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이란 감독이 거장 칭호를 듣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요

김기영 영화는 하녀를 본 게 전부이긴 하지만 다른 영화들도 많은 정보를 접한 탓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어젯밤 충녀를 보고 나서 확실히 알았죠. 김기영은 6,70년대의 김기덕이었구나,라는 것을요.

남들은 대단한 감독이니, 거장이니 하며 찬사를 보내지만 저에게는 그냥 특이했던 감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 당시 드물었던 그로테스크하고 엽기적인 연출들을 시도했다는 건 인정해줄만 하지만 그게 다인걸요. 그 퀄리티 또한 조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죄다 기괴하고 가혹한 방식으로 파괴되어집니다.

충녀만 해도 그래요. 집안의 아들을 대학 보내기 위해 멀쩡하게 고등학교 다니면 딸을 술집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부잣집 남자의 첩이 되어서 본처와 남자소유권을 갖고 소모적인 싸움질이나 벌이지요.

'하녀'에서도 구도는 똑같습니다. 저는 그게 너무 불편해요.

여자는 질투와 소유욕의 화신, 싸이코, 정신병자, 미치광이, 경제적무능력자인데다가 남자와 아기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란 말입니까.

몹시 불쾌하고 정말 토나올 지경이에요.

이런 영화가 걸작 대접을 받는다는 것에 어디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 저도 하녀밖에 안봐서 판단은 유보합니다만
      해외에서 김기덕도 거장 대접 받고 있지 않나요
    • 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만 기괴할까요. 남성 입장에서 보면 남성 또한 기괴하고 해괴할 겁니다.
      당하는 남자가 뭐, 가혹할 것 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토 나오는' 영화의 설정 같은 건, 당시 영화의 클리셰들을 끌어다 결국 자기하고픈 얘기를 하는데 써먹고 있다고 봅니다.
    • 근데 방금 알았는데 김기영감독이 치과의사였군요ㅋ
    • 서울대 치의학과 출신인데 졸업만 하고 현직에 몸담은 적은 없어요.
      대신 부인이 잘나가는 치과의사여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지요.
    • 우선 이민 후보국가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제외해야겠네요. 하녀의 복원을 지원한 WCF는 미국 기관이니 미국도 제외하고...
    • 슬럼프/ 아...CC였군요ㅋ
    • 하길종 감독의 말이 있는데

      "김기영의 영화에는 인습적인 줄거리 틀이 없고 인간의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만이 있다.
      그는 다분히 실험적이고 편집광적인 태도로 인간의 의식구조에 집착한다.
      김기영은 항상 한국사회의 한 측면을 과장된 수법으로 그렸지만 이야기가 황당무계하냐 아니냐는 건 따질 필요가 없다.
      이야기가 황당하다면 당대의 한국사회를 황당무계하게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길종의 평가에 80%정도 동의해요.
    • 감독 본인의 캐릭터도 한몫 합니다. 서울대 치의학도 출신이 이삼주일에 한 편씩 엽기영화를 찍어내고 노년에 부부가 평온하게 집에서 주무시다가 합선으로 불이 나서 사망
    • 거장이라는 칭호는 대부분 감독 본인이 구현하고픈 영화적인 세계가 일관성 있게 뚜렷하고 전문가들이 이에 동의할 때 붙여지죠. 그런 점에서 볼 때 전 김기영 감독이 거장 취급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김기영 감독은 국내에서 그 시기에 본인 스스로가 구현하고픈 영화적 세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던 몇 안되는 영화인 중에 한명인 게 사실이니까요.

      걸작은 윤리적인 기준과 합당성으로 성립되는 게 아닙니다. 또한 걸작이라고 해서 모두가 거기에 동의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고로 김기영 감독의 작품이 걸작으로 추앙받는다고 해서 굳이 이민을 가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 재미있는 김기영 영화를 찾으신다면 하녀도 재미있지만 고려장이나 양산도 같은 영화를
      추천해드립니다. 물론 그 영화들은 필름이 부분적으로 손실되어서 온전히 즐길 수가 없지만요.

      일단 제가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리자면 김기영의 하녀나 충녀 같은 영화들은
      중산층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가정, 전근대적인 가부장적인 가정 안에서
      서로 부딪치고 그것이 기괴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작품인데 김기영 감독
      영화가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나 자유처녀 같은
      황당하고 코믹한 영화들도 있고, 이어도나 양산도 같은 영화들도 있고,
      한 가지 색깔의 영화만 만든 감독은 아니에요. 김기영 감독의 상상력은
      당시 영화들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고 그게 후대 감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은 그들이 스스로 고백하고 있죠. 그런 게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마틴 스콜세즈 재단 같은 데서도 영화를 복원한 것일 테죠.

