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긴바낭) 깊고깊은 밤의 키친 + 이 쓸쓸함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누군가를 위로해주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해주세요

 

 1. 

 

 누군가를 위로해주지 마세요

 

 스스로를 위로해주세요

 

 2.

 

 아무도 없는 숲에 누군가를 만나러 갔어요

 거기엔 당신도 없고 아무도 없었어요

 

 숲은 오래도록 아무 말이 없는데

 그 숲이 건네는 이야기는 너무 많았지요

 

 살아있는 모든 쓸쓸한 것들이 숲 속에 남기고간

 울음의 계보

 

 그 계보를 따라 한참 헤메다 돌아서니 숲은 숲이 아닌 그 무엇으로 저물면서 빛나고 있더군요

 누구나 가끔 숲이 되듯 당신도 나도 그렇게 오랜 울음의

 

 역사를 따라

 

 3.

 

 한참을 울고 헤메다 그 숲에서 빠져나오니 깊은 밤

 저는 집 근처에 위치한 친구의 키친으로 갔지요

 

 그곳에서 그 친구가 만들어주는 코로네이션 치킨과 따뜻한 잉글리쉬 머핀 샌드위치을 먹었어요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을 위해 개발이 되었다는 코로네이션 치킨과

 직접 소스를 재운 소스를 사용한 따뜻한 잉글리쉬 머핀 샌드위치 속에는

 쓰고 달고 시고 고소한 세상의 모든 맛들이 다 담겨져 있더군요

 - 호사다마 새옹지마 늘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인생의 맛처럼

 

 저 역시 이십대초반에 잠시 음식을 만드는 걸 업으로 삼았던 적이 있는데  

 가끔 오래전에 제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제가 했던 음식에 대해 칭찬을 해주면 기분이 좋아져요

 제 지인이 제가 한 음식을 먹을 때면

 그 음식으로 인해 저라는 존재와 그 사람이 깊숙이 만났던 거라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도 들고

 

 정성스런 음식에는 '존재와의 만남'이 있기 때문에 예술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밤에는 누군가의 마음이 전해지는 음식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어요 깊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많았던 밤의 키친 늘

 

 고맙습니다

 

 4.

 

어릴 적부터 밤 늦게라도 편하게 갈 수 있는 친구집 혹은 식당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을

자주 하곤 했는데

 

이렇게 좋은 친구이자 선배가 집 근처에 키친을 운영해 

너무너무 위로가 필요한 깊은 밤에 불쑥 찾아가 그 친구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 게다가 그 친구가 최고 수준의 음식을 만드는 유명한 요리사라니 ㅠㅠ -

삶에 이런 축복이 또 있나 싶네요

 

 생각해보면 감사할 것이 많은 삶이네요 

 이만하면 충만하고 아쉬울 것 없이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단 한가지, 

 지금 그리운 그녀가 제 삶에 없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5.

 

 누구에게나 자기가 겪는 상처가 제일 큰 것이듯

 저도 나름의 쓸쓸한 시기를 겪으면서 힘들어하는 중인데

 요즘에는 자주 이 쓸쓸함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생각 끝에는 늘 

 제가 겪은 쓸쓸함으로 누군가를 위로해주자는 생각이 걸리는데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진실로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자신을 절실하게

 위로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은 오직 자기 자신 밖에 없다는 안톤 체홉의 말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고

 또 그렇게 자기 자신을 절실하게 위로해준 적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타인에게 힘이 되는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스스로를 제대로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저 또한 그럴테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쓸쓸한 계절에

 제 자신을 절실하게 위로해주는 방법들에 대해 고심하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스스로를 온전히 위로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된다면,

 제가 스스로에게 주었던 위로가

 다시 저처럼 쓸쓸한 시기를 겪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6.

 

 아이들은 어른 흉내를 내고 되려고 하고 어른들은 아이흉내를 내고

 

 이제껏 인간들이 구축해온 모든 사회가 다 이러했나요?

 

 기묘한 것들은 모두 쓸쓸해요

 

 7.

