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님 바낭] 건강에 적신호

남들이 저희 반지 보고 예쁘다고 칭찬 들을 때마다 제가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가 있었어요.

얘는 미모랑 건강한 거 빼면 시체예요. 얘는 정말 예쁘고 건강하니까 버릇없어도 돼요 등등...

입버릇처럼, 반지는 정말 생긴 것 자체도 예쁘지만 건강함이 표정에 묻어나서 더 예쁜 타입이었죠.

만 10세하고도 3개월이 된 중년견이지만, 병원에 간 횟수는 정말 적어요.

예방접종하러 가는 거 빼면 오래 전 출산 때, 가끔 귀에 염증 생겼을 때, 다른 개랑 싸우다가 다쳤을 때,

그리고 일이년에 한 번 정도 배탈났을 때... 몸에 칼을 댄 것은 작년에 한 중성화수술이 유일하죠.

8살 때까지 한 집에 살던 푸들 친구 찌루가 종합병원이었던 덕에 병원에 따라간 적은 많았어요.

그래서 반지는 여태까지도 병원에 가면 일단 진료대 올라가기 전까진 놀러가는 건 줄 알죠.

 

그런 반지가, 지난 주에 연례행사인 배탈 때문에 병원에 갔습니다.

원래 스트레스 받으면 한번씩 배탈이 나는 타입인데 이번엔 딱히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었어요.

며칠 동안 반지가 좋아하는 제 친구가 와서 오래 놀아주기도 했고, 산책도 매일 했고...

그런 상태에서 토요일 저녁에 탈이 나서 다음 날인 일요일엔 병원 문을 안 열고, 이러다가 괜찮아질 때도

있으니까 이번에도 혹시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런데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구요.

먹은 것도 없이 계속 토하고 묽은 변을 보길 반복, 그래서 월요일날 바로 병원에 데려갔어요.

다행히도 배탈은 별로 큰 증상이 아니었는데 선생님이 청진기로 들리는 심장소리가 안 좋다고 하시네요?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거 아닌가요? 라고 천진하게 되물었지만 당신 수의사생활 25년짼데

이런 심장소리는 십중팔구 심장병 증상이라고, 자세한 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하셨어요.

일단은 배탈치료가 우선이니까 주사 맞고 약 먹고 치료한 후에 정밀검사 받으러 오래요.

 

 

........여기까진 헉, 진짜 심장 이상인가? 를 걱정하기보단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진료를 받았던 동물병원이 이 동네 이사와서 이제 2년 동안 다니고 있는 병원이었는데,

솔직히 선생님 실력은 좋으시지만 가끔 이건 안 해도 되는 거 과잉진료한다 싶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대부분은 많이 오버하는 거 아니고 이것도 나름대로 병원의 영업스킬이겠지 싶어서 적당히 받아주고

좀 심하다 싶은 건 그냥 안 할게요, 하는 식으로 넘어가긴 했었지만 그래도 좀 그런 면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선생님이 진료 안해도 되는 거 괜히 겁주시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이건 진짜로 이상 있지 않기를 바라는 제 마음의 간절한 바람이었죠.

 

그리고 반지 배탈이 완전히 다 나은 다음, 지난 토요일에 병원에 가서 다시 정밀검사를 받았어요.

엑스레이 찍고 피 검사도 하고 심전도도 하고 그래서 결과는....... 심장비대증이었습니다. ㅠ_ㅠ

선생님 의심한 게 미안하게 그냥 딱 엑스레이 사진 보는 순간, 반지 심장이 많이 크더라구요.

심장비대증은 보통 선천적인 게 아니면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때문에

심장이 무리를 해서 그렇다고, 최근에 반지가 운동하기 힘들어하는 증상은 없냐고 물으시는데....

그런 거 절대 없죠.; 항상 씩씩하게 잘 뛰어다니고, 오히려 제가 쫓아다니느라 힘들어하죠.;;

 

일단 아직은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고 심장비대 증상으로 인해 기관지를 눌리는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약물치료하면서 운동할 때는 무리하지 말고 사람 먹는 거 절대 주지 말고 나트륨 조절해주는 사료 먹고...

