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나쁜 상사인가 봅니다. 저.

디자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대기업 홍보실쪽과 일을 하죠. 대기업일을 하니 당연히 불합리한 주문을 많이 받습니다.

오늘밤도 그렇게 집에 못가고 이러고 있습니다. 


다른일도 그렇듯 직급이 낮은 직원(주니어)이 간단한 오더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복잡한 오더를 주며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진행해야하는 일도 있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규모도 있고 상당히 복잡한 일이라 다른 일이 많음에도 직접 진행하고 있는 일이죠. 

이 와중에 매우매우 중요하고 이 일보다 훨씬 규모있는 프로젝트의 비딩에 들어가게 되어 두가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제 윗분은 지금 하는 일을 주니어에게 넘기고 차후에 다시 직접 정리하더라도 비딩준비에 들어가라고 지시하셨죠.

내일 아침이 마감이라 몇일전에 맡겨놓았다가 간간히 체크하다가 오늘 저녁에 받았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무척 손볼게 많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이 아이를 붙잡고 옆에서 하나하나 지적해가며 수정을 시킬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이 아이에게도 많은 경험과 도움이 되겠지만

저는 그러질 않습니다. 얼굴 굳어있는거 너무 보고싶지 않아요. 일을 하고싶어 하지 않는게 너무 보여서 그냥 맡겨놓았다가 그 아이가 대충 해놓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밤을 새더라도 그걸 제가 수습하는게 그냥 속편합니다. 


사실 저는 이친구를 포함한 스텝들 대부분을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스탭들에게 일시키는게 너무 싫어지더라구요. 다들 같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간단한 프로젝트는 맡기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는 그냥 제가 정리합니다.

이런 식으로 직장생활 하다가는 몸이 남아나지 않을겁니다. 정신도 피폐해질거구요.   

무엇보다 이런 상사가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될까 생각하면 스텝들에게 미안하고 회사에도 미안합니다. 


그리고 매번 이러는 제 자신에게도 미안합니다. 


이런글 올려서 듀게에도 미안해지네요. 

다시 일하러 가야겠습니다. 

 


    • 왜 이렇게 우리는 일을 많이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ㅠㅠ

      어쨌거나 오늘은 기운내시고 일 마무리 잘하세요 잘하실 수 있어요
    • 밑에 사람을 심하게 혼낸다는 수준의 이야기인가 했는데 훨씬 심각하네요.
      윗분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해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 글을 명확하게 잘 쓰시네요. 심하게 이입해서 늦은시간에 멍한 정신이지만 로그인했습니다.
      저는 나쁜 상사였던 적도 있고 믿음받지 못한 스탭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둘 다 지금까지도 힘든 기억이라 또 겪지 않길 바라며 애쓰고 있습니다.

      글쓰신 분이 토로하신 나쁜상사로서의 괴로움 더없이 공감합니다.
      그런데 내쳐진 스탭이었을 때는 그 어떤 면에서도 자기긍정할 구석이 없더라고요.
      skyworker님(은 이미 아시겠지만), 이 글을 볼 지도 모를 저의 현재와 미래 상사들에게 부탁드리자면:
      지금 쓰신 상황은 윗분, skyworker님, 스탭 모두에게 마이너스입니다.
      스탭을 포기하지 마세요.
    • 상사가 자신의 구미에 맞게 일시키는게 일이 더 많으니 자연스레 일이적은, 그러니까 아예 상사가 하는게 더 편하니 편한쪽 따라가는 겁니다.

      좋은 스탭이라면 금방 이런상사 캐치해서 최소한의 부분부터 파고들어가는 겁니다.
      아예 초짜는 아니고 그래도 같은 분야일테니 일중에서 간단하게 반복되는 부분이라던가
      간단하지만 손이 많이가는 부분들을 캐치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상사가 일시키기 미안해서... 때로는 좀 귀찮을일 떠넘기면 좀 그래서 그냥 "에휴, 어차피 늦게 가는거 내가 그냥 하지 뭐" 할때도 있습니다.
      믿고 못믿고가 아니라 그냥 미안해서 그럴때도 있단 말입니다.
      특히 아주 귀찮은일, 하지만 꼭 필요한일, 그리고 간단하지만 손많이 가는일 등등... 초짜들이 치고 들어갈곳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일들을 문제없이 (때론 자발적으로) 해낼때 상사들은 인정해줍니다.

      물론 가시적인 성과로 내새끼로 인정 받을수도 있지만 때로는 쫄졸졸 따라오면서 군말없이 보조해주는 부하직원이 더 좋을때도 있다는거.

      그리고 글쓰신님의 경우는 그냥 사소한거는... 본인이 아실겁니다. 이건 내가하나 누가하나 별차이안나는 작업이 있을겁니다.
      그런건 그냥 믿고 맡기세요, 제대로 안나오면 어차피 본인이 할려고 맘먹은거니 갈아엎고 다시시작하면 그만이죠.
      포기하고 있다가 잘나오면 플러스, 안나오면 원점. 손해는 그리 크지 않잖아요.
    • 저도 자주하는 고민이고 비스무리한 업계라 이쪽에도 여러 유형의 상사가 있어요.
      그냥 자기가 다 마무리하는게 속편한게 보통 작업자 마인드의 상사죠.
      결국은 디렉터 마인드로 변화해가는게 맞다고 보고 그쪽으로 점점 마인드를 바꾸긴 해야하지 않을까요..
      전체적인 큰 방향을 정리해주고...디렉팅해주고
      세세한 부분은 밑에 직원들이 숨쉴 통로를 좀 만들어주는 방향이요.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손으로 한 것을 더 맘에 들어하므로
      밑의 직원이 한것이 탐탁치 않고..그걸 하나하나 설명하느니
      자기가 하는것이 나서 자기가 밤새서..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곤 하죠.

      어쨌든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일때 빼고는
      그냥 조금은 부족하더라도..밑의 직원에게 자율성을 주고
      바로 광고주에게 보내서 알아서 깨지도록 둬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보다 나은 밑은 사람들이 생기는 시기가 오더라구요

      그때가 되면 생기는 고민은
      또 다른 고민이 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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