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내 창에 그림 하나 사진 하나


제 방 창문엔 그림 하나, 사진 하나가 붙어있답니다.
컬러 프린터기로 A4 용지에 뽑은 뒤 이렇게 곱게 접어 붙였다죠.
그냥 아무 이유없이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내가 왜 붙였는지 말이죠.
(그렇기에 이 글은 바낭입니다)

*1. 우선 그림부터 시작하죠.
이 그림은 지난 6월에 붙였어요.
그때 책 '좋은 그림 좋은 생각'을 읽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이 그림 설명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p225.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는 덩굴이 늘어진 암벽 곁에서 선비가 턱을 괸 채 물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물이지만 물이 아니다. 혼탁한 속세에서 보낸 찌든 시간이다. 흙탕물 같은 세상 속에서 부대끼며 살다 보면 자신이 누군지, 왜 사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그럴때면 그림 속 선비처럼 강호에 나가 자신을 바라보며 다독거려야 한다. 잠시 손에서 일을 내려놓고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왜 그렇게 미욱하게 살았는지 자신을 다그치지 말고 사느라 부딪히고 멍든 마음을 위로의 땅 위에 편안히 뉘여야 한다. 마음이 계곡물처럼 맑아지고 잔잔해져 나의 입에서 다시 세상을 긍정하는 언어가 쏟아져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읽고 봐서인지
'고사관수도' 그림을 보면 마음이 참 편해져요.

"괜, 찬, 타,…괜, 찬, 타,…괜, 찬, 타,…"
편안한 느낌 때문일까요? 전 이 그림 볼 때마다 서정주의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이란 시도 생각나더군요.


*2. 그리고 사진.
이번에 <지식인의 서재>를 읽고 붙인 것이라죠.
'조국' 교수님편에 이 사진이 등장한답니다.

p11~12. 깨끗이 정돈된 그의 책장에서 붉은 소파보다 더 파격적인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 "보세요. 느껴지죠? 해방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 사건 당시 모든 사람들이 난리가 났죠. 이 두 여학생의 주장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교칙에 옷을 입고 등교하라는 교칙이 있느냐'는 거죠. 정말 발칙하죠? 무모한 도전을 한 겁니다. 하지만 백 번 맞는 말이거든요. 결국 이 두 학생 덕분에 버클리 대학에는 '옷을 입고 등교해야 한다'는 교칙이 만들어졌어요. 우스꽝스러운 사건이지만 어떻게 보면 아주 도발적인 메세지를 주고 있죠. 세상에 대한 도전이잖아요. 두 여학생은 남들과 생각을 달리한 거죠. 저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뜨거운 도전을 느껴요. 그런 느낌을 학생들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부러 걸어놨어요. '도전해라. 굴복하지 마라'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아침 집 밖으로 나가기 전 이 사진을 꼭 봐요.
그 첫 반응은 짜릿한 쾌감과 함께 나오는 웃음입니다.
그에 이어서 두 번째 반응으로 이런 생각이 들어옵니다.
'도전해라. 굴복하지 마라'
유별난 주문 없이도 스르르 자연스럽게 마법에 빠지는 순간이라죠.

*3. 그래요. 전 이 두 점을 통해 다독거림과 용기라는 지금 저에게 필요한 두 가지를 얻습니다.
혹시 저와 같이 예술적으로 뛰어나거나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자신을 동하게 하기에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 있으세요?
그런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도 느끼고(?) 싶어요. ^^;

*4. 보너스
- '좋은 그림 좋은 생각'을 쓰신 조정육씨의 블로그 주소: http://blog.daum.net/sixgardn/
- 저 사진 파일을 얻은 조국 교수님 홈피: http://jus.snu.ac.kr/~kukcho/index.php
    • 1.저는 이 그림을 볼때마다(수묵화를 너무 좋아해요)검디 검은 절벽 아래 검은 바위에 기댄 하이얀 모습이, 뭐가 어찌 됐든 `난 나의 정신의 순수함을 잃지 않겠다`라는 강직함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아요. 비스듬히 바위에 기댄다 함은 이론과 논리에 점철된 것이 아닌 세속을 가까이 하며,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 제가 아는 어떤 현자(제 은사님)가 보이는 것 같아 더 좋아요. 꼿꼿이 바위 위의 선비나, 나룻배 위의 초라하면서 쓸쓸해 보이지만 더 자세히 보면 강직해만 보이는 유생느낌이 아니라 좋아요. 어린애 같이 팔을 괴며 냇물을 보는 모습은 정도의 이론과 학문을 깨우치고 이제는 세속으로 돌아가 책이 아닌, 세속에서 배우고 세속에서 내 글을 써보이겠다.. 하는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요.극명하게 보이는 흑과 백의 조화는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도 필요할텐데..란 생각두 들구요.
      제가 오버한것 같아 부끄럽네요;;;
      • 와~ 짝짝짝. 감상평 잘 들었어요.ㅎㅎ
    • 저도 첫그림은 어느 책에서 읽고 본 기억이 납니다.
      약간의 장난기도 이야기되었었네요.
      • 혹시 그 책 '좋은 생각' 아닐까요? 이 책은 '좋은 생각' 연재분을 모아서 낸 책이니깐요.
    • 사진 때깔이 좋다 했는데 옷을 안입었네요 그래도 좋군요.
      정말 누구나 자기의 법칙을 만들어 그안에 갖혀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도전해라. 굴복하지 마라'
        오늘 아침도 이 그림과 함께 시작했어요.

        틀을 깨고 나온다는 게 말을 쉬운데 행동은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라도 조금씩은 계속 움직여야 하겠어요! 아잣!
    • 전 이 그림을 보면서 어릴 때 생각을 해요. 말레이시아의 어느 화랑에 걸려 있던 건데 팔지는 않는다더라고요. 그래서 허락을 받아 사진을 한 장 찍어왔죠. 어릴 때 풍경들을 이 그림의 햇볕에 대입해 넣으면서 바스락바스락 좋은 기분들만 남기고 있어요.

      • 와. 저도 흐뭇해지는걸요. 덕분에 좋은 그림 기분 좋게 잘 봤습니다.
    • 아, 이 글 너무 좋은데요. 좋은 나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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