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진리입니다.

나보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오늘 큰 아이에게서 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저녁을 먹고나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초등학교 1학년 큰 아이가 제게 뭔가를 주더군요.


'이게 뭐야?'

'아빠한테 주는 편지~'


큰 아이가 제게 전해준 편지를 붙들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 난 아빠 자격이 없는 사람이구나.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도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난 이 나이를 먹고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보다도 이기적이고 못난 사람이었구나.


큰아이가 태어나던 날 새벽 허둥대던 제 모습.

난산이라 와이프도 힘들어 하고,

말은 못하지만 아이도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을거라던 담당 의사 선생님의 말씀.

그렇게 힘들게 태어난 큰 아이...


첫 걸음마.

처음으로 엄마, 아빠를 말하던 그 자그마한 입.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쳐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

대체 언제 이렇게 훌쩍 커버린건지...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얼마전 반 아이들 모두가 앉는 자리를 옮겨서 짝꿍이 바뀌게 되었는데

제 아이와 새로 짝꿍이 된 아이가 계속 울더랍니다.

이유인 즉슨.

전에 짝꿍이던 아이와 친해서 좋았는데 그 아이와 헤어지게 되어 슬펐다구요.


그런데.

제 아이가 그 우는 아이를 달래주더래요.

짝꿍이 바뀐 게 내 잘못은 아니지만 니가 슬퍼하니까 내가 미안해...라면서요.


선생님이 아이 엄마에게 칭찬 많이 해주시라고...

아이가 정말 착하다고.


전 그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라면...

"쳇. 너 그럼 저 녀석한테 가버려. 나도 너하고 짝꿍하는 거 싫어!" 해버렸을텐데...

이 아이는 저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지.


물론 착하다는 것. 마음이 곱다는 것은 고맙고 대견한 일입니다만

요즘 세상에 착하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욱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라 뭐하러 네가 그 아이를 위로해줬냐...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는데 이 녀석.

'아빠. 그러면 왜 안되는거야?'라는 아이의 물음에 답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아... 나는 너무 세상에 찌들어 버렸구나.

이런 제가 아빠라는 사실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고...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어요.


그리고 오늘 아이가 제게 전해준 편지.

분명히 다른 아이의 잘못임에도 자기의 잘못이라고.

자기가 잘 했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거라고 길게 쓴 아이의 편지를 붙들고 정말 슬펐어요.


이게요...

사실은 슬픈 일은 아니라고.

아니.. 슬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 싸움이 커지거나 할 일이 없거든요.

하지만 왜일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을 하지 못해요.

그렇게 하면 자존심이 상하는걸까... 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네.

우선 제 자신도 그래요.

솔직히 인정하는 것에 굉장히 서툴러요.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기가 좀 더 잘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거라고...

내가 더 잘하겠다는 아이의 편지를 보면서...

이 세상은 이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일지 모르겠어요.


몇년 후.

아이가 지금과 같은 마음씨를 가지고 있기를 바라야 할지.

그래봤자 너만 손해야! 독해져!!!! 라고 해야 할지.

아 정말 모르겠어요...







    • 아이 마음이 정말 예쁘네요. 예쁜 마음만큼 스스로 단단해지는 법을 찾지 않을까..그냥 인정해주시는 게 마음 편한 아이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육아는 안해봐서 모르지만요. 글 잘 읽었어요.
    • 정말 보석같은 아이네요.
      제 주니어들도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자랑스러운 일이죠. 아드님 그릇이 아주 크네요. 독해지는게 살아가는 걸 수월하게 만들긴 하지만 진짜 위대한 사람들은 남에게 쪼잔하게 굴지 않죠. 우리 아들은 보통 사람에 그칠게 아니라 남을 품는 위대한 사람이 되겠구나, 하세요. 근데 위대한 사람 부모가 되실려면 앞으로 아주 고달프시겠어요. 크게 자랄려면 성장통도 크겠죠. 그게 걱정되시는거죠?
    • 글쓰신 분 마음 씀씀이도 분명 아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해요. 잘 읽었습니다.
    • 세상엔 사기꾼도 많지만, 그보다는 진가를 알아보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드님을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마음을 지켜주려고 노력할 거예요.
      저도 그런 어른이 되겠습니다. 정말 귀한 아드님을 두셨네요. ^^
    • ㅎㅎ 착한 아이가 계속 착하게 커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죠. 대선 때라 계몽조로;;;
    • 분명히 Jager님이 좋은 분이시기 때문에 저렇게 자랐을 거에요. 여러모로 부럽습니다. ^^;
    • 부러워요. 부러워요. 그저 부럽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 요즘 같은 세상에도 착하다는 건 정말 귀하고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만..

      제가 아무래도 찌들어서 그런가; 애가 매사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무조건 미안하고, 내가 더 잘 할게.. 이런 식이면 뭔가 안되는 거 아닌가요;;

      네..전 아직 육아 초보라 뭐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고 혼란스럽네요..
      • 도덕과 현실의 괴리는 성인 된 저로서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ㅠㅠ 아이에게 뭐라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제 어머니는 '사필귀정이니 힘든 일 있어도 꿋꿋하게 좋게 보고 좋은 마음을 갖고 바르게 살아라'고 하셨습니다만...
    • 넘치도록 사랑해주고 싶은 아이네요^^
    • 많은 분들께서 남겨주신 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이 아이.
      제게는 과분한 아이라는 생각이고, 저는 역시 나쁜 아빠구나 싶어요.

      nightlife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저는 그런 부분이 답답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어요.
      아직 어린데... 지금부터 이러면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너무 힘들텐데...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참 성장이 빠르구나 싶은게요,
      어젯밤에 아이와 마주앉아 얘기를 해보니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생각하는 게 훌쩍 커버렸더라구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야기하고...
      제가 염려하던 부분은 이미 아이도 알고 있더라구요...
      아이의 이야기를 한참을 듣고나서 아 진짜 나는 이 나이먹도록 아이보다도 못하구나 싶어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미안하기만 하더군요.

      아이는 분명히 와이프의 마음씨를 물려받았을 거예요.
      사실 저는... 저렇지 못하거든요.
      현실적인 생각만 해서 아이를 강하게 키우려는 입장이었고 그런 제 방식때문에 와이프와 의견 충돌도 여러번 있었구요...
      아무래도 바뀌어야 할 사람은 제가 맞는 것 같아요.

      참.
      이 아이.
      여자아이랍니다...^^;
    • 댓글 달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부럽고,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저 역시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정말 자격이 있는 것인지' 하고 되묻고 반성하고 속상해 하는 경우가 허다래요.
      아이 마음씨가 참 예쁘고 바르네요.
      부럽습니다. ^_^
    • 아놔. 정말 순수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아드님도 그렇지만 제 아들을 보면서도 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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