 형제덮밥(...)처럼 두 형제 사이에 선 게 참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아무리 판타지적 요소라고는 하지만 두 형제가 너무나도 난 사람들인데다 오직 시원바라기인 것도 점점 공감하기 힘들어졌어요. 여자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애정으로 드라마를 보긴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때가 많았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건 준희가 짝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어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모를 수도 있다,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ㅠㅠ 후반부로 갈수록 삼각관계에 치중한 점은 아쉬웠지만 이렇게 애정의 관계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참 발군이었던 것 같아요. 덧붙여 호야를 다시 보게되었지요! 인피니트에서는 노래잘하는 성규군에게 관심이 몰려있었는데 호야에 대한 관심이 꿈틀꿈틀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텐아시아에서 준비했다는 인터뷰도 기대하고 있어요 :)
    • 이음/ '건축학 개론'의 결말을 좋아했던 건 아닌데, 듣고 보니 그렇네요. ^^; 본문에서도 몇 번 강조했지만 저도 괜찮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줄기차게 폄하한 뒷부분은 사실 전체 분량에선 얼마 되지 않기도 하구요.

      허걱/ 허걱님 리플이 제 글보다 훨씬 재밌고, 잘 읽히고 이해도 잘 되네요. 전 항상 쓸 데 없이 길기만... orz
      1. 그 분께선 작은 분량으로도 주인공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분이시기에 그런 겁니다. <-
      4. 저도 까페베네 결말을 아주 오랜 후에 납득하고 좋아하게 되었지만 '갑자기 까페베네와 함께 죽어버렸나봐'라는 표현이 너무 웃겨요. 하하하;
      5. 네. 다른 방법으로 더 근사하고 와닿게 희망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말씀 듣고 보니 그래도 준희 캐릭터가 가장 덜 소모당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호야군 정말 연기 데뷔작 캐릭터 잘 만났어요.
      그리고, 인피니트는 원래 좋은 것입니다(...)

      꽃게랑백작/ 앗, 그렇군요; 제가 노래방 장면에서 시원이 보인 행동들에 짜증이 나서 너무 단정적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Waterloo/ 형제 삼각 관계는 작가 특성상(?)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에서 영향을 받은 설정이 아니었나 싶은데, '터치'에선 여주인공이 처음부터 '모자라 보이지만 속 깊은' 주인공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무리 없이 교통 정리가 되었는데. 이 드라마의 경우엔 그게 좀 깔끔하지 못 했죠.
      준희 캐릭터가 분량은 크지 않으면서도 참 실속있었던 것 같아요. 울림 사장님 만세!(...)
    • 전 얼마전에야 우연히 한 편을 보고, 드라마 약간 미친 것 같으면서 너무 신선해서! 다운받아 봤는데, 몰아서 급하게 보다보니 그리고 아직 마지막편도 못 봐서요, 완전히 흐름을 꿰고 있다고는 못하는데요.

      전반적인 느낌은, 사소한 디테일에서의 놀라운 리얼리티와 큰 줄기에서의 엄청난 비현실성의 조합이 괴이한 분위기를 (나름 독특할수도 있고;) 자아내고 있달까요. 같은 선상에서 고등학교 시절 묘사의 놀라운 현실감과 반짝이는 재치와, 그 이후 시절의 더 놀라운 허접한 뭉뚱그림이;; 처음엔 아직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해본 어린 사람이 썼나 했어요. 근데 97년을 얘기한다는 건 최소한 어느 정도 연식이 있다는 건데... 그럼 정서가 그 때 머물러 있는 사람이 쓴 건가 하는 생각마저. 잘빠진 단편 청소년 성장영화를 만들 생각이 아니고 적어도 지금 30대 이상이 된 성인들에게 어필할 드라마를 쓸 생각이었다면 말이죠.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직 마지막회를 안 봐서 그런지 저도 잘 봤습니다.
      서인국이란 사람도 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구요. 연기한지 꽤 됐고 소위 탑스타라는 몇몇 배우들보다 지금 이 친구가 연기 훨씬 잘하던데요. 노래는 어떻게 부르는지 전혀 모르는데 앞으로 연기자로서 기대가 되네요.
    • 로이배티님 감상이 제 감상이네요.. ㅜㅜ 근데 처음 2000년대로 건너왔을 때의 멘붕이 힘들었지 익숙해지니까 마지막회는 무리없이 보겠더라구요 ^^;;
      이런 생각도 했는데, 예상을 뛰어넘은 지금의 인기가 애초 생각했던 전개에 발목을 잡은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시원-태웅이 이루어질만한 낌새가 있으면 금방 봉기라도 일으킬듯한(..) 커플지지자들의 압력을 무시 못했겠죠. 그래서 이 삼각관계가 생각보다 빨리, 김빠지게 매듭지어졌던 것도 같구요. (육년의 사랑을 문자 하나로 깔끔하게 포기하는 대인배 태웅! 역시 범인이 아니었어..)
      이 드라마가 조연을 대하는 방식도 러브라인이 부각되면서 희생된 부분이 많아서 참 아쉬워요. 준희야 그렇다 쳐도 성재에게는 끝내 짝지 하나 맺어주지 않는 잔인한 제작진들 ㅜㅜ
    • Veni/ 디테일의 리얼리티와 큰 줄기의 비현실성이란 표현이 맘에 들어요. 정말 딱 그런 느낌. 마지막 전까지 보고 괜찮으셨다면 마지막화도 괜찮으실 거에요. 전 막 2005년으로 건너뛴 직후와 지난 주까지가 격하게 난감했지만 어제 마지막회는 괜찮았거든요. ^^;
      서인국, 정은지는 이 드라마로 각광받는 배우가 되었고 특히 서인국은 말씀대로 재능이 상당한 것 같아요. 저도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lamp/ 아. 그렇담 제가 마지막화를 괜찮게 본 것도 적응의 결과일려나요. ^^;
      저도 출산씬이 예상보다 금방 튀어나오는 걸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 사람들이 낚이지도 않고 시원-태웅을 원하는 시청자는 하나도 없고 하니 얼른 매듭짓고 마무리하는구나... 하구요.
      성재 불쌍했죠. 보험 서류 찢겨지고 양쪽에서 염장 당하며 비 맞고 뛰어가는 처량한 모습에 마지막에도 다마고치와 함께... ㅠㅜ

