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부조리 해결방법과 관련하여 조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민상담을 위해 잠시익명으로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은 일반적인 기준에 의해 좋은 직장입니다.
전문직과 스태프로 나뉘어져있고, 스태프로서의 여러가지 한계와 2등 인간 취급 받는데서 오는 자괴감 이런게 있지만...
업무강도나 안정성 측면에서 흔히들 좋은 직장이라고 보죠.
문제는 사회전반적인 경쟁의 심화와 인원 감축 분위기 등등에 맞추어
여기서도 노동강도를 높이고, 누수되는 인력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사회전반적인 기준에 맞추어 하향평준화 되기보다는 모두가 "저녁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상향평준화 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윗 선에서는 우리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저녁없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마른 걸레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란 논리라고나 할까요...
거기에다 전문직은 건드리기가 힘드니 스태프 쪽으로 자꾸 압박이 옵니다.
네.. 이런 부분까지는 저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런 노동 효율화를 위한 압박은 개별 조직에서 저항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까지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노동 효율화를 위한 인사관리 정책의 기술상의 문제입니다.
올해부터 이른바 부서에서 퇴출인원으로 찍히는 직원들을 교육이란 명목하에 본인의 업무에서 뺀 가운데
본인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한테 자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이를 정리해서 키워드를 뽑아내고,
심리테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검사로 자신의 문제점을 수치화해서
결국 본인의 문제점을 체계화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몇개월간 이 작업을 하고 난 다음에 이렇게 완성된 결과물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개 발표합니다.
글쎄..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처음엔 너무 황당했습니다.
무슨 인민재판도 아니고, 오줌 싼 아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소금 얻으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인격살인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는 직원들을 비판하게 해야하는건지.
저는 못한다고 버텼습니다.
그랬더니 저희 부서 부분만 빼고 넘어가더군요. 이미 다른 직원이 비판을 했고, 그것만으로도 자료는 충분히 수집되어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노조 위원장을 찾아뵙고 얘기를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랠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죠.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고.. 어느 정도는 노조에서도 사전 승인하에 진행된거더라고요.
그래서 직원내의 다른 구성원들을 만나서 얘기를 했습니다.
인사팀이 그렇고, 노조가 그렇다 하더라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다를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더군요.
문제되는 직원은 그 정도 겪어보는게 당연하다. 그래도 싸다.
다른 조직은 책상 빼버리고, 화장실 앞에 근무시키게 하고 그러는데
그래도 교육을 시켜주면서 본인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건 얼마나 신사적이냐...
그리고 이번 한번만 그런 교육이 될 것이다.
저로서는 얘기를 하면 할 수록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된 당사자들이 더 이상 얘기하는 걸 싫어한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들었습니다.
차라리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털고 가고 싶다는 거였죠.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저로서도 더 어떻게 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 이번 한번이 특이한 경우일거야 그렇게 위안을 하며 지난 몇개월간 끙끙 속으로 고민을 하면서도 모른체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몇개월이 지난 뒤에 또 그런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더욱이 지난번 그런 자기계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교육이 몇개월 더 연장되더군요.
그래서 노조위원장에게 긴 편지를 썼습니다.
이 교육의 비인간성과 이런 교육의 확대로 인해 전 사원들이 서로를 못 믿게 되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되며
하나의 아오지 탄광이 만들어지는 부분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그냥 발령이 나면 가서 자기 비판하고, 동료들한테 자기의 잘못된 점을 얘기해달라고 돌아다니는게
무슨 교육이냐면서요.
답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노조에서도 깊이 생각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였습니다.
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바뀌는 것 없이 똑같은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더욱이 지난 번에 동료들한테 자기 잘못된 점 얘기하게끔 하는건 얘기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큰 인격적 상처를 주기에
삼가해달라고 부탁했고, 그게 마치 받아들여진 것처럼 위원장은 얘기했었지만 역시나 똑같은 교육이 또 진행되었습니다.
조직내이 선배나 동기들에게 얘기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비슷합니다.
그래도 다른 조직에 비하면 양반이다, 사회의 전체적인 방향이 그러한데 어쩌겠냐...
그 사람들은 그래도 쌀만큼 문제가 많았다, 비록 내가 그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런 대상이 되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글쎄... 참.. 이상한 조직에 있다보니 저도 이제 이상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조직은 나중에는 모두가 교육이란 명목하게 자기 비판 프로젝트를 할 것 같습니다.
참..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을 해나가야할지... 답답합니다.
이건 마치 어떤 영화에서 범인을 찾다 찾다 보니 결국 용의자 모두가 다 범인이었다 식의 결론...
한 마을 전체가 다 범죄집단인 느낌?
그렇다고 제가 언론에 고발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니.. 사실 언론에서 보도가 되면 외부 사람들이 오히려 칭찬을 할까봐 더 무섭습니다.
그래.. 방만한 조직 잘 정비하고 있다, 그 조직의 사람들은 더 쥐어짰어야 했어 짝짝짝....
이제는 사람이 무섭네요...
쉽게는 제가 그만두고 나오는 방법이 있겠죠...
그런데 나올때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나오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 도망치듯이 나오는건 김복남 살인사건의 친구 같은 기분이랄까..
좋은 방법이 있으면 얘기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