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의 이끼를 봤어요
명절을 맞이해 이끼처럼 3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도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시간적 여유로 dvd를 빌려서 봤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시간이 너무 길어서 부담스러워서 안 봤죠. 별로 끌리지도 않았고요.
그러고 보니 강우석 영화들은 죄다 시간이 기네요. 한국영화들의 통상 평균 상영시간이 2시간 안쪽인데
강우석은 특히 2000년대 이후 감독한 영화들은 130분 밑으로 되는 영화들이 거의 없네요.
공공의 적 138분
공공의 적2 148분
공공의 적3 127분
실미도 135분
한반도 147분
이끼 163분
글러브 144분
2000년대 이후 만든 작품 중 가장 짧은 영화가 강철중입니다.
매 영화를 찍을 때마다 단 한장면도 편집할 수 없어서 시간이 이렇게 길어졌다고 항변하는데 편집감이 없나봐요.
강우석은 제작자 마인드로 작품을 찍기 때문에 감독판을 내놓아야 할만큼 장면을 많이 찍지도 않고 테이크도 많이 안 가는 감독인데
찍은 장면 버리기에 돈아까워서 이렇게 상영시간이 일괄되게 긴가봅니다.
이끼는 지난 10여년 동안 만들어진 한국영화 중 까페느와르 다음으로 긴 영화가 아닐런지.
영화에 대해 말한다면,
전 원작 안 봤습니다. 그래서 원작과의 비교는 불가능한데요. 그럼에도 영화의 각색이 많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캐스팅이 별로네요. 강우석 사단이 모인건데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배역과 맞는 캐스팅을 했으면 좋겠어요.
배우들 연기가 배역과 겉돌아요. 유해진처럼 배역과 잘 맞고 연기도 훌륭했던 경우도 있지만 유준상,유선,정재영 등 대부분 별로였습니다.
특히 유준상은 디렉션이 그랬는지도 모르겠는데 왜 강철중처럼 연기할까요? 너무 이상했어요.
허준호도 맑은 이미지의 배우가 해서 신뢰를 줘야 할 배역인데 허준호가 해서 사이비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죠.
유선도 배역과 하나도 어울리지 않았고요. 박해일은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예민하고 도시생활에 찌든 배역을 생생하게 연기하더군요.
박해일에게 저런 표정도 있었나 싶었죠. 문어체 대사가 심하게 걸리긴 하지만요. 근데 극중 박해일 직업이 뭐죠? 검사로 나오는 유준상이 박해일 때문에
시골로 좌천된걸로 나오는데 무슨 이유로 그런건지는 모르겠네요.
영화는 참 촌스럽고 투박하고 편집도 이상하고 강우석 스러운데 그럼에도 재미가 있었다는것. 163분이 지겹지 않았어요.
이게 바로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강우석 영화들의 매력인가 봅니다.
글러브가 망하긴 했지만 2000년대 이후 강우석이 감독한 영화 중 딱히 큰 흥행실패작은 없었죠.
한반도나 글러브 정도가 실패작인데 그래도 한반도는 380만 넘겼고 글러브도 100만은 넘겼으니 나중에 판권 수입으로 채웠을겁니다.
이끼를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번에 광해 보면서 만약 예정대로 강우석이 감독했으면 어땠을까 하니 심란하던데
이끼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졌죠. 소재가 아깝네요. 그래도 제가 심사위원이라도 강우석에게 감독상 줬을것같아요.
그 해 강우석이 춘사나 청룡에서 감독상 받은건 노력상의 의미였겠죠. 80년대 데뷔한 감독이 현역에서 아직도 열심히 노력하고 연출한다는것에서의
칭찬. 그러나 정재영이 남우주연상 받은건 이해가 안 가네요. 박해일이 은교에서 노인 역 했을 땐 노인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이라도 한것처럼
보이는데 이끼에서 정재영은 분장만 노인이고 연기 자체는 전혀 노인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