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공인이 맞습니다.

적어도 규범적인 용어로서는요.



규범적 용어로서의 공인은 영미의 'public figure'에서 온 겁니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인물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정당화하는 이론이죠. 

형사법정에서 명예훼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에 의한 경우에 

어느 정도까지는 정당화된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공인에 대한 프라이버시의 침해도 비슷한 맥락에서, 

대중의 관심사에 속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어느 정도 선까지는 위법성을 조각시켜주는 게 합당하다는 고려가 

public figure 이론으로 이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대중의 관심사에 속한 사람, 

즉 공인의 대표적인 예가 연예인, 스포츠스타, 정치인 등이죠.



여기까지 설명을 해도 못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런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국어사전에 나온 공인의 사전적 의미를 가지로 반박을 하시고요. 

제가 알고 있는 국어사전에 나온 공인의 뜻풀이는 공무원,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 등인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에 이 뜻풀이는 명백한 오류입니다. 



왜냐고요? 

공인이라는 용어를 공무원 또는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과 혼용한 용례가 

전혀 없기 때문이죠. 

일단 규범적인 영역에서, 판결문이나 법학서적에는 공인이라는 용어는 

오로지 public figure 이론에서 나온 그 의미로만 쓰입니다. 

그외 행정조직이나 공사, 사기업, 어떤 공적인 문서에도 

공무원, 공무수탁사인 등 국어사전에 나온 공인의 의미로 

대체할 수 있는 용어 대신 공인이란 말이 쓰인 예도 전혀 없고요. 

일상적인 입말로도 공무원 대신 공인이라는 말을 쓰는 건 어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말 입말의 특성상 같은 의미이면 

한 음절이라도 짧은 말이 실생활에서 훨씬 큰 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요.



여기서 또 하나의 가설,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오류라는 가설 위에 또 하나의 가설을 더하게 됐습니다.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잘못된 것은 일본어 사전의 뜻풀이를 베낀 결과다라는 가설요. 

그래서 전에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일본어 사전에서 공인의 뜻풀이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공인이라는 말의 뜻풀이에 공무원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헤이안 시대, 막부시대에 그렇게 쓰였다고 되어있더군요. 

이게 제 가설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건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내리지 않겠습니다.



어쨌거나 많은 분들이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고 말씀하셔도, 

법률용어로서의 공인에는 연예인이 포함됩니다. 

그래도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고, 

아니, 연예인이 공인이어선 안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근데, 공인의 영역에 연예인이 포함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상상을 해보시길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연예인이 좋지 못한 일을 벌였고, 앞으로도 그 일을 지속할 여지가 있어서, 

잠재적 피해자를 막기 위한 의도로 그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고 대중에 알렸다고 치죠. 

연예인이 공인이 아니라면, 

그 좋지 못한 일로 연예인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죄과와는 별개로, 

사실을 대중에 알린 것 때문에 그 연예인이 입은 명예훼손에 대해서 

제보자가 형사처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결국 판단은 각자가 하실 일이죠.

    • 이 떡밥이라면 ^^;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이택광) http://wallflower.egloos.com/1958109

      공인이라는 정치적 지점: 신정환과 MC몽의 경우 (이택광) http://wallflower.egloos.com/3438728

      이택광의 '공인'과 민노씨의 '공인' : 연예인은 공인인가 아닌가 (김원철) http://goo.gl/a8dKJ
      • 연예인이 공인인가에 대해서 연결해주신 것과 같은 이야기들에 국어사전에 쓰인 뜻풀이는 인용되어 있지만 영미의 public figure 이론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네요. 현실에서 쓰고 있는 공인이라는 말 뜻은 국어사전 뜻풀이보다는 public figure에서 유래한 법률용어로서의 의미에 더 가깝다는 사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요.
    • 맞는 말씀이기는 하지만, 국어사전에 기대는 논리나 "public figure"라는 영어에 기대는 논리나 인식의 지평은 비슷하죠.
      이택광의 글은 그것을 벗어난 근본적인 고찰이라고 봅니다. 칸트 얘기가 그래서 나왔고요. 공적인 것, "public"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얘기요.
      • 좀더 구체적인 지적을 하자면, 공적인 행위가 무엇이냐라는 추상적인 논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십분공감하는 바이나, 공인이라는 말을 애초에 '공민이나 공직에 임하는 이들(정확하게 말해서 권력을 갖는 이들)'이라고 전제하는 것에서부터 핀트가 벗어나있다고 보인다는 겁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이미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권위를 갖춘 사람이라는 개념은 포함될 수 있을지언정, 사회적, 계급적, 실질적 권위를 갖춘 사람이라는 개념은 포함되어 있을 수 없다는 게, 공인이라는 말의 개념내제적 한계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것도 사견입니다만.
    • 연예인이 이런 의미의 '공인'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특별히 반감을 보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보통 이 단어에 대한 거부감은, 연예인을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마땅한 인물"로 보려는 시각이 섞여 있기 때문 아닐지요.
    • 법학의 '공적인물이론' 으로 뒷받침되죠. 공인 맞음.
    • 정치인들에 비해서 너무 엄중한 잣대만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공인이 뭔지는 잘 모르겠고 중요한거 같지도 않은데..
      중요한건
      팬, 인기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대중이 까라면 까는겁니다.
      정치가든, 연예인이든.
      • 인기로 책을 팔아 먹고사는 아서 밀러나 듀나, 뒤렌마트, 오에 겐자부로, 헤밍웨이도 까라면 까야되는 건가요?
    • '공인'의 정의 또는 범위야 정의하기 나름이겠습니다만, 공인을 조금 더 넓게 정의한 후 '봐, 얘는 공인이니까 이래야 해'라고 말하는 건 싫을 것 같습니다. 공인이 지켜야 할 의무 역시 의견이 갈릴 수 있겠죠.