 

 며칠 전 브라질에 있는 살바도르라는 도시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내년 초에 그곳으로 가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곳에 가면 누군가를 만나게 되겠지요

 또 그곳에 가면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은 늘 가기 전에는

 가고 싶다는 맘만큼이나 가기 싫다는 맘도 커요

 

 제 성격상 여행을 가게되면 '쓸쓸함을 맨살로 온전히 느끼는 시절'이 될 것임을 뻔히 알기 때문에

 두려운 거예요

 

그래도 뭐 가면 좋겠죠

 

 여행을 하는 중에도 좋을 거고 또 다녀오면 제 삶에서 더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 여행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계획 중이거든요

 

 일단은 내년 이월에 출발해서 한달 혹은 한달 보름 정도의 일정을 계획하고 있어요

 

 뉴욕과 브라질의 몇몇 도시에서 일주일씩 지내다 오려고요

 - 혹시 여유가 된다면 남미  엘 깔라파떼라는 곳에도 가보고 싶고

 

 가끔 가보지도 않은 곳인데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는 도시가 있는데

 살바도르라는 도시도 그렇더군요

 

 떠나기 싫은 마음도 아주 크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될 것 같아요

 운명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거창하지만 가끔 알 수 없고 거역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며칠 전 누군가에게 살바도르라는 도시에 대해 처음 듣는 순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8.

 

 인연과 운명

 

 이십대 때는 이런 말들을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런 것들을 믿게 되고

 삶에 대해 좀 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이 든 건 단지 육신이 늙으면서 마음이 나약해졌기 때문일까요?

 

 이번 주에는 이사갈 집을 알아보러 다닐 거고

 이사를 간 후에는 뉴욕행 티켓을 끊게 되겠죠

 

 여행계획을 꼼꼼하게 세울 정도로 성실한 인간은 못되는지라 가기 전에는 늘 걱정이지만

 일단 티켓을 끊어놓고 출발을 하게 되면 어떻게든 되더군요

 

 인연과 운명 그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적어주었던 그 말처럼

 앞으로 제 손에 꼭 쥐고 살아가야 할 말인 것 같아요

 

 인연 그리고 운명

 

 9.

 

 금요일에는 패딩조끼 하나만을 득템하고 다른 건 사지 못했어요

 

 라이더 자켓을 사러 간 광희시장은...

 -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ㅠㅠ

 

 물건도 별로 없고 예쁜 물건은 더더욱 없고 휑하고 무섭고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어요 ^^;;;

 

 그래서 결국 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던 어느 사이트에서 본 라이더 쟈켓을 주문했어요

 - 원래 옷은 입어보고 사야된다고 생각하는지라 인터넷 쇼핑은 잘 안하거든요 그래서 좀 망설였지요...

 

 주문제작이라 이주 후에 배송이 된다는데

 그러면 가을이 다 지나있겠네요 가을이 다 지난 후에 라이더 쟈켓을 받는다니

 

 아휴 신나 >_<

 

 옷 사는 거 귀찮아 죽겠는데 왤케 해마다 옷을 사도 이렇게 사야될 게 많나요 ㅠㅠ

 

 10.

 

 네가 무한도전과 개콘을 보지 않아서 그렇게 가을을 타는거다

 라는 어느 선배의 조언을 듣고 다시보기로 무한도전을 봤는데

 

 손연재 편은 주위의 호평을 듣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 재미가 없더군요

 - 다만 하하가 체조를 잘하는 것만큼은 엄청 웃겼음 체조를 잘하는 게 왜 그리도 웃기던지 ㅠㅠ

 

 하지만 지난 토요일에 했던 무한상사 2편은 빵빵 터지더군요

 

 저는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한번도 해보지 않아 직장생활이란 것에 대해 늘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예전부터 무한상사 에피소드를 아주 좋아했었어요

 

 무한상사 2편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간절한 맘으로 즐겁게 시청했지요

 

 11.