등등의 처방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약물치료 하면서 살찌지 않게 하면서 쭉 건강관리에 신경써준다면 평범하게 잘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우리 반지 스무살까지 살아야하는데... ㅠ_ㅠ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반지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약 먹이기 전쟁에 돌입했네요.;;;

이 주인이 그동안 좀 더 건강관리 신경써줄걸 하면서 미안함에 폭풍눈물 흘린 것도 모르는 야속한 반지마마는

약이라면 제일 좋아하는 6천원짜리 캔사료에다 섞어줘도 바로 눈치채고 안 먹는 녀석이라.. ㅠ_ㅠ

고집쟁이 떼쟁이에 주인을 우습게 보는 버릇없는 개님이지만, 그래도 이게 피할 수 없는 거란 사실을 언젠가

깨달으면 이 약먹이기 전쟁이 그래도 좀 나아지겠죠.

주인이 운전할 때 무릎 위로 점프하면 안된다는 사실도 드디어 깨달은 영특한(..) 개님이니까요. ^^;

 

암튼 우울하니까 반지 사진이나 몇 장 풀어봅니다!

 

 

 

 

 

주인아, 놀자~~~~.jpg

 

 

 

 

 

먼저 손을 내놓지 않는다면 내 앞발도 없다.jpg

 

 

 

 

 

 

주인이 잠깐 내려놨는데 사라진 두유는 어디로 갔을까...?.jpg

 

 

 

 

 

어이, 인형군 여긴 내 구역이야.jpg

 

 

 

 

 

주인님, 빨래같은 거 하느라고 나랑 안 놀아줄 거야? 그런 거야?.jpg

 

 

 

    • 그동안 병원 갈 만큼 아팠던 적이 없어서 우리 애들의 건강에 늘 감사했는데 이번에 악성종양에 걸린 걸 알았습니다.
      자기들 끼리 놀고 있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나고 자면서 몸을 심하게 떨면 혹시 아파서 그러나 싶어 또 눈물바람이고...
      요즘 하루 하루 심장이 찢기는 느낌으로 삽니다. 시간이 흘러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는 게 너무나 두렵네요.
      그래서 제목만 보고 혹시 반지도 중병에 걸린 건 아닌가 식겁했어요. 반지가 얼른 전처럼 건강해 지길 바랄게요.
      • 저도 개님으 슬개골탈구로 수술앞두고있어 큰병 아닌거 알면서도

        우울하고 슬퍼요ㅠㅠ

        왜 이리 이쁜 녀석들이 아파야 하는지...
    • 약은 공캡슐에 넣어서 먹이면 훨씬 수월하더라구요. 공캡슐을 입천장에 붙이고 입을 닫으면 별수 없이 꾸울꺽~ 하고 먹더라구요. 이 방법 한번 써보시면 어떨까요? :)
    • 아아 너무 예뻐요 ㅠㅠ
    • 반지 너무 예쁘네요. 약 잘 먹고 심장이 다시 정상 사이즈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fysas님 글 보고 아차 싶어 저희 집 강아지 이름으로 통장 하나 만들었어요. 아직은 2살이라 쌩쌩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모아 보험하려구요^^
    • 저희 개님도 이제 노견 대열에 들어 섰지만 제 눈엔 아직도 어린이 강아지 같아요. 하지만 몇 년 전에 큰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슬슬 뛰노는 걸 힘에 부쳐 하기도 해서 요즘엔 볼 때마다 좀 마음이 시립니다. 애초에 주어진 시간이 달라서 어쩔 수 없는건 알지만 어느날 이제 제 곁에 더이상 개님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웃기게도 눈물이 툭 떨어지더라고요. 심지어 너무 슬프니깐 이럴꺼면 아예 처음 부터 키우지 말 것을.. 싶기도 해요. 사실 부모님이 아무 생각 없이 데려온 애인데 생명을 거둔다는 건 정말 신중해야 하는 거 같습니다. 같이 살면서 행복할 수록 헤어진 다음을 생각하는게 진짜 너무 힘들어요. 반지도 저희 개님도 스무해 서른해 건강하게 장수하길.
    • 크라피카/ 댓글 보니 제 마음도 너무 아프네요. ㅠ_ㅠ 저도 이번 일 덕분에 말 못하는 동물에게 평소 건강검진은 정말 중요한 거구나 싶었어요. 부디 많이 힘들지 않길 바랍니다. 크라피카님도, 개님도 힘내세요!

