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업되자마자 고민글부터 올리네요; 사유, 독서에 관한 고민입니다ㅠㅠ

저는 언어화시켜서 생각하는 것 자체를 안 하는 편이에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듀나인들은 글을 쓰듯이 머릿속에서 "이건 이러저러하니까 어쩌고저쩌고 한거야. 난 이런 결정을 내리겠어." 하면서 생각하세요? 저는 전혀;

소설이든 일반 서적이든 읽어도 감상적으로만 읽지, 그 내용에서 왜 그렇게 표현되는지, 왜 어쩌고한지에 대해 생각하기가 막연하고 힘이 듭니다.
수업 시간에 어떤 책에 관해 토론 같은 걸 하면, 다른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잘 말하는데(그것도 잘 정제된, 깊이 있는 생각), 저는 수박 겉핥기로만 말하는 느낌입니다.

제가 주관이 없는 것도 다 사유를 안 했기 때문인 거겠죠.

무언가를 직관으로 감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지 않고, 저도 생각을 하면서 판단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게 올바른? 납득할만한? 결론이 나올 것 같지 않고, 뭔가 생각의 재료도 힘도 흐물거리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능동적으로 사고해서 주체적인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질문을 추려보자면

사유한다는 게 위에 적은 머리로 언어화해서 생각하는 그런 건가요? 입 밖으로 내뱉지만 않았지 속발음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책 읽으면 사유하는 힘이 길러질까요? 뭔가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그리고 속발음 때문에 힘드네요. 조절이 안 돼요.ㅠㅠ 어디 서점이나 훑어보듯 읽을 때는 쭉쭉 읽히는데, 각잡고 읽으려 하면 글자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고 그래요... 흐미...


어떤 조언이든 부탁드립니다.
    • 정말로 공감가는 글이에요.
      ㅜㅜ
      저는 심지어 순수한 '제 생각'을 물어봐도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주체적인 인간처럼 말하지를 못해요.
    • 헉 이건 제 오랜 고민인데ㅜㅜㅜ 전 과제해야될 때 억지로 짜내요ㅜㅜ 그리고 글써야할 때도 ... 저도 깊이 사고 하고 싶습니다
    • 앗차... 리오타님인줄 알고...
      반가워요 : D
    • 책의 내용에 대해, 책에 나온 개념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 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책의 감상에 대해서는. 음 읽으면서 별 생각 없으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급적 되는 대로 자신의 생각을 올바른 개념사용을 통해 글로 적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거라 생각해요
    • 전 글을 읽거나 대화를 하면 어떤 식으로든 그 내용이 실시간으로 머리 속에서 형상화 되던데요. 아마 학습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몰라요..
    • 답변에 앞서, 짜라짜짠짠짠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등업을 축하합니다~

      책을 분석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은 다양한데요, 가장 간단한 것들 몇가지를 알려드릴게요.

      1. 상징 -- 캐릭터, 장소, 행동 등등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수난이대'에서 아들은 무엇을 상징하고, 아버지는 무엇을 상징하며, 외나무 다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어떤 장면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니 예를 들자면 '한국사의 시각에서 보았을 대 아들은 한국전쟁의 상처, 아버지는 일제시대의 상처를 상징한다고 생각하고, 이들의 관계를 통해 작가가 이 두 시대에 대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은지 텍스트를 바탕으로 근거를 대며 설명하면 됩니다. 상징이 문학 분석의 가장 바탕이 되고요, 이걸 잘 하려면 석사, 박사 논문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2. 문체 -- 작가가 왜 이런저런 단어 선택을 했는지에 촛점을 맞춥니다. 이 분석은 작가의 모든 단어선택이 다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요, '운수 좋은 날'의 마지막 장면에서 '빡빡' 소리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인력거꾼이 쓰는 말투는 어떤 효과를 내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 됩니다. 또다시 간단한 예를 들자면, '빡빡' 의성어는 처절한 장면을 실감나게 그려주고 인력거꾼의 말투는 지방색을 나타내면서 억척스런 투박함이 비극과 대비를 이루어 비극을 극대화 시킵니다. 이것 역시 논문을 많이 읽어보시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감이 잡힙니다.

      책을 읽었을 때 좋다, 싫다 감이 온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학에 대한 감수성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너무 좌절하지 마시고요, 사실 언어로 감상을 표현하거나 분석한다는 것은 순전히 테크닉이니 조금 연습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쓴 분석글들을 잘 읽어보시고 교수님이 텍스트 설명할 때 뭐라고 하시는지 주의깊게 듣고 이해하도록 해보세요.
    •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에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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