 

 오늘은 열심히 열심히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 생각입니다

 열심히 일하다가 야구도 잠깐 보고

 

 이제 오후도 거의 다 지나갔는데 듀게에 계신 분들의 월요병이 좀 치유되셨을까 궁금하네요

 

 오늘도 변함없는 가을이네요 다들 잠시 짬을 내서 산책 좀 하시길 바라요

 

 저는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이 짧고 귀한 계절이 이렇게 쓸쓸하게, 금세 지나가버릴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아쉽기만 하네요

 곧 긴 겨울이 오겠죠

 

 어쨌거나 기운내서 이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좀 더 이 계절을 만끽해야겠네요

 

 여러분들도 이 계절 깊이깊이 쳐다보시며 한 주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아있는 하루도 즐겁게 보내자구요 산책하면서 ^_ ^

 

      • 저희 집 근처에 있는데 일반적인 레스토랑이 아니라서 ^^;; 그냥 가끔 놀러가면 선배가 저를 위해 이것저것 해주세요

        롯데를 응원하신다니 몹시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지니셨군요 역시 삼월토끼님은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삼월토끼님 즐겁게 즐겁게 가을밤 보내자구요 ^^
    • 남의 삶에 끼어드는건 어떤 의미든 큰 실수라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합니다 생의 순환에 걸림돌이 되는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작은 위로 까지 그럴리가 없겠죠.
      내가 만든 음식이 남을 즐겁게 할수 있다면 내속의 생업이고 가져야 할 다른 세상에 대한 이해가 될거란 생각이 듭니다.
      인연과 운명에 너그러워 지는건 그냥 져주며 사는거죠.
      • ㅎㅎ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포킹님 져주며 살아야겠네요 ^^

        포킹님도 야구 보시나요?
    • 라이딩을 하는데 필요한 보호설계가 하나도 반영되어 있지 않은 자켓을 왜 라이더 자켓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는 1人..
      • 제가 작명한 게 아니라 그건 저도 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가라님 가을밤 즐겁고 또 즐겁게 보내세요 ^^
    • 9. 저도 그래요 옷 . . . 사도사도 끝이 없음. 광희시장 왠지 이름만 들어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많이 무서우셨겠어요 ㅋㅋ 그래도 라이더 자켓 주문하셨다니 축하! 저도 목빠지게 기다리는 중이예요.
      • 아니 쟈켓이 아직도 도착 안했나요? ㅠㅠ 저도 이제 쟈켓 기다리느라 목이 빠져야 할 듯...

        샤롯테님 저녁은 드셨나요? 오늘도 고요하고 깊은 가을밤이네요 이 밤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
    • 가을은 부츠를 신는 계절. 니트 가디건, 스웨터를 입어도 덥지 않아지는 계절이죠
      광희시장이 그렇게 살풍경한 곳이었다니, 예쁜 가죽옷 득템 못하신건 슬프지만 휑하다니 저는 더 호기심이 생기네요. 워낙 살풍경하고 으슥하고 누추한 장소들을 좋아해서 일부러 뒷골목이나 작은 동네 시장 같은 곳 잘 돌아다니거든요
      언제부턴가 겨울 맞이로 가죽 부츠를 한켤레씩 맞추곤하는데 이번에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매끈한 검은색 승마부츠 스타일로 맞췄어요....잊어버릴 즈음에 도착하겠죠 아이 신나
      야구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만큼 애증의 스포츠라고 밖엔 할 수 없어요ㅜㅜ 어제 새벽에 늦게까지 축구보느라 잠이 부족해서 지금 눈앞이 뻣뻣하지만...퇴근하는 순간 저는 새사람으로 태어나서 신나게 걸어다니고 서점도 들르고 차도 마시고 하겠죠
      산책 좋아요 산책
      • 아 저도 그런 살풍경한 느낌 좋아하긴 해요 동대문은 밤새도록 하니까 언제고 한번 가보세요 ^^

        keen님도 야구 좋아하시는구나 어떤 팀 응원하시나요? ㅎㅎ

        지금쯤이면 퇴근해서 산책하고 계시겠네요 저는 집에서 야구를 보고 있지요
        천천히 오래 가을밤 깊이 느끼시며 따뜻한 시간 보내고 계시길
        - 니트 가디건 스웨터 부츠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가죽부츠도 궁금해요 받으시면 인증해주세요 ^^
    • -el Calafate를 아마도 좋아하시게 될 거예요. 강하게 추천드립니다.
      -어쨌거나 그 난장판에서 롯데가 이겨서 기쁘다...고 해야겠죠. 오늘은 좀더 잘 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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