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질의 허무함에 대하여

좋아하는 가수가 있습니다.


시작은 중학교 때 였으니 거의 10년 쯤이 되었지요.


바로 어제, 그 가수의 소극장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라디오, TV를 통해서 교감했었던 사람을 그렇게 가까이 보고 있자니 노래에 집중이 잘 안되었어요.


계속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가사 내용과 이 사람의 노래 보다 다른 것들이 보이면서 저를 괴롭혔어요. 


라디오를 들을 때는 언제나 나와 DJ였고, TV를 볼 때도 언제나 나와 그 가수 였고, 음악을 들을 때도 언제나 나와 그 가수가 1대 1로 교감하는 느낌이었는데 


소극장에서 그 가수는 그냥 그 가수였어요. 많은 게스트들과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그 가수가 무대위에 떡 하니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에 놀랐고 두번째는 내가 상상하던 그 가수가 아니라서 놀랐고, 나 같은 팬들이 600명+a이 있다는 것도 놀랐고


아니 얘 뭐 이렇게 뻔한 얘기를 하는거야?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네. 라고 생각하신다면 네.뭐. 그러셔도 별 할말은 없습니다.


그저 그걸 저는 그날 깨달았다구요. 


노래 중간중간에 했던 멘트중에 가장 와닿았던 것도 그런 것과 관련된 이야기.


'제가 어떤것에 대해서 얘기해서 기사가 나가면 달리는 악성댓글, 그리고 팬들의 옹호 댓글 둘 중에 어떤 것도 제가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나쁜 놈도 아니고 또 그렇게 괜찮은 놈도 아니거든요.'


그날 그렇게 저는 그 가수의 소극장 콘서트에 가서 팬질의 허무함에 대해 깨닫고 돌아왔다는 얘깁니다.


가까이서 보면 더 좋을 줄 알았는데. 참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어요. 


그 가수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그 사람으로 오해해서 생긴 허무함에 헛헛해지는 밤입니다. 


나이 먹을 만큼 먹어서 이게 웬 주책일까요.


    • 제가 예상하는 그분이라면 그런 식의 소통은 있어왔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은 못 가봤지만 가수로서의 직업철학은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공연보고 용기를 얻으신다면 좋겠네요.
      • 네 본인도 라디오 할 때 한명한명한테 얘기한다고 생각하면서 한다고 말한적이 있어요. 제가 거기에 홀랑 넘어가가지고ㅋㅋㅋㅋ
        허무함을 느낀게 그리 심각한 건 아니에요. 그냥 좋으려고 갔는데 그렇게 좋지 않았더라 이정도?ㅋㅋ
    • 제가 20년 넘게 좋아해왔던 윤상씨의 콘서트를 보면 뭔가 사랑이 달라질까요...!
      • 윤상씨 +.+ 참 멋지죠. 케스님의 팬심이 어떤 가에 따라 케바케 아닐까요?(나름 라임 맞춘거임ㅋㅋ)
    • 저도 긴 세월동안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었는데 처음 가까이서 봤을 때 그런 생각했었어요.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 그동안 내가 봐온 그 느낌이랑 달랐거든요.
      본인이 만든 이미지도 있고 제 스스로 만든 이미지 둘 다 있었겠죠.
      그런데 이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 같아요.
      태생적으로 다 드러내고 보여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고,
      불안하면서 허무한건 무엇보다 뮤지션 본인이 가장 클거라는 생각을 하면 슬퍼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으로 교감하는 것, 그것만 깨지지 않으면 충분히 서로 행복한 관계가 될 수 있어요.
      • 맞아요. 음악으로 교감하는것.
        저는 그날 그런 복잡한 생각때문에 초반과 중반을 모두 날리고 앵콜곡때 그제서야 목소리가 들어왔더라는 슬픈 이야기-
    • 그 분 싸인회 가셔서 1:1로 대화 나눠보시고, 고마쌔리 손 한번 잡아보시면 그 허무함이 조금은 치유될 겁니다. ^^ 그리고 한번만 가셔서는 안 되고 두 번 가셔야 되구요. 네네. (하지만 그 가수가 아닌 다른 사람들-임원,팬클럽- 때문에 정나미가 떨어질 수는 있으니 주의.)
      • 치아키님, 저는 글쎄요. 앞으로 이 팬질은 온라인과 음반으로만 즐기기로 마음 먹은걸요^^
      • 그러게요. 아이돌이었으면 챙피하지라도 않지ㅋㅋㅋ
    • fangirl을 농담삼아 가리키는 말인 '새우젓'이란 말이 서태지 팬덤에서 나왔다면서요. 내가 이래도 오빠 눈에는 새우젓 장독 안의 무수한 새우 한 알갱이일 거라고...
      • 아 새우젓ㅜㅜㅜㅜㅜㅜ 왜 하고 많은 것들중에 새우젓인가요 웃프네요
        • 글쎄요 그만큼 작고 미미해서가 아닐까요...젓가락으로 짚이지도 않는...
          저는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면 위안이 됩니다...
    • 그냥 그 시간을 즐겨야죠. 저도 뭐 인생의 반이 팬질로 점철된 삶이라서 조금 공감도 되지만, 팬질하다보면 같이 팬질하는 친구들과의 추억도 무시못할 즐거움이거든요.
      전 아무리 그래도 팬질이 즐겁습니다. 이게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라서 그런건지 제 성격에 맞더라구요.
    • 저 이거 뭔지 알아요ㅠㅠ 저도 그래서 작은 규모의 콘서트에만 갔다오면 팬심이 시들시들해져서 다른 가수로 옮겨타버리곤 해요ㅠㅠ
    • 그렇게 나쁜 놈도 아니고 그렇게 좋은 놈도 아니다..라는 말 멋진데요.
    • 저도 꽃띠여자님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소규모 콘서트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냥 그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걸 채우는 모든 요소들을 통틀어 즐기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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