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1.

 

 

 

 2.

 

 톰 웨이츠의 take it with me 라든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곡들이 몇 곡 있는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설거지를 하다가요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아주아주 천천히 우아하게 고무장갑을 벗고

 그 음악이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듣고 하는데 그게 저에겐 명상의 시간이에요

 

 3.

 

 인생은 시시한 거네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시시한 인간이었나봐요

 

 몸도 마음도 폐허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학교 운동장 서른바퀴를 돌았어요

 운동장을 돌고나니까 지금은 몸과 마음이 가건물쯤 되는 것 같네요 다시 튼튼하게 쌓아올리고 싶어요

 

 잠이 오지 않는 밤엔 집에서 멀지않은 재건축 현장 폐허가 된 낡은 공사장 인근을 거닐곤 했지요

 

 하지만 오늘은 그런 곳에 갈 수 없어서,

 쓸쓸할 때마다 두캔씩 사서 들어와 한캔만 마시고 남겨두었던 캔맥주들을

 모두 마시는 밤입니다

 

 뭔가 서툰 문장이 있어도 이해해주시길

 

 4.

 

 음악을 가장 먼저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여러분은 다시 태어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저는 야구선수 혹은 포크송 가수

 

 5.

 

 십이년전에 약 한달간 손을 잡고 전국을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이 있는데

 오늘 그 친구들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여자아이 하나가

 

 이십대 때 누구든 자기에게 고백을 했으면 바로 사궜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때 그 아이를 좋아하는 형들이 너무너무 많았는데

 제가 아는 것만 해도 그 수가...

 

 아무튼 인생의 쓸쓸함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거군요

 그래서 좋았다기보다는 그래서

 슬펐어요

 

 아무튼 늘 다투던 그 예쁜 동생과 지금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6.

 

 아주 오래전에 방글라데시에 갔을 때 들른 팬시점에서 만난 마푸즈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 청년에게 한국에 도착하면 반드시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결국 그 청년이 주소를 적어준 쪽지를 잊어버려서 그러질 못했어요

 

 근데 그게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서 미안합니다 마푸즈는 잘 살고 있을까요? 제가 죽기 전에 다카에 다시 갈 일이 있을지...

 

 7.

 

 돌이켜보면 좋은 연애들을 했던 것 같아요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고 

 - 근데 다시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군요 정정하겠습니다 모두 좋지만은 않았어요 ㅎㅎ

 

 그런데 그때도 제가 연애를 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순간이 분명 있었을텐데

 지금은 그때 제가 어떻게 아파하고 힘들어 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 거 있죠

 

 그냥 지금 제가 겪는 쓸쓸함이 처음 겪어보는 것마냥 새롭게 아파요 ㅎㅎ 아 겪을 때마다 새로운 중이병

 

 발전이 없는 인간이네요 >_<

 

 8.

 

 저희 아버지께서는 칠남매 맞이로 태어나 할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당신 아래의 고모와 삼촌들을 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를 보내셨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사진관을 한자리에서 삼십년 하셨는데 그만하면 성공하신 거죠

 저는 사진관집 막내아들 저희 사진관 앞에 걸린 사진 전속모델 중 한명이 저였습니다 ㅎㅎ

 

 저희 아버지께서는 고모, 삼촌들 공부 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신다고 정작 당신은 공부를 별로 못하셨는데

 얼마 전에 검정고시를 패스하셔서 대학에 입학하셨습니다

 

 물론 울 아부지 등록금은 저의 몫 아휴 삶의 무게 좋아라 >_<

 

 제가 아버지를 닮아 악필인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요즘 서예를 시작하셨더군요 

 근데 이번에 추석에 내려가서 보니까 그 솜씨가 정말 멋지더군요

 

 오늘 제가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술 한잔 하신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셔서

 제가 왜 어머니랑 싸우지 않아야 하는지 아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셔서 금방 설득되었죠

 아버지 말씀은 엄마가 네게 하나 밖에 없는 엄마라서 잔소리를 한다는 거였어요

 아 저는 역시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온 게 아니었어요 ㅠㅠ

 더 이상 어머니와 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_-

 

 아 엄마 아빠 보고픈 맘 돋는 밤이네요

 

 오늘 저희 아버지께서 전화로 하신 말씀 중에

 그래도 아빠는 동네에서 열심히 살았다는 소리를 들으셨다는 말씀이 있었는데

 

 저도 아빠처럼 살고 싶네요 열심히 책임감있게 말이죠

 

 9.