      그런데 '대중의 관심사에 속한 사람'이라는 정의는 너무하지 않나요? 소위 '**녀'처럼 그냥 평범하게(?) 살던 사람도 순식간에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는 시대잖아요. 차라리 '대중의 관심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조금 더 말이 되겠죠.

      하지만 "넌 대중 덕에 먹고 사니 대중한테 까여도 괜찮아"라는 건 "넌 회사 돈 받아 먹고 살면서 회사가 까라면 까야지"랑 같은 마인드 아닌가 싶어요. 뭐 일반 대중이 이렇게 사장 마인드를 가져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습니까만은.
      • 권영성 「헌법학원론」에는 "공적 인물이란 그 재능·명성·생활양식 때문에 또는 일반인이 그 행위·인격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는 직업 때문에 공적 인사가 된 자를 말한다. 자의로 유명인이 된 자(정치인·운동선수·연예인 등)가 이에 해당되지만, 타의로 유명인이 된 자(범인과 그 가족·피의자)도 여기에 포함된다."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인용된 관련 판례는 "인격권으로서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할 것이다.(1988. 10. 11. 대판 85다카29)"라고 하고 있죠.
        사실 공인, 공적 인물에 관련한 규범적인 개념은 법학, 법조계에서는 꽤 오래 전에 정리가 됐고, 이미 구체적인 사례에서도 충분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사람이 세간에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죠.
        • 타의로 유명인이 된 자에는 범인 말고 피해자와 그 가족 등도 포함됩니까?
          • 개념의 정의라는 게 모든 세세한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는 법이죠. 일단 '타의로 유명인이 된 자'라고만 추상적으로 표현을 해 놓았으니까, 누군가가 피해자도 포함시켜서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규범적 관점에서는 범죄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은 충분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권리침해를 감수할 여지를 갖는 공적 인물의 영역 안에 끌어들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법조계에서 "공적 인물"이란 개념이 그렇게 정리하고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공적 인물과 관련된 법조문이 있나요? 인용하신 개인의 명예 vs 표현의 자유 판례는 일반적인 이야기고, 그 개인이 공적 인물이냐랑은 무관한 이야기 같은데요? 표현의 내용이 가지는 사회적 이익을 따져야 한다는 거지, 개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결국 저 말은 판사가 적당히 판단한다라는 말인데, 사실 의미 없는 이야기죠.)

