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문제를 개똥철학으로 보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first principles- empirical research 가 나오고, 본문에서 우리 과학자들은 이라고 나왔으니까 빈칸은 hypotheses 밖에 들어갈 게 없는데 어휘도 어렵고 배경지식도 어려우니까 난이도가 높은 게 아닐까 싶어요.
개똥철학은 너무 과한 비난이었네요. 대개의 논문은 자기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논지를 강화하는 편으로 나가는데 문장구조도 그렇고 단어도 그렇구요. 탄탄하게 쌓여간다는 문체요. 뜬금없이 "hypotheses"라니 황당해서 말이죠. 글을 파편으로 만들면 대단한 철학도 개똥이 되기 십상이죠. 제가 저자였다면 따로 뜯어다가 문제를 만들겠다면 원문 제공 안 할 것 같아요.
앗 이게 왜 어려운 건지 전혀 이해가 안가는데요; 말하자면 대충의 지도와 경험적 추론을 가지고 (비유적 의미의) 관광 버스를 몰며 괜찮은 데를 찾아 돌아다니는게 임무인데 주변에는 길주변 밝은 그 지방 사람들이 그득하지만 차마 과학자 자존심 때문에 길을 물어보지는 못하고 '--- 하면서' 빙빙 돌아다닌다고 하면 안에 들어갈 게 '머릿속에서 (이길이 맞는지) 가설을 세웠다 버렸다 하면서', 즉 '과학자 내부의 추론'밖에 더 있나요;
Ebs 연계지문인데 100% 같지 않아요. 약간 손을 본 듯해요.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나 학원에서 다뤘던 내용이니 길을 묻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연구를 지속하는 과학자들을 비판하는 어조로 글이 전개된단 것까지는 알아요. 하지만 마지막 문장으로의 전개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만하죠. 연계지문이라 선택지의 난이도를 높이려다 보니 마지막 문장이 조잡해요. 특히 빈칸 뒤의 말들, 학생들을 산만하게 만들어서 오답을 고르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잔가지들을 쳐내고 중요한 맥락만 골라내는 능력도 생기지만, 고등학교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물론 잘하는 학생이야 있습니다만 90%가량이 모든 문장과 단어를 70의 중요도로 읽습니다. 어떤 문장이 중요도 100이고 또 어떤 문장이 중요도 10인지를 골라내지 못하는 학생이 태반이에요. 독서량과 경험이 성인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죠. 그런 학생들에게 ebs 연계지문이니 내용알지? 선택지 어렵게 낸다 골라봐, 하는 게 도대체 뭐하자는 시험인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본문에 언급되지도 않은 가설 설립 반박으로의 논리전개도 황당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본문에 본인의 연구에만 매진한단 말이 있지만요.
이 지문은 절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지문이 아니었어요. 약간의은유가 있을 뿐 전혀 어려운 글이 아니라는 건데, 다만 출제자가 무리수를 둬서 오답률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이 시험지를 처음 보고 문제 정말 개떡같이 냈다면서 분노했던 기억이 나네요. ebs에서 70%의 지문을 연계한다며 훌륭하지도 않은 글들로(조잡함, 쓸데없는 수사가 많음)로 길이만 무서울 정도로 늘이고 있어요. 범위를 정해놓고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변별력을 주자니 그럴 수밖에요. 덕분에 내신 시험 문제를 볼 때의 억지스러움이 가득한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나머지 4개를 지우고 이게 그나마 낫다며 고르게 되는 정답들. 출제위원조차 이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출제한 것인지 의문스런 문제들. 고정 1등급을 제외한(아니 제외할 수도 없네요)모든 학생들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장이 중요도 100이고 . . . 10인지"에 완전 동감해서 답글 달아요!! 저는 영어/국어 과외를 조금 했을 뿐이지만, 이 부분이 참 가르치기 어렵더라구요. 나중에는 온갖 형광펜을 동원했다는... 정보를 선별하는 독서 경험이 부족한데다, 글의 논리구조를 보는 능력이 외국어가 되면 현저히 떨어지는 모양이더라구요. 대체로 한 단어 한 단어 꼼꼼히 착실히 읽더군요;; 종합과 분류가 안 되더라구요;; 그리고 정말 지문들이 훌륭하지 않은 글들이네요. 좀 좋은 글들을 읽히면 좋을텐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