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그에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실망감

아직 대선 지지 후보를 정확히 못정한 입장이라 정치 글은 좀 피하고 있습니다만.. 예전부터 안철수의 대박 인기에 대해서는 정말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째서? 이제 본격적인 출마 선언까지 나왔지만, 제가 보기엔 여전히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환타지"에 많이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분야별 공약이나 생각을 들여다봤다기보단 "착한 사람이니까 되면 다 잘해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받아가는 지지율이 꽤 커보여요.

 

이런 환타지를 제공하는 정치인을 볼 때마다.. 무려 2002년에 나온 김규항의 칼럼이 계속 떠오릅니다.

 

김대중에 대한 실망을 노무현으로 보상하려는 심정이야 인간적으로 이해 안가는 바 아니나, 정치적으로 가련하기만 하다. 노무현이 김대중보다 인격적으로 신뢰가 가는가. 나 역시 그래 보이지만, 개인의 인격이 정치를 좌우할 수 있다는 가설은 텔레비전 궁중사극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노무현의 판타지에 젖은 사람들은 오늘 김대중을 잠시 접고 옛 김대중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그는 한 때 오늘 노무현과는 비교가 안될 판타지를 가진, '선생'이라 불리는 정치인이었다. 노무현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다. 노무현은 (개혁적) 보수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지역주의에 당당히 맞선 노무현은 신자유주의에도 당당히 맞서는가, 노무현은 하층계급의 싸움에 연대하는가.

 

그리고 5년 뒤 2007년 대선철을 맞아서는 슬프게도, 위 칼럼을 재탕하며 아래 멘트를 덧붙였죠.

 

비판적 지지에 대해 글을 쓰려고 5년 전 같은 주제로 쓴 글을 꺼내 읽다 문득 처연해졌다. “김대중”을 “노무현”으로 “노무현”을 “문국현”으로 바꾼다면 새롭게 할 이야기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팬 사이에서는 문국현이 정치적으로 암살당했다는 쉴드가 여전합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문국현 역시 적지않은 실망을 주고 정치판에서 물러났습니다. 김규항은 올해 또 10년 전 칼럼을 재탕하는 글을 쓰게 될까요? 이건 세상이 워낙 안변하는 걸까요, 아니면 비판자들의 말대로 김규항이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요.

 

덧붙임)

 

위 칼럼은 김규항이 '비판적 지지'를 거론하며 쓴 것들입니다. 뒤에는 그래서 결국 비판적 지지 관두고 진정 지지하는 후보를 찍어라. 안되더라도 세나 불려줘라 뭐 이런 내용이 따라붙습니다. 정말 연대가 필요한 사회 하층에서 보기엔 1번이나 2번이나 가혹하기는 똑같다는 말과 함께요.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돌아버리겠는게, 사회 전체를 보고, 특히 저보다 아래쪽을 보고 판단하면 1번이나 2번이나 3번이나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점이 이해가 되면서도, 지금 제 처지만 놓고 보면 1번과 2번과 3번의 차이가 꽤 유의미하다는 겁니다. 이럴 때 전 제 처지만 생각해서 그 안에서 나름의 지지후보를 정해야 할지, 아니면 내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더 큰 그림을 봐서 다른 후보에게 가는 게 맞는건지 심히 갈등됩니다. 아마 제가 남생각을 기꺼이 해줄 정도로 충분히 착하지 못해서겠지요.

    • 저는, 아직 대선지지후보를 결정 못하셨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거든요. 그런데 그 의미가 '단일화가 안되었을 경우 둘or셋중 누굴 뽑을지 모르겠다' 인지 단일화가 되어도 누구냐에 따라 표를 안줄수 있다인지 궁금하더라구요. 제 입장은 단일화가 되면 안철수건 문재인이건 무조건 그쪽입니다.
    • 대선 승리만으로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순 있죠
    • 저도 최근에 안철수 후보에게 꽤 실망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누구든 단일화되는 쪽으로 가긴 할것 같습니다.

      이름을 직접 적기는 그렇고,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면 누가 좋아하는 표현대로 '국격이 떨어지는'거죠.
    • 법과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영웅주의를 키우고 있는 것 같아요.
      영웅주의에 환상과 실망은 필수적이라 이제는 뭐라 말하기도 지치는 기분이예요.
      걱정되는건 실망 후 찾아올 불신과 회의, 무력감이 진지한 성찰없이 퍼져나가는 것.
    • 저는 김규항같은 사람은 총체적 사회에 대한 인식히 현저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계층이 하류층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하류층만을 위하는 정치가 이상적인 정치라는 합의도 전혀 없는데 자기 혼자 이 기준에 맞춰 뭐라고 뭐라고 하는 건 정말 지면 낭비에 가깝습니다. 약간의 비약이 있을 진 몰라도 이런 김규항식의 판단기준은 "노무현은 주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가?"와 수준에서 별 차이가 없는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