          그리고 세간에서 말하는 공인이랑 권영성 교수님이 정의한 공적 인물이랑 꼭 같은 맥락은 아니죠. 연예인이 과연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당해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이야기와, 법적으로 사생활 침해를 조금 더 수인해야하는 존재인가는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 공인과 공적 인물이라는 용어는 사실 강학상의 용어입니다. 조문에 구체적으로 적시된 예는 저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인용한 권영성 교수님의 정의를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또 판례의 인용은 공인이라는 개념이 프라이버시 침해를 무제한으로 수인해야 한다고 정의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법률용어와 생활용어의 간극은 말씀하신대로입니다. 다만 규범의 영역에서는 공인의 개념정의는 오래전에 정리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그 개념 안에 연예인이 포함되어 있고요.
    • 공인에 대한 규범적 정의 이전에 연예인에 대한 규범적 정의부터 분명히 해주시죠. 대략 시청률 몇프로 이상, 연수익 얼마 이상이면 공적영역으로 인정됩니까?
      • 연예인이라는 게 어떤 수량적 기준을 넘어야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었나요? 근데, 왜 연예인의 정의를 요구하시는 거죠?
        • 사적 영리활동 중인 연예인이 공인적 지위를 확보했다면 그것은 그가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유명인이라서일 테니까요. 막말로 나이트 전문 가수들도 연예인에 해당합니다. 그들에게 공인의 잣대가 적용된다면 그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러므로 연예인 = 공인 이란 도식은 틀렸단 겁니다. 일부 유명 연예인에 한해 그 유명세로 인해 공인적 지위를 획득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그렇담 대중이 유명인에게 갖는 관심을 가십이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 운운하는 기만으로 피차 민망해질 필요 없이 말이죠.
          • 말씀하신대로입니다. 대중이 연예인임을 인지한 다음에야 공인인 거죠. '연예인은 공인이 맞다'는 말에서의 '연예인'이 개념적·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연예인이라고 인지된 개개인이라고 새겨야 한다는 말씀으로 알아듣겠습니다.
    • 마이클잭슨 최진실등 우리 안에 잔인함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을 돌아보며, 그렇다면 그런 규범조차 바꿔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퍼블릭이라는 개념이 그들을 가십거리로 씹으며 잔혹하게 굴어도

      나는 책임이 없다며 손을 씻는 빌라도같은 일을 위해 생겨난 건 아닐 겁니다
      • 글쎄요. 공적 인물 이론을 폐기한다면, 대중의 인지도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을 통제할 가장 쉬운 수단을 잃게 됩니다. 공인의 영역에서 연예인만은 제외시키자는 것도 마찬가지로, 본글에 적은 것과 같은 상황이 없으리라 단정할 수 없습니다.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의 충돌에 대해, 그 한계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풍부해져야 한다는 뜻이시라면 거기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다만 대중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필수적인 공인의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씀은 너무 급진적인 것 같습니다.
        • '통제할 가장 쉬운 수단'이라니 정말 무서운 이야기네요.

          본글에 쓰셨던 '추후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사람이 피해를 주는 행위를 공개하는 것'은 그 가해자가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동네 식당 주인 아저씨든 당연히 용인될 수 있는 행위죠.
    • 도로교통법상으로는 자전거도 자동차와 함께 "차"이죠. 그렇다고 사람들이 도로교통법이 그러니까 자전거와 자동차를 동일시하던가요? 자전거와 자동차를 똑같이 취급해야 할까요?



      자전거와 자동차간에 법적 분쟁이 벌어졌을 경우엔 법의 영역에서 따져야겠지만 그냥 일상생활에서는 자동차와 자전거는 동일시되지도 않고 그게 바람직하지도 않죠. 공직자와 연예인도 서로 구분을 하고 달리 취급하는 게 자연스럽고 옳다고 봅니다.
      • 법률용어와 생활용어의 간극이 말씀하신 예에 잘 드러나네요.
        어쨌든 오래 전에 공인의 개념을 정의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는 영역이 존재하고, 그 영역이 규범의 영역이며, 거기에서는 공인 안에 연예인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걸 알아두시기는 했으면 합니다.
    • 머핀탑//
      통제라는 말이 껄끄러우시다면 견제는 어떤가요?
      애초에 연예인이 공인임을 내세우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셨는 원인의 가장 큰 것이, 그들이 지위를 과시하는 것 같은 인상에서 온 것이 아니었나요? 계급적인 면에서 본다면, 대중의 인기를 기준으로 한 소수 엘리트 그룹에 대중이 표현의 자유를 통해 견제한다는 게 정말 무서운 이야기인가요?
      본글에 쓴 예에 대한 지적도 타당한 면이 있긴 합니다만, 공적 인물 이론의 미시적인 영역까지 굳이 설명을 해드리자면, 입증책임의 문제로 들어갑니다. 공적 인물에 대한 침해는 침해를 입힌 쪽에서 입히지 않았다고 입증해야 하는 게 아니라 침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침해가 있었다고 입증해야 한다는 식으로 입증책임이 전환된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까지 디테일한 면은 영미법상의 문제고, 우리 형사법상에 있는 그대로 이식되다시피하는 식으로는 들어오지 않았지만요.
      어쨌거나 규범적 영역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뭘 만들고 꾸며서 제 사견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기존한 공적 인물 이론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가 어디 한 군데에서 삐끗해서 헛소리를 할 수는 있겠지만, 법조인들, 특히 공적인물이론이 만들어진 영미의 이론가들이 허술한 사람들이 결코 아니죠. 반대의 여지는 있어도, 이론 자체의 완결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겁니다. 저한테 이론의 정치한 부분까지 옳네, 그르네 말씀하실 건 아닐 듯 합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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