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텁한 일상 바낭

1. 

날씨가 너무 좋아요. 


저는 회사원이기 때문에 거의 날이 밝은 한 낮에는 사무실에 처박혀 있기는 하지만 

사무실의 창으로 들어오는 화창한 날씨에도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일이 너무 많은게 함정. 


일 욕심도 많고, 일 하는 것도 좋아하고, 욕망도 강한 편이라 스스로 일을 만들어 스스로 하는 타입이기는 하지만 

때때로 요즘 같이 쭈욱 날씨가 좋으면 지쳐요. 


오늘 같은 날에는 

나의 젊음과 아름다운 나날들을 성공과 일에 헌납하고 있다라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물론 내가 다 자초한 것이고, 나도 이것을 원하니까 불만은 없지만. 지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지요. 





2.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인의 관계에서 나 자신의 지친 마음을 토닥 토닥 받고 싶어지는 마음이 굴뚝 같아집니다. 

Inner peace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난 나 자신을 내 스스로 토닥일 만큼은 강인하거나, 훌륭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나의 타인들은 다들 자기 삶이 당연히 바쁘죠. 

가정이 생겨버린 베프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또 다른 베프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이성은 언제나 저를 second choice로 생각하기 때문에, 연락을 해도 상처만 받아요. 


결국은 그냥 오두카니 혼자 남습니다. 





3. 

소개팅 

아.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것. 

그것도 사실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제 우리 나이의 남 녀는 너무 "재"는 나이에 들어섰거든요. 

이것 역시 일입니다. 


상대방의 Check List가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살피고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해당 Check List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 자신을 Open 해요. 

상대방 Check List에 들어 맞는 부분만 이야기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이야기 하지 않아요. 

피곤한 과정이에요. 


그리고 어찌나 그 List는 깐깐하고 복잡하고 변덕스러운지. 

나도 피차 일반이지만, 서로가 힘든 일이에요. 


내가 에너제틱한 상태라면 모를까. 

요즘 처럼 지친 때는 새로운 인연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져 줬으면 해요. 





4.

때문에,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찾습니다. 

저는 조깅을 좋아해요. 


지난 5월에 연인이랑 헤어지고 나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데 한 2년 정도 느슨하게 했더니 몸이 많이 망가졌어서, 실연을 계기로 다시 시작했죠. 


보통 한강변을 뜁니다. 

집에서 한강까지 뛰어서 갈 수 있는 거리거든요. 

여의도나 반대 방향인 반포 쪽으로 뛰면, 어디든 10km 안쪽으로 도착해요. 


그렇게 50분~60분 10km 정도 숨찰정도 조깅을 하고 

20~30분 정도 잔디밭에 앉아서 쉰다음에 


천천히 걸어서 집에 옵니다. 

이러면 주말의 2~3시간은 후딱가요. 


최근에 유일하게 즐거운 시간이에요. 혼자 조깅하는 시간. 





5. 

조깅을 하고 나면 주말에도 한낮입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늘어지게 한숨 자요. 


너무나도 담백해서 

텁텁한 일상입니다. 


물에 삶은 닭가슴살 같은 일상이에요. 

어찌 보면 외로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 달리기가 좋아요. 저는 집 바로 앞 공원에서 매일 짧게 뛰는데 뛸 때 기분이 참 좋아요.
      • 저도 동감. 정말 너무 너무 좋아요.
        요즘 한강 쪽 정말 좋습니다.
        한 낮에는 너무 쨍! 하지만, 그만큼 땀도 나니까 뭐랄까 개운해요. ㅎㅎ
    • 닭가슴살 생으로만 먹으면 질리죠.
      가끔은 살 찌더라도 양념을 쳐줘야죠.
      닭도리탕 같은걸로 만들어 먹는다던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은 클럽에서 가서 부비부비라도 하면서 일상에 작은 비틀림을 주는 것도 좋아요.
      • 이번 주는 간만에 이태원으로 출격해 볼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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