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뭐뭐가 뭐뭐할때 뭐는 뭐했냐'라는 식의 소비가 불편합니다. 평소에는 잡아죽이지 못해서 이를 앓고서 때가 되면 '너는 왜 말이 없느냐'고 한번 더 쥐어박는 것은 죽은 개를 걷어차 보겠다는 스테이트먼트인지. 대체 나도 본 적이 없다는 전설의 <여성주의 진영>이란 어디의 뭐하시는 무슨 분들의 집단인지. 그런 것들...
어떤 거대한 논의의 흐름을 못보셨다면 그건 "여성주의 진영"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페미니스트나 사용하신 "여성주의 진영"이라는 라벨로 묶일 만한 뭐 공통점은 있겠지만 여성주의는 상당히 다양한 움직임을 포괄하는 단어고, 여성의 제도정치 참여를 통해 여성의 권익신장을 도모하려는 흐름은 그 일부인 거죠.
여성주의 라벨링을 하는/당하는 사람들을 모두 단일한 단위, 무리로 상상하는 것에 지치기도 하네요. 이 말은 마치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을 단일한 무리라고 지칭하는 것 만큼 무모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없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조금은 성실함을 가지고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황상민을 기용한 반MB 진영이야말로 해명 한마디 없이 조용하네요. 박근혜 까기라면 논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결함 투성이라도 그저 낄낄이다 이겁니까. 생물적 결정론이란 면에선 XX 염색체 가졌다고 대통령 시켜주겠다는 쪽이나 생식기 달고 태어나서 새끼 품고 낳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라는 쪽이나 진상스럽기는 도찐개찐인데요.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던 황상민이 김연아 디스 때 대표적으로 드러난 삽질과 비꼬기가 전부인 토론능력에도 불구하고 님같은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게 김어준 진영에서 '심리학계의 아이유' 운운하면서 얼굴을 비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황상민을 반MB 진영으로 묶어내는 게 실체가 불분명한 여성주의 진영을 허수아비 때리듯 하는 분류보다는 훨씬 정확할 겁니다.
여성주의 진영이라는 건 없으니까 저는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여성주의자들이 박근혜씨를 비판적 지지해야할지 어쩔지 고민될 거라는 짐작은 여성주의에 대한 오해/몰이해에 근거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여성주의는 물론 양성평등을 지향합니다. 또한 비정규직이나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여성고용인구 중 80퍼센트 가량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이죠. 또한 전쟁에 반대하는 경향도 강합니다. 전쟁의 폭력성이 남성에게도 가해지는 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여성과 아동 등의 사람들에게 가하게 되는 폭력에 반대하는 거죠. 대표적인 예로 위안부/성노예 문제 같은 게 있겠죠. 또한 여성주의는 성적 대상화에 대한 고민이 깊지만 그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을 지양합니다.
그리고 박근혜씨로 대표되는 새누리당은 위의 열거한 내용들에 가장 중심에 서있는 세력이지요. 여성주의자들은 어떤 이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아요.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실천을 해왔고 할 사람인지를 보고 각자의 판단을 내리겠지요. 그건 이 글을 쓰시거나 여성주의에 냉소적인 어떤 분들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한 명의 여성주의자로서 저는 위에 열거한 이유로 박근혜씨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이는 박근혜씨의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치적 지향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좋겠죠. 언제가 되더라도 있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성주의자로서 그 첫 여성대통령이 박근혜씨가 될 수도 있다는 상황은 굉장히 끔찍한 일이에요, 솔직히. 게다가 그 사람이 개발독재의 유산을 고스란히 후광삼아 형성된 이라면 더욱 그렇죠.
그때만 논쟁을 한게 아니라 논란이 될만하니까 여성주의자들은 저러나보다 하고 관심을 가진거겠죠. 그나마 활발한 곳이 일다인데 가보지도 않고 고민도 없다 단정해놓고 검색왕 듀나님이니까 찾는거라니..어차피 여성주의는 여성부가 페미니스트의 이미지를 이따위로 만들어도 반대여론을 만들어 내지도 못하는 크기일 뿐인데 누가 대선을 언급한들 관심이나 가질까요. 서울대 담배녀처럼 ㅇㅇ녀 소리 나올만큼 미친소리를 하지 않는한 여성주의자가 검색안해도 관심을 끌 일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