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내신공부 좋아하셨나요?

전 고등학교 때 참여정부가 내신을 참 강조했어요. 뭐 취지는 좋았죠. 공교육 내실화. 절대평가로 '수우미양가' 성적을 매기던 것을 상대평가로 '등급제'를 도입했습니다.

전 '수우미양가'와 '등급제'를 모두 경험했는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등급제' 시절이 압도적으로 높았어요. 사실상 4%의 1등급은 전교권 아이들에게나 가능한 성적이었기 때문에 2등급만 나와도 감사했죠. 근데 등급제가 단순히 상대평가라서 스트레스가 심했던 건아닙니다.

상대평가가 도입되면서 내신뻥튀기가 불가능해지고 무조건 학생들의 등급을 나눠야했기 때문에 시험문제의 변별력이 중요해졌어요. 근데 애들 실력은 사실 다 고만고만하고 선생님들이 무슨 평가원 교수들처럼 문제 만드는 데 몇주씩 투자할 수도 없고... 점차 시험 문제가 함정 피하기, 토씨 하나 안틀리고 외우기, 초고난도의 문제 맞추기, 짧은 시간 내에 빨리 풀기 이런식이 되버렸죠.

전 학력고사를 경험해보지 않았고 본고사도 모르는데요.. 대략 50,60년대 시험이 이러지 않았을까 했어요. 영어시험의 경우는 문단에 빈칸 뻥뻥 뚫어놓고 빈칸채우기 ㅡㅡ 아 정말 싫었습니다. 그거 외우면 영어실력 느나요. 수능이 아무리 줄세우기라지만 수능의  창의성 지수를 100으로 둔다면 등급제 하에서 내신은 한 20정도 된 것같습니다. 뭐 사실 수우미양가 시절이라고 시험문제가 훨씬 양질이었던 건아닌데..어쨋든 공교육내실화의 명목으로 추진된 내신강화가 실질적으로는 참 반동(?)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대학입시서 내신의 실질반영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여전히 수능이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했었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 내신에서 하나라도 높은 등급을 따기위새 밤새 머리를 쥐어뜯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까워 죽겠습니다. 그시간에 소설이라도 읽을걸. 만약 고등학교로 돌아간다면 그냥 자퇴하고 재수학원 들어갈 겁니다. 공교육 내실화 X까라 그래요!!!!!!!

    • 정책 만든다는 사람들 하는 일이 그렇죠 뭐. 실제를 얼마나 알겠어요. 실제는 그들의 이상대로 되어주지 않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갈 뿐이에요. 빈칸 채우기만 해도, 본문 잘 외우게 해주는 학원이나 과외샘에게로 학생들이 더 몰리니 공고육 정상화가 될 리 있나요. 시험제도가 바뀌고 입학사정관제니 뭐니 전형이 바뀌어봤자 학생 학부모는 머리만 더 아픈 것 같아요 어찌 된 게...
    • 저는 차라리 참여정부때가 그나마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1학기 수시로 내신으로만 대학간 학생도 많았죠. 저는 2,3년 늦게 태어나서
      갑자기 어려워진 논술 때문에 고생하느라 돈도 없는데 사교육까지 받았습니다. 빈칸채우기는 영어실력에는 도움 안되더라도
      어쨌든 혼자서 기를 쓰면 좋은 성적 받을 수 있었지만 논술은 학원가서 수업받는데 대체 뭐하고 있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또 지금 애들이 입학사정관제니 뭐니 해서 자소서 쓴다고 앉아있는 거 보니까 차라리 내가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 저는 학력고사 막차인데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도 그냥 가서 원서만 내면 됐지 엄마들 정보력이 필요한 (어디는 뭐 보고 어디는 뭘 잘 해야 하고...) 시대도 아니었고, 내신 죽 쑤고도 대학 잘 갔고요. 점수도 나오기 전에 학교 지원하고 지원도 딱 한 차례밖에 안 된 건 좀 잔인했다고 보지만요.

      조카들 중 중학생이 제일 많은데 전 중학생들 들볶는게 엄마들 과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시험문제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문제도 저희 세대보다 훨씬 어렵고, 그 와중에 백 점 안 맞으면 등급 밀리고. 공부 잘 한 편이었는데 전 중학교때 칠십점대 시험지도 있었고 뭐 그랬거든요. 공부란 걸 해 본 기억이 없어요.보는 제가 요즘 애들 보면 숨이 막힙니다.
    • 접니다 수능 상위2%, 내신 뒤에서 두번째...공부를 안했단 소리죠.