      감홍시/ 지난 번에 수술로 고민하시던 글 생각나네요. 결국 결정하셨군요. 수술 잘 되길 바랄게요.

      몬레이/ 오.. 공캡슐은 따로 파는 데가 있으려나요? 한 번 선생님하고 상의해봐야겠네요. 좋은 팁 감사!

      roger/ 저렇게 예쁜데 속은 아파가고 있었대요. ㅠ_ㅠ

      프풋/ 보험용 통장이라니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그런 생각을 미리 했었어야 하는데.... 라지만, 반지랑 같이 키우다 먼저 보낸 녀석한테 들어간 병원비가 차 한대 값은 되는지라; 여유가 없긴 했죠. ㅠ_ㅠ
    • 다달다/ 저도 이제 입가도 희끗희끗하고 몸에 흰털도 드문드문 보이는 녀석이지만, 반지만 보면 마냥 10개월 아가같아요. 2년 전에, 같이 키우던 녀석을 먼저 보내고선 주변에서 반지 동생 들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는데 보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차마 그렇게 못하겠더라구요. 비록 심장비대증 진단을 받았지만 그래도 반지에겐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는데 가끔씩 떠난 후를 미리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견뎌야하나 싶어요. 그래서, 함께 있는 동안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고 잘해줘야겠다 생각하죠.
    • 정말 반지미모는 특출납니다ㅠㅠ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들도 나이가 들면 건강하다가도 갑자기 확 나빠지더라구요.
      저도 완전 건강체였던 10년넘게 가족이었던 반려묘를 5개월만에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서 남 얘기 같지가 않네요. 20년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았는데...
      빨리 나아서 장수하길 바랍니다.
      • 그러게요. 워낙 건강하니까 반지도 나이 많다는 걸 깜박했었어요. 이제부터 잊지 말고 잘 챙겨줘야죠. ㅠ_ㅠ
    • 반지가 예전에 키우던 저희집 아이와 비슷하게 생겨서 마음이 아파요.
      하루 빨리 낫기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길 바랍니다.
      • 완전 회복까진 무리인 것 같고 더 나빠지지만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정도면 일상에 무리는 없으니까..
    • 공캡슐은 지마켓 등에서 제일 작은거 골라서 사시면 됩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병원에서 주기도 하나봐요 다음 진료때 문의해 보시면 될것 같아요. 저희 콩이는 캡슐 덕분에 약을 버리는거 없이 다 먹어서 그런지 차도가 좋았습니다. 반지도 빨리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랑 동생이랑 반지마마 팬입니다 ㅎㅎ
      • 오.. 공캡슐을 지마켓에서 팔기도 하는군요!! 전 당연히 병원 가서 받아와야한다고 생각했네요. 진짜 가루약은 입에 넣다 흘리는 거 봉지에 남아있는 게 많이 아깝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_< 동생분께도 감사드려요. ^^
    • 제목보고 놀라서 들어왔네요 ㅠㅠ 이 이쁜이가 아프다니... 사진으로만 봤지만 제3자인 제 눈에도 아가같아요. 약 잘 먹이고 관리해주시면 괜찮을거라 믿습니다. 스트레스 받을때마다 반지 사진 보면서 피로회복하는데 맘이 아프네요.
      • 겉보기엔 멀쩡하고 산책가자고 칭얼칭얼 나가면 씐나게 뛰어댕기는데 이런 녀석이 아프다니 저도 믿기지 않아요. ;ㅁ; 잘 보살펴서 더 안 아프게 해야죠!!
    • 어쩜 이렇게 다람쥐같이 귀엽게도 생겼나요. >.< 저희집 개도 나이가 많아서 이런 글 볼때마다 저희집 개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반지, 빨리 낫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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