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위니, 루퍼 둘 다 재미있게 봤어요!!! (스포일러)
1.
프랑켄위니는 IMAX 3D로 봤습니다. 미리 단편을 보기 전에 봤는데 단편을 정말 잘 발전시켜 놨네요.
아주 노골적으로 '영화에 대한 영화' 모양새를 띄고 있는데 이게 참 좋습니다. 영화 내엔 갖가지 고전 호러물 레퍼런스로 가득하고(나중엔 가메라까지 나오더라고요. 공포 영화 팬분들은 더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요.), 연출이나 흑백 화면은 고전 호러의 향취를 되살리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요.
단순히 인용과 모방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일부러 빅터가 씨네키드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필름 안에 멈춰있는 사진들을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게', '되살아나게' 하는 '활동사진'으로서의 영화의 마법을 그대로 빅터가 전기로 스파키를 되살려내는 과정과 동치 관계를 이루도록 한 게 흥미로웠어요. 단편과 달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이 점이 더 부각된 거 같아요. 스톱모션은 아무래도 '멈춰있던' 것들이 '움직이게' 되는 메커니즘이 더 시각적으로 눈에 띄게 마련이니까요.
되살려낸 스파키가 활약하게 되고, 빅터가 스파키를 되살려낸 그 행위가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마을 어른들이 그 행위를 반복하게 되기까지의 그 과정은, 영화의 순수성에 대한 믿음이 점차 퍼져나가는 과정처럼 보여서 가슴이 더욱 뭉클해지더라고요. 더불어 그 과정은 어른이 되고, 어느샌가 매너리즘에 빠져 삽질을 일삼던 팀 버튼 자신이 어린 시절 씨네키드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고 긍정하며 다시 한 번 그때의 초심으로 되돌아가는 과정 같이 보이기도 했어요. 이 얼마나 멋진 자기 반성인가요ㅠㅠㅠ
2.
루퍼도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예고편만 보고 SF 액션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이나, 조셉 고든 레빗 얼굴 보러 가시는 분들은 당혹스러울 것 같긴 하지만...
영화 중반에 이르러서 SF에다 서부극을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확 틀어버리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과거를 바라보는 장르와 미래를 바라보는 장르의 접합 자체가 영화의 내용과 완벽하게 조응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영화 내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걸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이게 클라이막스에서 정점을 찍더라고요. 겉으로 봐서는 단순히 늙은 조가 시드를 죽이기 위해 새라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시드는 늙은 조의 원수이면서, 염력을 쓰고 조와 나름의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조의 죽은 친구 세스의 다른 얼굴이며, 조-새라-시드의 관계 상에서 유사 아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늙은 조가 그토록 바랐으나 얻을 수 없었던 아들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며, 조와 비슷한 과거를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조의 과거의 얼굴이기도 해요. 한 편, 새라는 조의 어머니의 다른 얼굴이자, 조가 기댔던 창녀 수지의 다른 얼굴이며, 늙은 조의 아내의 다른 얼굴이나 다름 없습니다. 클라이막스가 그 자체로 과거-현재-미래가 조응을 이루며 무한히 반복되는 선택의 순간을 한 데 끌어안아 주제를 오롯이 함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풀어낼 수 없이 꼬여 있는 끈을 싹둑 잘라내는 젊은 조의 선택은, 단비를 내릴 수도 홍수를 내릴 수도 있었으나 홍수를 내리게 된 레인메이커를 단비를 내리는 방향으로 틀어놓게 되는데... 영화 내에서 계속해서 보여줬던 극단적 빈부 격차 상황(레인메이커는 아예 부랑자를 쓸어버리는 극한 상황까지 몰아넣는다고 하죠.)을 보건대, 그 선택은 그 빈부 격차의 반복을 끊어내는 선택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좀 고리타분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감독은 현실의 사람들도 (미래의 내가 과거로 날아오는 일까지는 겪지 않아도) 모두들 과거-현재-미래의 조응 관계 하에서 살고 있고, 나아가 우리가 삶 속에서 겪는 모든 선택지는, 우리에게 '누가 레인메이커인지' 알려줄 미래의 내가 옆에 없어서 모른다 뿐이지, 모두 단비 혹은 홍수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레인메이커를 마주하는 순간이나 다름 없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