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노래방 간 이야기.
어제 오랫만에 혼자서 노래방에 갔습니다.
어릴 때는 친구들이랑, 한참 젊을 때는 모임의 사람들이랑,
때때로 친동생이랑 둘이서, 그렇게 노래방에 가곤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혼자 노래방에 가는 게 좋아져요.
한 2년여 전부터 그랬던 거 같아요.
탤런트 김남주씨가 예전에 스트레스 푸는 방법으로 혼자 노래방에 간다는 답변을 했던 것 같은데(여전히 그 취미가 이어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도 그 방법에 공감해요.
비록 제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따금 혼자 노래방에 간다고 하면, 뜨아한 반응을 접하게 되긴 하지만요.
지난 주말에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다행히 어젯밤엔 혼자 나갈 만한 여유가 주어져서,
저번에 한번 갔었던 동네 노래방에 혼자 또 갔습니다.
노래방엔 카운터의 주인 아저씨 한분뿐이어서 괜히 좀 꺼려지는 맘도 있었지만,
초면도 아니고 지난번에 왔을 때도 잘 대해주셨기에 맘을 조금 놓고, 안내해 주신 방으로 들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고음으로 올라가는 노래나 꺾기 창법의 이승환 노래, R&B창법으로 기교가 필요한 노래 등을 골라서
일부러 소리도 좀 지르고 멋도 부리며 부르곤 했는데(그러다 삑사리가 나면 밀려드는 참담한 심정)
이제는 편안한 노래가 좋아요.
특히 남성 보컬의 조용한 노래를 여성 키로 올려 부르는 것도 좋아졌어요.
어제는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로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듀게에 정말 여수 밤바다가 좋은지를 여쭈었는데, 그때 알게된 사실이
장범준이 예전에 여수 앞바다 부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는 거였어요.
그 사실을 알고 노래를 다시 들으니 장범준의 심정이 절절이 이해가 갑니다.
저도 알바하던 장소에서는, 특히 밤이 깔리면은
그곳에 손님으로 와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그곳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고,
그곳만의 숨겨진 장점이랄까 그런 게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장소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곤 했죠.
(특별히 악덕 업주 밑에서 시달리지 않는 한 -_-)
보아의 Only One을 부르다가 '무리야' 라는 말을 떠올리고,
나르샤의 I m in love도 예쁜 척하며 부르고,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여성 키로 높여서 감정에 젖어 부르고(혼자 왔길 다행)
태연의 '들리나요', 솔리드의 '아끼지 못했던 사랑',
혼자 노래방에 와야만 부를 수 있는, 박정현의 '꿈에' 도 불렀어요.
그야말로 소리소리 질렀죠. 물론 소리를 지른다고 모든 음에 다 가 닿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다가 존경하게 된 가수가 몇 있는데
박정현과 아이유(예전에 '좋은 날' 부르다가 3단 고음 부분에서 그녀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달았어요)
그리고 어제는 보아도 존경하게 되었어요.
조규찬의 '서울 하늘'도 여성 키로 높여서 불렀습니다.
요즘 많이 생각나는 노래였는데, 소리소리 질러야 하는 노래를 부를 때보다
'서울 하늘'을 부를 때가 더 맘에 남아요. 요즘은 조규찬의 노래가 와닿더라고요. 때에 따라서는 듣다가 눈물도 나고요.
마지막 곡으로는 박정현의 '나의 하루'를 불렀습니다.
아저씨가 연이어 10분씩, 20분 보너스 타임을 주셔서 1시간 20분을 열심히 부르고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니 확실히 뱃속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