      피비/ 인피니트 덕후로서 매우 반가운 소감입니다. ^^;
    • 준희가 인피니트 멤버인 건 지금에서야 알았네요. ^^
    • 피비님 말씀에 동감하는 게 오늘 회사 출근했더니 다른 직원 분이 어제 막화를 못봤다고 안타까워 하시더라고요. 남녀 주인공 잘 돼서 애도 낳았다고 하니까 '그럼 준희는?? 준희는??' 하시길래 이래이래 해서 지금은 연애도 하고 잘 지내는 것 같다. 하니까 되게 안심된다는 표정으로 ' 진짜? 아, 다행이다.' 라고 무언가 진심의 표정을 내시길래 아, 이 캐릭터는 대외적으로도(??) 살아남았구나. 싶었어요.
    • 쿠란다멍뭉이, 허걱/ 그런 김에(?)



      영업 사진이나 한 장 올려 봅니다. ^^;
      • 정석희 칼럼에 나온 사진이군요. 제가 벌써 이만큼 컸...
    • 로이배티// 아... 정말... 로이배티님!!! 여기 낚인 물고기 한 마리 추가요 ㅠ ㅠ 심지어 오늘은 제 본진이 라디오에 나왔는데도 호야 인터뷰를 먼저 찾아보고 히죽거리고 있단 말입니다. 이를 어쩔... 어쩌실겁니까??? 그나저나 드라마의 힘은 놀랍군요. 전 로이배티님 영업으로 규를 귀여워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호야군에게 마음이 가네요. 로선생님 말씀대로 키우는 맛(?)이 있는 성실하고 수수한 신개념 아이돌이에요!!!
    • 제가 하고싶은 말들은 이미 로이배티님 글과 리플들에 모두 있어서 안쓰겠어요ㅠㅠ 지금까지 계속 그래와서 리플을 못달았는데 종영이고하니 로이배티님 글들과 리플들 정말 끄덕끄덕하며 재밌게 봤다는 감사인사라도 드리려고 슬쩍 달아봅니다. 주위에 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로이배티님 덕분에 재밌게 봤어요.
      • 아아..리플다신 다른분들께도 함께 본듯 즐거웠단 얘길 쓰고팠는데 졸리다보니 뭔가 명확하지않게 써졌네요.
    • 판타지로 시작해서 판타지로 끝났죠. 한국 드라마스럽게, 다수의 시청자를 만족시켰다고 봐요. 저는 스토리나 캐릭터보다는 디테일이나 설정이 참 좋았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걸 보면 그 동안 국내 드라마의 디테일이 얼마나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는지 느껴질 정도예요. 로이배티님 얘기처럼 후반부에서는 디테일보다는 스토리의 힘이 중요한데 그 부분이 뻥 뚫린 느낌이었어요. 몇 차례나 시간을 미친듯이 건너뛰다 보니까 흐름 잠깐 놓치면 이게 언제때 과거인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그 얘기가 왜 거기에 들어가야 하는지 또한 알 수 없더라고요. 아, 그리고 너무 멋부린 듯한 마지막 내레이션도 귀에 박히지 않았어요. 초반에 디테일이나 담백함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래서 결론은,
      박순이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열정을 불태우면 너도 판사 부인 될 수 있다?????
    • 저도 태웅 캐릭터가 너무 걸렸어요. 아무리 판타지지만 너무하잖아요.-_- 그리고 말씀하신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오빠한텐 스파크가 없다' 이러는데 헤헤 웃고 있는 장면도 짜증남.-_- 그래도 이 드라마 좋아요. 또 볼 거예요. ㅎㅎㅎ
    •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Veni님 댓글, 디테일의 리얼리티와 큰 줄기의 비현실성은 크게 공감되네요.
      근데 또 한편으론 그래도 난 이 드라마가 너무 좋아! 왜지 왜지 스스로 되묻게 되네요. ㅋㅋㅋ
      아 다행이다, 나는 아직 6년이나 시간을 건너뛰는 사랑을 풋풋하게 바라볼 수 있는 소년 마인드인건가...(쿨럭;) 하며 괜한 자위중입니다;
      혹은 단순히 '이건 환타지니까 다 그럴 수 있어!' 굳게 쉴드 친 채 접근하는 빠심인걸지도 ㅋㅋ
    • 태웅 캐릭터 조금 힘 빼고, 6년간 캐릭터의 변화같은 것을 조금 넣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오랜 친구들은 좀 시간이 지난 뒤 만나도 그때 모습 그대로 느껴지긴 하지만 사실 내면은 조금씩 성숙해지잖아요.
      제 친구가 첫사랑 고교 동창이랑 헤어진지 10년 뒤에 결혼한 케이스라서 시원이 상황은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었어요(상황이 매우 비슷해요. 결혼 계기도 ㅎㅎ 같죠). 게다가 시원이는 막강 빠순이잖아요. 솔로로 나온 토니 도시락 걱정하는 열정과 지조의 상징이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어요?
      저도 가장 끝까지 아련함을 남긴 준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더불어 저의 유튭 구독 채널에는 섹시한 남자 서인국과 인피니트가 들어왔어요. 아오~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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