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잘 지내십니까

1. 

안녕하세요. 오늘은 쉬는 날입니다.

날은 아침저녁으로 썩 추워졌습니다만 그래도 제 방은 한낮에는 덥습니다. 창문이 아주 작은데 벌레 때문에 닫아두고 있거든요.

햇볕이 잘 드는 방이라 여름엔 지옥이고(....) 한낮에는 아주 따끈따끈합니다. 거기다 제 체온이 더해지면 그냥 농담 조금 보태서 사우나죠.

제가 워낙 열이 많은 체질이거든요. 

그래도 겨울엔 난방 없이 어떻게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궁리는 해 봅니다만, 그래도 여긴 겨울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은 수시로 오는 아주 추운 동네라니, 아마 안 되겠지요.

안될거야...


2. 

어제도 듀나무숲을 애용해서 조금 울화를 풀었습니다만, 마음은 참 헛헛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혐오나 울분은 갖고 있으면 아프게 찌르는 가시같은 것인데 왜 그걸 놓아버릴 수가 없는지 몰라요.

화가 나는 걸 어떡합니까. 허허허...


뭐 화가 나는 것도 제가 살아있는 증거려니 합니다마는... 마음이 좋진 않네요.

사실 저도 좋은 인간은 아니죠. 누구한테 제가 좋은 사람이었던 적이 있나 되돌아보면 없군요.

아니, 좋은 사람이란 것 자체의 정의도 모르겠지만요. 

누군가의 마음에 들려고, 기분을 맞추려고 아양을 떨거나 비위를 맞춰주고 뭔가를 사다주고... 그런 게 과연 좋은 사람이겠습니까?

생각하면 그냥 헛헛합니다. 

전 늘 그런 인간이었으니까요.

항상 진짜 사귐이나 마음의 소통 따윈 모르고 겉돌고 살았으니까요. 

원래 그런 인간이어서 이랬는지, 아니면 반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서도.....


생각이란 건 오래 하는 게 아니네요. 제가 별 생각없이 살았다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전 분명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행복이란 건 참 뿌리가 얕아요. 잠시만 흔들려도 뿌리가 드러나버려요. 

그래도 행복이란 걸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해야겠지요.

언제 깨어져버릴지 모르는 불안한 행복이지만.


3. 

여기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지만, 한편으론 좋은 사람이란 딱 그만그만한 거지요.

예의라는 건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기 위해, 상하지 않기 위해 있는 울타리 같은 걸까요.


그래서 여기 있으면 편하지만 동시에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아니, 고향에 있을 때보단 낫겠지요. 그때는 사방 천지가 내 적처럼 여겨져서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으니까요.

여기선 예의상이라도 누가 내게 웃어주니 그만이라도 어딘가요.



오늘은 듀게에 동물 소식이 많이 보이는군요. :) 

다들 감기 조심하시길. 전 요즘들어 머리가 자주 아프네요. 

    • 헛헛한 김에 피자라도 드세요.

      아..전 오늘 제사라 전 먹습니다. 잇힝~
    • 오늘 제사라 저는 피자먹어요, 로 본사람 부쳐핸섬
    • 누구의 마음에 들려 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그 사람이 맘에 들어서 나도 그사람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순수한 것 아닐까용... 전 누가 마음에 들면 저 역시 그사람의 마음에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ㅅ// 에아님 식사 꼬박 하시고 즐거운 상상 긍정적인 생각 많이많이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당!
    • 그렇게 화 삭히다 보면 손해 본 만큼 얻는 것도 많아요 많이 생각하고 배우게 되더군요 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집니다.
      안삭히고 안분하면 더 좋은거 같지만 그건 내이야기가 아니니까요.
    • 김전일// 그래야겠어요. 아, 저는 전을 먹는다는 게 아니고 Ein님이 많이 드신다는 줄.
      EiN// 여긴 피자같은 게 없어요... 워낙 시골이라... 아, 치킨 먹고 싶네요. ㅠㅠ 한국 돌아가면 치킨 막 시켜 먹을거에요. 흑흑.
      글루건// 글루건님 반가와요. 음... 잘 모르겠어요. 전 정리에 둔한가봐요. 그냥,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왠지 허무하게 느껴지고 그러네요. 고맙습니당. :D
      가끔영화// 참아야 하는데 잘 안 참아져요. 언제쯤 어른이 되는 걸까요? ;_;
      • 어른되는거 하곤 아무 상관 없죠 어른은 가만있어도 돼요.
        • 음 그럴 땐 참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화가 나면 못 참겠더라고요. -_-;; 폭발해버려요. 저도 어른스럽지 못하단 자각은 있지만... 못 참겠어요 정말. 뭐라도 독기어린 말이라도 내뱉어야 될 것 같고..
    • 한동안 에아렌딜님 글을 못 봐서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하던 차라 무척 반갑네요:) 대나무숲 글은 못 봐서 어떤 상황이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화 나는 걸 억지로 참는 건 꼭 어른스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화가 나야할 상황에 안 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겠죠. 다만 직접적으로 화를 표현하는 게 어려울 때가 많으니 그럴 땐 자기 만의 해소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사람은 낙서를 한 후에 찢어버린다고 하더라구요. 저 포함 많은 듀게분들이 애용하는 듀나무숲도 좋은 것 같고. 에아렌딜님은 아직 불안한 행복이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조금 더 행복한 환경에 있으시다니 기뻐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행복에 대한 감을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저도 늘 불안이 기저에 깔려 있어서 금방금방 흔들리고는 하는데, 인간인 이상 불안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고도 하고, 결국은 불안과 함께 잘 사는 법을 찾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노력 중이랍니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평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 저도 오늘은 쌓인 피로 때문인지 두통에 눈도 따갑고 열나고 아프고 이젠 목도 아파요ㅠㅠ 에아렌딜님도 저도 얼른 컨디션 회복하고, 다시 힘내서 또 새로운 하루, 내게 주어진 하루를 잘 살아내보아요. 에아렌딜님 소식 들으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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