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의 청년층 중소기업 강제 취업 주장을 보며) 세상 사는데 필요한 '좋은 것'은 모두 한도가 정해져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전에 야구 한창 볼 때 읽은 글인데, 투수 혹사에 대해 여러 이론이 맞붙고 있더군요. 하루에 너무 많이 던지는 걸 막아야 한다, 하루에는 많이 던지더라도 다음에 던질 때까지 오래 쉬어주면 괜찮다, 투구폼을 이상적으로 잘 잡아놓으면 아무리 많이 던져도 괜찮다 등등. 그중에 제일 흥미롭게 느껴진 건 투구수 총량의 법칙이었어요. 투수는 평생 던질 수 있는 투구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누군가는 그걸 20대 초반에 몽땅 써버리고 일찍 노쇠하는거고, 누군가는 그걸 20년에 나눠 던지면서 40살이 되도록 해먹는거다. 아무래도 투구수도 줄이고 휴식기간도 길게 잡아줘야 한다는 측에서 내세우는 주장이었지요.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것에 다 그런 법칙이 적용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정치인들 중에 우리가 또라이 취급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다보면 정말? 하는 의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여럿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이재오나 김문수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만큼 심하게 가버리진 않았어도 야당에 가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 사람의 젊은 시절에 비춰보면 부끄러워야 할 사람들이 많지요. 왜 저러나 싶었는데, 문득 그 사람은 본인이 가지고 있던 정의감, 지적 능력 등을 20~30대때 다 써버린 게 아닐까 생각하니 이해가 쉬워졌어요. 다 쓰고나니 이제 남은 건 본능적인 욕심밖엔 없을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좋은 점이 있네요. 기대를 접게되요. 선거가 있거나 이번 개각같은 인사발령이 있었을 때 "그래도 저 사람 한 때는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었는데...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욕하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안들고 그냥 기대 접고 욕하게 되네요. 암만 봐도 예전의 그 사람으로 돌아가줄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한때는..." 하는 생각만 하고 있어봤자 엉뚱한 사람에게 힘만 보태주는 꼴일 것 같으니, 받아들이고 얼른 관심 끊을 수 있게 납득시켜주는 논리로서는 괜찮을지도 모르겠어요.

    • 얼마 전에 기초 생활비로 황제처럼 지냈다고 자랑질해서 물의를 일으킨 차명진은 무려 서울대 출신으로 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 운동을 이끌던 활동가였죠. 부인도 노동 운동 하던 사람이고요. 자기가 '모시던' 김문수가 변절할 때 같이 180도 획 돌아버려서 저 모양이 되긴 했지만요.








    • 하지만 정의감이나 지적 능력 같은 것들에도 1인생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건 좀 슬픈 일이군요.
    • 비열함은 총량 한도가 없어보이던데.
    • 전 그냥 그들이 자신의 계급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기준으로 놓고보면 그들은 변절한 게 아니라 일관성이 있는 겁니다.
    • 데메킨 / 그래서 '좋은 것'에만 총량 한도가.. ㅠㅠ

      27hrs / 아직 미련이 남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진 않더라구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김문수 등은 당시 기준으로 봐도 노동운동 하다가 잡혀가고 고생하는 것보다는 서울대 경영학과 학벌 가지고 우려먹는게 성공 확률이 훨씬 컸을 것 같거든요. "지금은 내가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고생하지만 언젠간 이걸 바탕으로 정치인이 되어 국회의원, 도지사 해먹고 대선에도 나가봐야지" 라고 20대 초반에 생각했다면 정말 무서운 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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