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선선한 바람에 묻어나는 외로움..

 

저는 여자인데 오랜만에 보는 여자 친구들을 만날 때(남자 친구애들은 없습니다.) 그 동안 사 놓고 기회가 없어 입지 않았던 원피스같은 것들을 입고 나갑니다.

 

(바지만 입어버릇 해서 평소에 치마 입기를 불편해하는 편이어서요.)

 

20대 일반적인 여성들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다닌다던지 귀여운 악세서리를 한다던지 하면서

 

스스로를 잘 가꾸고 그런 스스로를 즐기고 하는 행동을 해보고는 싶지만

 

워낙 그런 데에까지 신경을 쓰지도 못하는 정신머리인데다가 누구 보여줄 사람도 하나 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주워입고 다니는 편인데요.

 

어제 여자 친구를 또 치마를 입고 만나고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나도 이젠 남자한테 좀 예쁘게 보여보고 싶다. 수컷 공작새처럼 스스로를 이성에게 화려하게 어필하여 보고도 싶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저와는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 뿐이고, 소개팅 시켜주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전 사실 외로움을 타는 성격은 아닌데, 요즘들어 좀 외로워지고 있는 데다가

 

정말 친한 이성 친구가 있다면 거기에서 오는 안정감이 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확신은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남자 친구를 만들고는 싶지만 제가 할 일이 많아서(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사귀기가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뭐 남자분들 만날 기회도 없고 그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치마를 입고 만날 남자 친구를 뭔가 원하고 있는 이 모순됨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변변한 연애 경험이 한번도 없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연애 경험 없이 늙어 죽을 기세라는 것도 걱정입니다.

 

마음은 그럴 이유도 없이 급해지고, 지금 이 순간 손에 땀도 좀 났네요.

 

성욕이나 외로움 따위를 부정하기 위해 이성을 '악마'라고 규정해버리곤 하던 고대의 성실한 어린 학생들의 관습이 생각나는 오후입니다.

 

 

 

 

 

 

 

 

 

 

 

    • 이성이 악마...까지는 아니고, 그냥 나랑은 인연이 없나부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요. 역시 모태솔로녀^^;; 입니다.
      오늘도 정기 혈소판 헌혈 하고 와서, 난 아마 죽을때까지 혈소판 헌혈 할 수 있을지도...이렇게 생각했어요. (혈소판은 임신 경험 없는 미혼 여성만 가능하거든요.)
      • 앗, 저도 이따가 헌혈하러 가려고 했는데..!
        • 오늘은 우산 사은품 꼭 받으세요^^ (예전 글들 읽으면서 눈팅 계속 하고 있었어요~~~)
      • 아, 정말 '나랑 인연이 없나보다'하고 생각해봤는데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 동전을 던져서 앞이 나오면 연애할 마음 시작,
      뒤가 나오면 외로움을 꾹꾹이.. 휙!!
      • 지금 백원짜리 던져봤는데 뒤 나왔습니다.
    • 소싯적의 저와 비슷하신 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ㅎㅎ 저도 이십대 때 그런 시간이 있었거든요. 헐렁한 바지를 주로 입고 꾸미지도 않고 화장도 하지 않았죠.
      꾸미는데 돈쓰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고 당시 남자친구는 있었지만 이성교제에 대한 죄책감 같은것이 있어서 그애를 괴롭히고 계속 헤어지자고 했었구요. 다시 만나면 정말 사과하고 싶어요.
      태어나서 한번쯤은 빡세게 꾸며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더라구요.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이쁘장하고 이런것들이 꽤 희열을 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당시의 이십대 생활을 그대로 이어나가 결혼했으면 굉장히 아쉬웠을 것 같아요.
      • 아.. 사실 주변 사람들도 저에게 좀 꾸미고 다니라고 재촉하는데 저는 귀찮기도 하고 내키지도 않아서 그냥 그런 상태로 지내고 있었거든요.
        물론 꾸미고 안 꾸미고는 개인 취향 문제이긴 하겠지만 제 생각에도 저의 경우에는 안 꾸미는 게 뭔가 깊은 곳에 있는 컴플렉스랑 관련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저도 언젠가는 이쁘게 하고 다니는 것을 진심으로 많이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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