      그러나 이런 설명은 굉장히 표면적인 것이고 한 감독이 거장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데는 부족할 겁니다. 그건 제 깜냥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제가 고다르 영화를
      싫어하는 것과 고다르가 거장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좀 다른 것 같고
      그건 김기영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두가지 1.유니크,2.시대를 앞선....
    • 일단 그냥 김기영감독의 영화를 적게 보셔서 그런 시선을 가지고 계신것 같습니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의 존재가 부각되고 위악적이고 파괴적인 면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반면에 남성의 캐릭터들은 무능력하고(경제적으로든 성적으로든) 유아스럽고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못하는 멍청한 불구자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지요.특별히 여성에게 남성시각의 편견이 작용되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충녀보다는 화녀가 나은것 같아요.김기영감독의 작품을 둘러보기엔.하녀 시리즈를 제외하고도 어찌 이런..이라는 반응이 나올만한 독특한 작품들이 많지요.
      그리고 김기영감독에 대한 평가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먼저 부흥하지 않았었나요.70년대 이미 칸느경쟁부분에도 진출했었고,회고전도 열렸었지요.오히려 한국에서의 김기영열풍은 90년대의 급작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시작된듯 싶네요.

      이런 영화가 걸작대접을 받는 한국은 토나와서 이민가고 싶다.는 반응은 좀 과해보이는데,지구를 벗어나야 하실지도.-.-;
    • [충녀] [화녀]는 모두 [하녀]의 리메이크작이므로 본질적으로는 같을 수 밖에요...


      저는 [하녀] 보고 엄청 놀랐습니다. 지금 봐도 섬칫한 기운이 있어요.
    • 어찌 그리 저와 생각이 다른지요? 저는 김기영님 영화 서너편 봤습니다만 '하녀'가 가장 재밌고 가장 충격적이었고 가장 놀랍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습니다. 폐쇄된 2층집 공간을 상층 하층으로 나눠서 활용한 그 구도가 60년대에 나온 게 놀랍지 않습니까? 히치코크영화의 카메라만큼이나 화녀의 카메라 움직임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가 이렇게 음울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도구로 사용되다니...1960년에 말입니다.

      김기덕이라뇨? 전 김기덕 영화는 한편도 못봤으니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김기영 영화속에서 그럼 남자는 정상적이거나 여자를 파괴하는 존재고 여자만 비상식적으로 묘사했단 말입니까? 위의 댓글에서도 나왔지만 남자들 또한 만만치 않은 사람들입니다.
      어떤 영화를 보고 개인적인 느낌은 다양할 수 있고 토나올 수도 있지만,,,글쎄요.. 김기영 영화를 내러티브쪽으로만 해석해서 폄하하는 글을 보니 (영화를 잘 모르지만) 저도 발끈하는 심정이 들어서 몇자 적습니다.
    • 아니, 아들 대학보내기 위해 딸이 술집가고, 아름답고 똑똑하던 여자들마저 부잣집남자 첩살이하며 인생을 소모하던 시대를 슬퍼하면 해야지
      그런 시대상을 기묘한 영화로 묘사해낸 감독을 토나올 정도로 혐오하면 어쩌셔요.
      오래 전 호암아트홀에서 여성잔혹사인가 뭔가 하는 주제로 며칠동안 일군의 한국영화들을 상영했었는데요
      그때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을 하루종일 몇편씩 보면서 저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김기영 뿐 아니라 다른 감독들 영화도 같이 보여주어서 그런가, 김기영 감독의 독특함 아니 독창성이 군계일학으로 눈에 들어왔지요.
      살인나비를 쫒는 여자에서였던가요, 목잘린 남자가 엄청난 요설을 내뱉던 장면 그리고 또 다른 영화에서는 교복차림의 윤여정이 수업 중에 벌떡 일어나서 막 대사를 하고, 그리고 그 인상적이던 이어도까지... 와, 저는 그 피폐한 시대에 김기영같은 감독이 존재했다는 게 눈물나게 고맙더라구요. 그의 치과의사 부인까지 고맙던 걸요. 김기영 감독이 세상에 덜 치이고 영화만들 수 있게 해주셨을 것 같아서요.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천재인가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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