      선생들이 절 무지 싫어했건 기억이..

      머 암튼 대학에 바로 진학 못할 사정이 생겼고, 몇년 후 결국 내신 반영 하나도 안하는 학교에 갔어요.
    • 학교다닐때기억을떠올려보면등급제 마지막세대였고 시험 자체가 아니 공부 자체가 그다지 재미가 없었어요.ㅎ



      내신실질반영 비율이낮다던때라 더 소홀했던것도 있지만요



      하지만 당락은내신에서갈리더라구요..



      그해 특차에같은과를다섯명이쓰고 저 혼자 떨어진적이있어요(점수는 제일높았고수1 가산점포함하면격차가꽤났는데도말이죠. 지독하게낮은제내신도문제였지만 수능으로대학정하고내신으로당락이정 해졌었구나라는생각이들어요)
    • 예전보다 소위 말하는 개천에서 용이나는 일이 줄어든건 내신제 강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전 학력고사 세대는 아니지만 수능이 비교적 비중이 높았던 때의 세대인데 과외같은거라던가 선행학습이라던가 이런걸 한번도 안받아 봤거든요. 그러고 물론 내신은 공부하길 귀찮아해서 거의 뒤에서 놀았는데 한 50일 반짝 공부해서 수능 잘봐서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갔던 운좋은 사람이기도 하구요. 아마 지금같이 내신 강화에 이런저런 제도를 보면 뭔가 방향성은 맞는데 현실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현재의 경쟁 체제를 없애는게 불가능한 이상 대학 입시제도만은 심플한 방식이 좋다고 생각해요.
    • 저도 vega님처럼 수능점수가 내신보다 월등하게 좋았어요. 그 이유로 선생님들한테 미움받은 것도 같네요. 고3때 담임은 그런 저를 노력은 안하는데 머리가 좋아서 수능 점수를 거져 먹는 애로 생각하고 못마땅해했죠. 제가 노력을 하지 않은게 아니고 수능이 더 적성에 맞았을 뿐인데 말예요. 암기해야 하는 게 많은 내신과는 달리 수능은 생각해서 푸는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좋았거든요.

      그런 이유로 내신공부는 열심히 해도 그냥 중상위권이었는데 수능은 그럭저럭 해도 훨씬 잘 나와서 좋았어요.
    •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나름 재미있었어요.
      사실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그렇게 고난도의 지적 능력을 요하는 내용도 아니고, 조금만 집중해서 들으면 꽤 흥미있는 내용들이 많죠.
      영수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국어나 과학이나 사회 과목들은 살아가면서 기반지식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다른 방면에서 얻는 지식도 많았지만, 학교에서 뭔가를 배워가면서 지식이 늘어난다는 재미가 있었던 거 같네요.
    • 내신 낮고 수능 점수 높다는 이유만으로 학생 싫어할 선생은 없습니다.
      저도 내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능 점수가 훨씬 높았고 교사들에게 갈굼 많이 당했지만 그건 사실 제가 싸가지가 없어서였...;
      • 그렇군요. 담임이 절 싫어했던 건 역시 다른 이유가 있어서이고 성적은 그냥 핑계....ㅠㅠ
        • 혹시 담임 과목 성적이 잘 나오면서 수업 시간에 자주 졸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그랬...;
          대학 원서 쓰고 졸업할 때까지 인사도 안 받더라구요. 하하. -_-a
    • 도대체 무슨 폐해가 얼마나 크다고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지금의 입시제도까지 굴러오게 된 것일까요?
      80-90초의 학력고사+체력장+내신 이야말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입시제도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주자중 누구라도 이때로 회귀하는 교육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다면 기꺼이 한표를 던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 저는 모의고사에 비해 내신성적이 안좋아서(사실 모의고사도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ㅠㅠㅠㅠ) "내신 그딴건 무식하게 외우기나 잘하는 애들한테 유리한 거 아냐?"하면서 정신승리하고 다녔어요..그래도 선생님들이 좋아주시긴 했지만;; 근데 공부 못하는 애들한테 차별하는 건 사실임. 학교다니면서 참 민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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