 

 아무튼 제가 오늘 하고픈 말은 봉숭아를 같이 듣자는거죠

 

 이 밤이 길고 남아있는 캔맥주도 많으니 외롭지 않네요 같이 들어요

 

 술 마시고 쓴 글이라 자고 일어나면 부끄러워서 지울지도 모르겠네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같이 들어요

 

    • 저도 마음이 아플 땐 달립니다. 다음주에 부산 가는데 기대되네요. 영도에도 가볼 거예요!
      • 각주님도 저처럼 달리시는군요 저는 달리는 것보다는 수영을 더 좋아하는데 어제는 수영장에 갈 수가 없어서...

        부산 가시면 영도도 가보시고 달맞이도 가보세요 그리고 용두산 공원에 있는 타워 전망대도 올라가보시고 ^^

        저는 어제 올라왔는데 부럽습니다 ㅎㅎ
    • 톰 웨이츠 좋네요. 저는 우연히 커피숍에서 이 사람의 노래를 듣고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이 노래였지요.
      • 아 이곡도 오랜만에 듣네요 감사합니다 푸네스님 연휴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무슨 일이든 시월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 고백합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면 햇빛도 잘 안드는 퀴퀴한 시궁창같은 방구석에서 과자부스러기를 벗삼아 살다가 어느날은 웨이트리스;;;를 해서 저를 먹여살리는 사랑스러운 애인에게 그만 헤어지자고 큰소리를 치고, 다음날 바로 잘못했다고 빌고,
      스물하나에 불후의 명반을 발표하고 스물셋에 요절하고 싶었죠
      아..이정도면 중이병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만하지 않은가요? 제가 이말을 친한 친구한테 들려주면 그친구는 이미 여러번 들은 얘기인데도 재밌다고 웃어줘요
      저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해서 요즘엔 홍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향이 참 좋아요
      요즘엔 날도 차가워지고 해도 짧아져서 퇴근하면 재깍 집에 들어오지만 가끔 집에 가기 싫을때가 있지요. 빨리 가서 씻고 쉬면서 내일 준비를 하는게 맞다는걸 알면서도 가기가 싫어요. 갈데도 없는데요
      그래도 이번 주가 지나기 전에 꼭 평일날 일끝나고 누군가와 차한잔 마실 약속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주말에 약속하는 것보다 바쁘고 시간 촉박한 평일 밤에 일끝나고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가는 기분이 그리워요
      • 으하하 킨님 귀여우세요!

        저도 홍차를 마셔봐야겠군요 술자리가 좀 지긋지긋한 감이 있어서 ㅠㅠ

        저도 그런 설렘이 그립군요 오늘이라도 좋은 친구분과 약속을 잡아보세요 언제고 심심하시면 저보러 홍대로 놀러오시고 ^^
    • 좋은 아버님을 두신 것 같네요. (등록금 부담주신 것 빼고 ㅎㅎㅎ)보고 들은 게 그와 같으면 형태는 달라도 색깔은 유사하게 나이먹는 것 같더라구요.



      전 술먹고 제 일기장에 쓴다고해도 이런 감성 도저히 안나오는데 한편으론 부럽네요. 굳이 지우지 않으셔도 상관없을듯해서 댓글 달았어요.
      • ㅎㅎ 등록금정도야 제가 내드려야죠 맨날 막내라고 해드린 것도 없는데

        샘물님 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_<

        연휴 잘 보내셨나요? 이 글은 부끄러워서 지우고 싶었지만 샘물님 댓글보고 그냥 두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샘물님도 시월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저희 아버지 대단하시죠? ㅎㅎ

        제가 저희 아버지 반만 닮았어도 ㅠ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SPL님 닉네임에는 어떤 뜻이 있는 건가요?
        모쪼록 시월에는 좋은 일들만 많이 만들어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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