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맛 댓글을 달지 않기 위해서.
댓글과 대댓글 이야기인데 글을 쓸 때나 댓글을 달 때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 말고 누군가도 달 수 있는 댓글은 달고 싶지 않다고.
이번에 잠깐 댓글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봤는데 그 때문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제가 쓴 글의 대댓글은 정말 필요한 댓글에만 다려고 했죠. 별 상관 없는 추임새를 위한 댓글은 달고 싶지 않다, 이런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글 자체도 중요하지만 글 외부의 상호작용도 중요해서 글을 농작물처럼 길러내려면 대댓글을 전부 다는게 가장 효과적이죠. 저도 경험한 바, 아무리 늦어도 대댓글을 달아주는 편인 사람의 글에는 늦어도 댓글을 달아보고 나중에 다시 찾아보게 되는거죠. 어떠한 대댓글을 달아주었는가 궁금해서요. 이건 꽤 복잡한 문제입니다. 대댓글도 댓글과 마찬가지로 소모적일 수 있거든요. 내가 진정 그렇게 생각해서 반응을 하는가, 아니면 대댓글을 달기 위해 기계적으로 내용을 입력하고 있는가는 자기 자신과 (그에 대한 느낌을 알아차린다면) 남에게 예의가 아닐 수 있겠죠.
어쨌거나 제가 생각하는대로 다른 분들이 생각한다면 댓글을 달 경우 웬만해서는 중복되는 댓글은 달고 싶지 않을 꺼에요. 그리고 상당히 까칠한 댓글을 달기 쉬워질 겁니다. 댓글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도라면 상황을 보는 구도 자체가 다르던가 색다른 부분 또는 재치있는 방향성 같은 걸 짚어주는게 좋겠죠. 논쟁글이라며 복잡하게 꼬여있는 여러 대치를 상당히 큰 틀을 그려 잘 정리하는 것도 좋구죠. 중요한건 납득하고 동의하는, 공감하는 댓글은 그렇게까지 특수한 댓글이 되기 힘들다는 거죠. (애초에 다루는 주제가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라면 모르겠지만)
까칠한 댓글이 달리는 것에 대해서는 게시판에 글을 쓴다면 상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어떠한 댓글이라도 환영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댓글을 아예 달지 않던가 애초에 댓글을 막아놓고 글을 써야겠죠. 댓글의 흐름을 의도하지 않았다면 글을 쓰고 지우지 않는 이상 댓글 생태계는 이미 원글자의 손에서 떠난거에요.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글이나 댓글이나 의무감을 벗어난 마음의 정수를 모아 쓰는거죠. 하지만 그런게 가능하다면 진정성이니 가식이니 하는 단어들이 있지도 않았겠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글에서 공감하고 배려하면서 격려하는 댓글을 달기 무지 힘들어요. 정말 그런 댓글을 쓰려면 심정적으로 그 글이 묘사하는 감정에 동해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그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그 감정을 설명해야 할텐데 그 자체가 그 사람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격려 자체를 낯간지러워하는 편이라서요. 과연 인터넷에서 댓글 다는 것으로 그 사람에게 내 감정을 실어 보낼 수 있는가, 정말 그러한 동인을 가지고 있다면 개인적인 접근을 통해 그것을 전달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격려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할 수 있다면 하는 편이 좋죠. 가끔 그런 격려의 댓글들을 보면, 이 사람들도 나만큼이나 격려하기 힘든데 그 정도의 힘을 들여서 댓글을 쓰는걸까,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넷상에서의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는 심적 괴로움 같은 것을 쓰지 않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런고로 이 글의 대댓글은 조금 성의없이 달아보겠습니다, 는 힘들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