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이상한, 그리고 최대의 고백

제 친구 H는 지난 5월에 결혼했습니다. 아내인 A는 스웨덴인이 아니고, 스웨덴과 무비자 체류 협정 같은 게 없는 나라 사람입니다. 결혼하자 마자 가지고 온 비자는 끝이 났고, 또 러시아에 일을 갖게 되어서 지금 따로 떨어져 살기 하는 중입니다. 


며칠전에 친구 H 랑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던 중 이 친구가 한 말인데, 

갑자기 이러는 거에요.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A랑 결혼 못했을 꺼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물을 떄만 해도 저는 제가 우리는 헤어질 수 밖에 없어, 그녀는 6월이면 가야해 뭐 이런 말 할 떄, 상황에 너희를 맞추지 말고, 너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고 상황을 맞추라고 말해 준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맨날 그러셔, 너희는 정말 이상해.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아. 결혼하자 마자 떨어질 거라면 그걸 알고서 결혼하지 않아. 이건 이상해 라고.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라고 묻자 이 친구 왈. 

"너를 만나서 이상한 관계를 연습하지 않았다면 내가 사람들 보기에 이렇게 이상한 결혼을 할 수 있었을 까? 너랑 나는 어떻게 쉽게 정의 할 수 없잖아. 너는 나의 고용주만도 아니고, 보통 친구라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연인도 가족도 아니고. 나는 너랑 있을 떄 나 자신이 좋아. 하다못해 너한테 잘못해서 창피해고 미안해 하는 그 순간에도 나 스스로에게 편한함을 느껴. 아주 이상하지. 아무튼 우린 이상한 관계이고,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다 하더라도, 그게 어떤 소중한 관계를 포기할 이유는 아니란 걸 너를 통해서 배웠으니까. 그래서 A 한테 결혼하자고 할  수 있었지. 앞은 전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제가 지금껏 들어왔던 어떤 고백보다 이상하고, 그러면서 최대의 고백이었어요. 


    • 아주 멋있고 깊이 있는 말이네요.
    • 눈물이 날려고 그러는데 ...
    • 제게 그런 영향을 끼친 건 멋진 책들이나 영화였는데, 대단한 고백 들은 것 맞네요 :)
    • 네 위의 글은 온전히 자랑 글이었어요. 위의 말 듣고 나서 내내 아 무슨일이 있어도 우리는 서로를 지나간 웃음으로 생각지는 않겠구나 싶었어요. 어렸을 떄는 누군가랑 관계를 가지는 건 당연히 여기고 쉽게 생각하는 데 갈수록 정말 인간 관계를 가진다는 게 너무나 흔하지 않은 일 같아서. 굉장히 뿌뜻했어요. 그냥 쉽게 친구가 된 사이가 아니어서 더욱 더.
    • 로긴하게 하시네여. 그 순간 삶이 의미로 충만해졌을거 같아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데 겪었다면...
    • "나는 너랑 있을 때의 나 자신이 좋아. 하다못해 너한테 잘못해서 창피하고 미안해 하는 그 순간에도 나 스스로에게 편안함을 느껴. 아주 이상하지." -> 이런 사람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장에서 (얼마 전에) 만난 저로선.. 1년 만에 듀게 로그인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ㅠㅠ 그 말을 하신 분이 어떤 기분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Kaffesaurus 님이나, 님을 만난 친구 분, 그 분의 아내분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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